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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월호 석 달…"국회는 뭐 하는 곳입니까!" 유가족들의 절규

[취재파일] 세월호 석 달…"국회는 뭐 하는 곳입니까!" 유가족들의 절규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석달째 되는 날입니다. 박 대통령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날입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가슴 아픈 참사를 겪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실종자 가족들이 노숙하면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회가 국회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건 벌써 닷새째.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는 사흘째입니다. 지난 토요일부터는 국회 입구부터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있고 단식 농성 시작하고부터는 119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할만한 것이, 어제까지만 해도 국회 정문에서 바라보면 본청 현관 앞에는 유족들이 만든 플래카드와 종이배들이 마치 노란 물결처럼 펼쳐져있고 잔디마당에서는 ‘제헌절 잔치’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제헌절을 맞아 국민들에게 국회를 개방한다며 KBS 열린음악회 행사를 위한 무대 설치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어제 오후 늦게 행사는 취소됐지만 “제발 제대로된 특별법 좀 만들어달라“고 절규하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투쟁하고 있는 유가족들 눈앞에서 그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잔치 준비만 벌인 셈입니다. 그들은 경찰들에 가로막혀 일반인도 엄연히 출입이 가능한 국회 본청 문안에는 들어갈 수도 없었고, 찬 바닥에서 밤을 보내야했습니다.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대통령님 국회의원님 꼭 기억하십시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습니다."

유가족 대표의 가슴아픈 절규입니다. 대체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회까지 온 세월호 유족을 취재하는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넘어 살아남은 이들이 이익을 챙기려는 것은 아니냐 하는 의혹을 갖는 시각들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들려왔습니다. 피해보상과 대학 특례 입학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들입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보상이나 바란 것처럼 보일까봐 세월호 가족 대책위에서 제안한 특별법에서 그 부분은 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울면서 기자회견에 나선 00 엄마, 00 아빠... 이렇게 슬픈 회견이 또 있을까요. “저 살면서 밥을 굶거나 해본 적 없습니다. 그렇지만 힘이 없어서 죽어간 아이를 위해서, 최소한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진실은 밝혀줘야 겠기에 또 힘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못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서 목숨 걸고 싸워보겠다”고 절규했습니다.

세월호 유족 단식농
“유가족 참여 특별법 제정“ ”유가족은 들러리가 아닙니다“

국회 앞 농성 중인 유가족들이 들고 나선 플래카드의 핵심 문구입니다. 가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무늬만 특별법이 아닌,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는 것입니다. 성역없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조사위원회가 수사권 갖게 해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여당은 수사권은 절대 못준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지난 토요일에는 여야와 유족들까지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구성해 특별법을 논의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자 한발 물러섰습니다. 권한이 있는 협의체로 참가시켜주지 않아도 좋으니, 참관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야 당신들 잇속대로 마음대로 하지 말고 지켜볼 수 있게 만이라도 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여야가 입법을 논의하는 ‘세월호 입법 TF 회의’에서 “가족들 참관은 왜 안되는 것인가요” 하고 기자가 묻자 여당 간사는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이미 어젯밤에 결론지은 내용입니다.” 이유를 물으니 “회의 내용은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함께 협의했던 야당 위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참관은 왜 안된다는거죠?” “자유롭게 논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논의까지는 어렵더라도 지켜만 보고 싶다는 유족들의 요구는 결국 거절당했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중에는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가 세월호 참사를 AI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가 항의하는 유족이 퇴장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진짜 너무하시는 거 아닌가요. 우리한테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요. 다 죽어버릴까요? 진도 가서 아이들 따라 다 죽어버릴까요.”

그제 국회 본청 문 앞에 있는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문재인 의원에게 한 유족이 울부짖으며 한 말입니다.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들 뿐 아니라, 새누리당 사령탑에 오른 김무성 대표도 어제 유족들을 찾았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노력해보겠다”고 답을 하긴 했는데요. 당초 약속은 오늘 본회의에서 특별법 처리하겠다는 거였는데 어려워 보입니다. 내일이 이번 임시국회가 열리는 마지막날이어서 만약 내일까지 특별법 처리하지 못한다면 언제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여야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국가 배상과 보상 대책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조사위원회 수사권 부여와 조사위 구성 문제를 놓고 여야가 조금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세월호 탑승했다 살아남은 학생들이, 힘겹게 살아갈 노력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습니다. 어제 오후 안산을 출발해서 국회까지 1박 2일에 걸쳐 도보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밤에는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에서 휴식을 취했다고는 하는데, 너무 많이 걸어서 지쳐 아침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다시 힘을 내어 힘겹게 걸어서 오늘 오후 3시에나 국회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다른 요구사항은 없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부모님 얼굴 보고 용기 내시라고 격려하러 온다고 합니다. 세월호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모두들 외쳤는데 대체 뭐가 달라졌을까요. 희생자 가족들 정원 외 1% 내에서 대학 특례입학 허용하는 법안은 통과됐습니다만, “아무리 외쳐도, 가장 중요할 때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는 들어주지 않고, 기다리라고만 한다”는 가족들의 절규에 아무 할 말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들과 연대해 촛불집회 이어간다고 하는데 과연 청와대에 이 소리가 들릴지 걱정입니다. 골든타임 다 지나기 전에, 배가 완전히 침몰해버리기 전에 들려야할텐데 말이지요. 조사위 수사권 도입을 두고 전례없는 일이라고 여야가 싸우고 있는데, 내일까지 안되면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라도 법안 만들어서 진실 규명에 한발 다가설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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