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언론이 공적 연금을 다루는 어떤 방식에 대해

하현종 기자 mesonit@sbs.co.kr

작성 2014.08.07 09:24 수정 2014.08.08 17: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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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 연금을 다루는 어떤 방식에 대해

 (일부) 언론이 특정 사안을 다룰 때 취하는 전형적인 관점들이 있습니다. 거리 집회를 기사화하면서 "도로가 막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고 하거나 의사나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를 볼모로 삼는다"고 하는 식입니다. 공적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등)을 다룰 때에도 비슷한 클리셰가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과 비교해 너무 많이 받는다"는 앵글입니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공무원 연금공단과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퇴직 공무원/군인들의 월 평균 수령 연금 액수를 산출한 겁니다. 퇴직 공무원은 1인당 월평균 217만 원을 받고 있고, 군인은 이보다 좀 더 많아서 대령으로 퇴역하면 월 330만 원, 장성으로 퇴역하면 연금이 월 400만 원이 넘는다는 겁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1인당 평균 수령액은 84만 원에 불과한데 공적 연금은 이보다 최소 2.5배에서 많게는 5배 가까이 된다는 친절한 해설이 덧대지고 공무원/군인들의 고액(?)연금을 보전해주기 위해 1년에 약 3조2천억 원의 혈세(이런 기사들은 대개 '세금'이 아닌 '혈세'라고 표현하길 참 좋아합니다)가 허비된다는 팩트가 뒤따릅니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서 기금이 적자가 났고 그걸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일부) 언론은 이런 내용을 충실히 인용해 보도합니다.

연금 기사는 사실 어렵고 재미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내용만 쏙쏙 뽑아서 정리하면 눈길이 확 갑니다. 안 그래도 철밥통이라 얄미운 공무원들이 연금까지 더 받는다고 하면 시청자/독자들의 공분을 자아내기도 쉽습니다. 기자에 따라서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기사를 다뤘다'며 뿌듯함과 자기만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적 연금과 관련해 잊을 만하면 이런 논지의 자료가 툭 등장하고 (일부) 언론도 별 다른 고민없이 비슷한 프레임의 기사를 쏟아냅니다.
 
● 공적 연금 관련 기사가 말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것이 온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저런 류의 기사는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을 단순 비교할 뿐,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민연금 납부액은 월급의 9%입니다(본인부담금 4.5%+회사기여금 4.5%). 이에 반해 공적연금은 14%입니다(본인부담금 7%+정부기여금7%). 또한 국민연금은 10년 만 가입하면 연금 수령대상이 되는 데 비해 공무원 연금은 최소 20년 이상 가입해야 합니다.

게다가 1988년도에 시작된 국민연금은 가입자 전체의 평균 가입연수가 아직 11년에 불과합니다(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연수는 길어지게 됩니다). 언론에서 인용하는 공무원 연금 수령액 평균액수는 33년 가입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공적연금 가입자는 '덜 내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차이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단순 액수, 즉 국민연금 수령액 평균 84만 원과 공무원 연금 수령액 평균 217만 원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차이는 또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민간기업처럼 퇴직금이 따로 없습니다. 민간기업의 40% 수준인 퇴직수당이 연금에 포함된 개념입니다. 거기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혜택 역시 없습니다. 더불어 파업권 등 기본적인 노동 3권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임금이나 처우 개선을 위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굳이 비교를 해야 한다면 <국민연금 vs 공적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 + 퇴직금 + 고용보험 + 산재보험 + 노동 3권을 통한 협상력 vs 공적연금 + 상대적 직업 안정성> 정도의 관점으로 봐야겠죠. 하지만 사실 성격도 다르고 설계 방식도 전혀 다른 두 연금을 마치 양팔 저울에 올려놓듯 비교하는 게 가능한 건지, 의미는 있는 건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 수익비의 문제

