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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수많은 정보의 폭포에서 헤매는 현대인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만나다'

미술관 안에 종이 폭포가 생겼다. 흘러 내리는 수많은 가닥의 종이실. 말 그대로 폭포다. 종이폭포를 따라 올라가보니 여러권의 책이 열려 있다. 종이실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영어로 뭔가 잔뜩 써있다. 해체된 책의 본래 모습은 백과사전인 것 같다.

작품 앞에 알기 쉽게 쓴 설명.
기획 과정부터 참여해 함께 스터디한 중학생들이 쓴 글이다. 어려운 개념들을 떠올리던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쉬운 표현이 더 정곡을 찌른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뒤죽박죽 섞여 원래의 의미와 다르게 읽히는 것이 꼭 현대미술을 해석하는 방문객들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하은)

이 거대한 작품은 꼭 내 머릿속 같다. 무언가 있긴 있지만 다 잘리고 뒤섞여 있어. 단, 내 머리속에는 이렇게 많은 정보가 없다는 것이 함정! (차승호)

저 폭포 속에 우리가 들어가게 된다면 정말 깔려 죽을 것 같아. 쏟아지는, 어쩌면 허구이거나 유통기간이 지나버려 이제는 아무 소용없는 정보들이라면 우리는 그 많은 정보들에 깔려서 꺼내 달라고 소리치는 것은 아닐까? (강지민)


떠오르는 건 최근에 본 기사다. 사전이 더이상 팔리지 않는 시대라는 내용이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사전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이 더 좋아진걸까? 단언하기 어렵다. 백과사전과 언어사전은 더이상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 인터넷 상의 정보만 업데이트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브리태니커 같이 지식의 보증수표는 이제 없다. 너무 많은 정보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길 바랄 뿐.

중학생들이 어떻게 참여했어요?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전시를 기획하면서 현대 미술을 보는 다른 눈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중학생들과 함께 스터디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전시에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참여한다. 함께 이야기하고 스터디하고 미술을 마음껏 ‘씹어’보면서 자신들만의 미술 경험을 털어 놓는다. 이들이 느끼고 해석한 작품이야기는 실제 오디오 가이드로 제작되었다. 미술관에서 대여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보면 중학생들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중학생들의 언어에는 작가가 큐레이터 들이 흔히 사용하는 ‘재맥락화’ 같은 이상한 단어가 없다.

취재협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오작동 라이브러리’
작품 – 권죽희,  'fromthebooktothespac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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