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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학원가 '석면 범벅', 방학 맞아 학생 몰리는데…그 후

[취재파일] 학원가 '석면 범벅', 방학 맞아 학생 몰리는데…그 후
▲ 지난 7월 28일 SBS 8시 뉴스 <학원가 '석면 범벅', 방학 맞아 학생 몰리는데> 보도

 지난주 SBS 8시뉴스가 <학원가 '석면 범벅', 방학 맞아 학생 몰리는데…> 라는 보도를 내놓은 뒤 환경부에서 다음날 바로 설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석면 자재가 사용된 학원가 건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가 건물의 숫자를 포함한 대략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하루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는데 석면 피해가 우려되는 건물의 숫자가 파악돼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몇 가지 눈에 띕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학원 건물 218곳 가운데 99곳을 제외한 119곳은 이미 석면 조사가 마무리된 상태였습니다. 서울 지역 학원 건물 132곳 가운데는 73곳을 제외한 59곳이 석면 조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기한 마감인 내년 4월 29일까지는 조사가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경부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밝혔습니다.
▲ 환경부가 SBS 보도 뒤 발표한 학원건물 석면조사 현황
 
 문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파악하고 있는 통계에서도 석면 함유 자재가 사용된 건물이 여러 곳 드러나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에는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서울의 학원가 건물 가운데 31곳에서 석면이 발견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아직 학원건물 73곳에 대한 조사가 덜 끝난 상황을 감안할 때 석면 자재가 쓰인 건물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석면 자재가 사용된 건물에서 머물게 있지만, 석면 자재가 쓰인 건물 천정을 당장 교체한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 방학 대부분을 학원가 건물에서 보내는 학생들

 환경단체들은 학원가의 석면 함유 자재 사용 실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강제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학생들의 석면 노출 가능성이 여전하고 소량이라도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미 유지되고 있는 「석면안전관리법」이 건물주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건물주가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난 건축 자재를 폐기하지 않을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지만 안전관리점검 자체를 소홀히 할 경우는 몇 백 만원의 벌금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보도에서 짚었듯 석면 자재는 폐기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서는 석면 함유 자재에 대한 관리나 폐기 모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부나 지자체가 직접 나서 강제 철거 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석면을 소량이라도 흡입할 경우 악성중피종 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환경부가 소규모 학원 건물에 대한 석면관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입니다. 현행 「석면안전관리법 시행령」(제29조)에 따르면 건축물에 대한 석면조사는 연면적 1,000 제곱미터 이상의 학원에 대해서만 가능한데 이 조사를 면적이 작은 규모의 학원 건물에도 시행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1,000 제곱미터 이하의 건물 가운데는 국회나 법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소속된 기관을 포함한 중앙행정기관 건물에만 석면 조사가 제한돼 있었습니다. 건물의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제3조)에서도 학원 건물은 연면적 1,000 제곱미터에 대해서만 조사가 한정돼 있었습니다. 1,000 이하의 건물은 영화관이나 전시장 등 일부 목적의 건물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 서울 노원구 은행사거리 건물 30곳 가운데 25곳에서 석면 검출(출처:환경시민보건센터 조사)

 SBS의 보도 뒤 서울 노원구와 강남구의 학원가에 대해서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을 포함해 지자체가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는 것을 취재결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석면 가루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주변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른 시일 안에 아이들이 석면 위험에서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환경부와 서울시의 대처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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