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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홍명보 감독 "해볼 만한 1년"…축구협회 "짧은 1년"

실패로 끝난 1년의 도전

2013년 6월 25일, 홍명보 감독은 당당하게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 회견을 했습니다. 월드컵이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기간 안에 변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했고,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도전 의욕을 고취시켰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홍 감독의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1년이라는 시간 밖에 홍 감독에게 주지 못한 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감독 한 명이 팀을 변화시키기에 너무나 짧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허 부회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축구협회는 1년이 짧은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왜 1년 전에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겁니까? 이미 1년 전에 브라질 월드컵 성적은 포기한 건가요? 허 부회장의 말대로라면 협회는 홍 감독을 뽑는 시점에서 이미 누군가 책임을 졌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축구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지 1무 2패라는 16년 만의 최악의 성적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기력을 우선으로 선수를 뽑겠다던 자신의 원칙을 져버리고 이른바 '의리'로 선수를 선발한 홍 감독에 대한 실망, 상대의 전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협회와 코칭 스태프의 '정보력 부재', 그리고 어느 상황에서나 같은 전술로 일관한 '작전의 부재' 처럼 준비 과정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에 팬들은 등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협회는 아직 까지도 무엇이 잘못인지, 누가 잘못한 건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축구 협회의 말대로 대표팀 감독을 바꾸는 게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조금만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임기와 상관없이 감독을 경질했고, 감독 교체가 최상의 결과로 이어진 적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국가 대표 감독직을 파리 목숨으로 알던 축구협회가 이번에는 왜 계약 기간에 연연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원칙에 의한 유임이 아닌 또 다른 '의리'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난 것은 아닐까 해서 걱정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참고로 멕시코의 에레라 감독은 홍 감독 보다 4개월가량 늦은 2013년 10월에야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힘겹게 본선 티켓을 따낸 역대 최약체로 불리는 멕시코를 8개월 만에 전혀 다른 팀으로 변화시켰습니다. 1년이라는 기간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상당히 긴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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