연금 절대 액수가 아닌 수익비를 비교해 보는 것은 그래도 유의미합니다. 수익비는 자기가 납부한 연금액 총액 대비 돌려받는 연금의 비율입니다. 수익비 역시 가입연도(공무원은 임용연도)나 월급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밀한 비교는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나마 연금 가입자의 혜택 규모를 따져보는 데는 유용합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8년 이후 가입자 가운데 월 소득 200만 원인 사람을 기준으로 수익비가 1.8배입니다. 이에 비해 공무원연금은 2010년 이후 임용자의 경우 약 2.3배입니다. 공무원연금 대상자가 약 30% 정도 더 돌려 받습니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은 100만 원 내고 180만 원 돌려받는데, 공무원연금은 100만 원 내고 230만 원 돌려받는다는 겁니다(군인 연금은 공무원 연금보다 수익비가 더 높아서 약 3배에 가깝습니다. 계급 정년제도로 인한 조기 퇴직 가능성, 국가에 대한 헌신과 오지 순환 근무등에 대한 보상적 측면, 군 전체의 사기문제 등 특수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단순하게 연금 수령액을 비교하는 기사 보다 조금 더 영민한 기사는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듭니다. 이어 공적연금 가입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서 기금 운용 수익으로는 충당이 안 되고(즉, 적자가 나고) 결국 연간 약 3조(공무원연금 + 군인연금) 원에 가까운 세금이 적자를 메우는 데 투입되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이쯤되면 웬만큼 강한 정신력을 가진 분이라도 멘탈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안 그래도 철밥통이라 얄미운 공무원들 연금 주는데 내 피같은 세금이 무려 3조나 쓰인다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봐야 할 것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면을 들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국민연금도 과거에는 수익비가 2배 이상으로 꽤 짭짤(?)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2008년도에 개혁(악?)을 한 이후에 수익비가 해년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민연금은 점차 노후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거나 최소한 약화되는 중입니다.

반대로 공무원연금이 노후보장 효과가 크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연금이 연금다운 거죠. 여기서 아마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연금이야 많이 돌려받을수록 좋은 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그걸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그건 어쩌라는 거냐'. 전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적자의 원인이 이런 높은 수익비 때문이라고 할 수 만은 없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약 3년 동안 공공부문에서 약 10만 명 안팎의 공무원들이 구조조정됐습니다. 96년도에 약 99만 명이던 공무원 규모는 99년도에 90만 명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공무원 규모가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대량 해고 이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더디고 지지부진했던 겁니다. 거기다 96년도에 약 6조 원에 달했던 공적연금 운용기금은 2000년도에는 1조 7천억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시 정부가 시행령까지 바꿔가며 적립된 기금을 꺼내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연금의 재정안정성은 가입자 규모가 많을수록, 운용하는 기금이 크고 수익률이 좋을수록 높아집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공적 연금의 재정안정성을 크게 훼손해 버렸습니다. 현재 공적연금의 적립금은 약 7조 원 입니다. 당시 정부가 꺼내 쓴 돈이 6조 9천억 원인데 지금 가치로 따져보면 약 13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공적연금은 적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외환위기는 국가적 비상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공적연금 적자의 원인이 오롯이 '공무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서'는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 연금 그리고 언론의 역할

공무원 편들자는 게 아닙니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현재' 적자가 나고 심지어 그 폭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연금 납부액을 늘리는 방식이건, 수익비를 낮추는 방식이건 어떻게든 연금 제도를 손질해야 합니다. 연금은 혜택 못지 않게 지속가능성, 즉 재정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할 땐 재원 고갈 시점, 인구구조, 예상 경제 성장률, 가입자 저항감 등을 놓고 수준 높고 밀도있는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집니다. 누군가 "공적 연금은 많이 주니까 국민연금도 그에 맞춰 많이 달라"고 주장한다면, 아마 '저 사람은 누구지?' 하는 취급을 받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수익비가 낮으니 공적연금도 낮추라는 식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도, 공적연금도 제도 정비를 위해선 원인과 현 실태에 대한 정밀한 분석, 이해관계자들의 타협과 양보, 합리적인 대안 도출과 사회적 합의 과정 등이 필요합니다. 언론은 그런 과정 과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확한 팩트와 시각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공론장을 펼쳐줘야 합니다. 한마디로 좀 수준이 되는 논의가 진행되도록 여론을 형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 뒤 맥락 툭툭 잘라내고 말초적인 팩트를 교묘하게 전면에 배치해 악감정을 자극하는 행태는 여론 형성이 아니라 여론몰이일 뿐입니다. 공적연금 개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기자가 알면서도 그렇게 기사를 쓴다면 불공정한 것이고, 모르고 쓴다면 기자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고민없이 쉽게 써도 되는 기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금과 관련된 기사는 특히 더 고민하고 숙고해서 써야 합니다. 보도자료 인용해 편히 쓰기에는 연금은 너무나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연금은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노후가 걸린, 복지 정책의 기본이자 뼈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