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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S급 짝퉁 선글라스' 일반인은 구별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일반인들 구별 사실상 어려워. 취급업주 엄벌해야 근절”

[취재파일]'S급 짝퉁 선글라스' 일반인은 구별할 수 있을까
▲ 7월 31일 SBS 8시 뉴스 <명품 믿고 샀더니…알고 보니 가짜 선글라스>
 
 지난주 서울 남대문에 이른바 ‘짝퉁’ 선글라스가 유통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도한 뒤 몇 차례 시청자들의 문의를 받았습니다. 결국 관심사는 “그렇다면 어떻게 가짜와 진짜를 가려서 살 수 있냐” “내가 산 선글라스가 진짜인지 어떻게 알아보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뉴스를 준비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이었습니다. 보도 당일 서울 시내 유명 안경원을 돌아다니며 이른바 ‘선글라스 고수’들에게 진짜와 가짜 선글라스를 보여주며 해답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후 늦게 서울 압구정에서 20년째 안경원을 하고 있는 사장님을 만난 뒤에는 ‘오늘 구별법을 전달하기는 어렵겠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안경원 사장님은 D사의 30만 원대 정품과 5만 원짜리 중국산 가짜를 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짜는 선글라스 테의 내구성이 떨어져서 오래 쓰지는 못하고 착용 시 불편할 겁니다. 하지만 렌즈 품질은 똑같아요. 같은 렌즈를 썼어요.” 그리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일반인들은 구별 못합니다”

 이번에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적발한 일당은 올해 4월부터 국내에 가짜 선글라스를 유통했습니다. 해외 유명 상표를 달고 유통된 가짜 선글라스는 여름을 맞아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샤넬과 구찌, 버버리까지 이름 들으면 알만한 브랜드의 고가 선글라스로 둔갑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얼핏 보면 흔한 상표법 위반 사건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이 가짜 선글라스들이 길거리나 인터넷으로만 판매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가짜 선글라스들은 안경원에서도 판매됐습니다. 멀쩡한 간판을 내걸고 있는 안경원이 5만 원짜리 가짜를 진짜로 속여 30만 원에 소비자들에게 판 겁니다.
▲ 일당은 넉 달 동안 가짜 선글라스를 팔아 12억 4천만 원을 챙겼다

 경찰이 입건한 안경원은 서울 남대문 근처에 있는 5곳입니다. 안경과 선글라스를 취급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안경원 업주 유 모 씨를 포함해 여러 곳의 업주들이 입건됐습니다. 판매책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이들에게 가짜 선글라스를 판 44살 김 모 씨는 이미 구속돼 사법 처리될 예정이고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공범 2명도 조만간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예정입니다.

 구속된 김 씨 일당은 중국에서 산 이른바 ‘S급’ 가짜 제품을 공급했습니다. 불과 넉 달 동안 12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김 씨 일당이 이렇게 돈을 번 이유는 가짜 제품을 사들인 안경원 업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은 잘 구별할 수 없는 정교한 가짜 제품이었기 때문에 안경원 업주들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들였습니다. 가짜에 속지 않기 위해 안경원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정품을 건네는 척 또 다른 가짜를 건넨 겁니다. 믿고 발품 팔아 방문한 소비자들을 기만한 셈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에서는 “안경원도 믿기 어렵다면 어디를 믿고 정품을 살 수 있냐”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가짜 제품이 유통되면서 피해를 본 정품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구별법은 알려드리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정품 업체 관계자는 디자인의 세밀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지만 이런 ‘업계의 노하우’가 널리 알려질 경우 더 정교한 가짜 제품이 유통된다는 겁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구별법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업체는 “본사로 제품을 직접 보내 정품 인증을 받거나 인터넷을 통해 정품 등록을 하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가짜 제품도 정품 인증서를 구해 복사한 뒤 유통하기 때문에 인터넷 등록도 다 믿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자신이 산 선글라스가 정품인지 의심이 든다면 수고를 무릅쓰고 본사에 제품을 보내봐야 한다는 결론인 겁니다. 이만저만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정품 등록번호까지 그대로 만들어 외관상으로는 가짜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안경원 업주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유통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업주들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짜를 진짜로 속여 파는 업주를 적발해 엄벌 처벌하는 것만이 가짜의 유통을 차단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경찰은 혐의가 있는 업주들의 거센 반발로 수사에 차질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건실한 안경원 업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산 S급 가짜 제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유통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찰 수사는 가짜를 진짜로 속여 파는 업주들을 정조준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의 다음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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