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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도 스트레스…심장·뇌에 미치는 영향은?

<앵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동물과 달리 인간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권태롭고, 권태가 이어지면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습니다. 100년 전 철학자가 한 말인데, 이게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습니다. 권태로움이 심장과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세 남성이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다 다릅니다.

오른쪽 남성은 자주 웃는데, 왼쪽 남성은 심각한 표정입니다.

이들에게는 각각 재미있는 영화와 슬픈 영화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김병욱/피실험자(재미있는 영화) : 웃기는 영화 봤고요, 재미있게 잘 봤고요, 보는 내내 웃으면서 즐겁게 본 것 같습니다.]

[김건우/피실험자(슬픈 영화) : 대사랑 음악이랑 조화되는 순간에서 극적으로 많이 느낌이 오는 것 같았어요. 일단은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은 상대적으로 봤을때는.]

그런데 가운데 남성은 아무 표정이 없습니다.

지루한 영화를 보여준 겁니다.

[최인선/피실험자(지루한 영화) : 영화 자체가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집중이 안 되고요, 졸리고 앉아 있는 게 힘들 정도로.]

이 세 남성의 혈액을 뽑아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을 측정한 뒤 영화를 보기 전과 비교해봤습니다.

캐나다 워털루 의대의 최근 실험을 재연해 본 건데요, 지루한 영화를 본 뒤에는 재미있거나 슬픈 영화를 봤을 때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이 27%나 더 많았습니다.

일본 한 대학연구팀이 지난 5월 최첨단 뇌 MRI를 이용해서 지루할 때 나타나는 뇌의 변화를 측정해봤는데 지루할 때는 뇌의 전전두엽 산소 포화도가 평소보다 40%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가 저산소증에 빠진 겁니다.

지루할 때 하품이 나는 것도 뇌가 저산소증에 빠졌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 상태가 계속되면 뇌는 물론 심장 기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10년간 권태와 건강의 관계를 연구해온 캐나다 요크대학의 조사 결과 권태를 느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일반 직업군과 비교해 심장병 사망률이 2.6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광준/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지루함은 인체가 준비할 수 없는 자극으로서 굉장히 큰 스트레스로 옵니다.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그 자극으로 인해서 심혈관계라든지 주로 혈관계통에 해당하는 데에 문제가 생길 걸로 보여지고요.]

과거엔 철학자들이 일상의 권태로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이제는 의사가 해야 하는 말이 됐습니다.

(영상취재 : 노인식,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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