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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의 역습…제주 미나리 농가 초토화

"우렁이와 알을 계속 잡아 없앴지만 점점 불어나기만 할 뿐 속수무책입니다."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옹포천 하류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정광수(61)씨는 오늘(30일) 오전 미나리꽝 주변 얕은 물 속에 널려 있는 왕우렁이를 가리키며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분홍색의 왕우렁이 알이 미나리 줄기는 물론 잡초나 나무 밑동, 비닐하우스용 철재 기둥과 비닐, 플라스틱 상자 등에 징그럽게 붙어 있어 산란기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논둑길을 따라 50m쯤 걸어 들어간 곳에 있는 300㎡ 남짓한 비닐하우스 안쪽 미나리꽝은 아예 쑥대밭입니다.

정씨는 "이 비닐하우스 안쪽의 미나리는 모두 우렁이가 갉아먹었다"며 왕우렁이를 퇴치하지 않으면 미나리를 재배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맑은 용천수가 항상 흐르는 이곳은 예부터 미나리 생산지로 유명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이곳에 왕우렁이가 서식하면서 미나리 재배 농가들이 해마다 큰 피해를 보면서 재배농가가 크게 줄었습니다.

옹포천 상류 쪽에서 누군가 왕우렁이를 들여와 식용으로 양식하다가 도산한 이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왕우렁이가 주변으로 급속히 퍼졌기 때문입니다.

왕우렁이를 퇴치하려면 고독성 농약을 써야 하지만 식용으로 미나리를 재배하는 상황에서 농약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매일 손으로 일일이 왕우렁이를 잡아내고 알을 떼어내지만 왕우렁이의 증식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곳 미나리 재배 농가들은 우렁이 양식업자만 원망하며 지내다가 급기야 행정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해 왕우렁이의 역습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미나리 재배 농가들의 구원 요청에 행정 당국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왕우렁이의 원산지는 중남미 지역입니다.

한국에는 1983년 충남 지역에 공식적으로 수입된 이후 친환경 농법에 이용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곳곳에 퍼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년 전부터 제주도와 전라도, 경상도 지방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돼 한국의 기후에 완전히 적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토종 우렁이는 1회에 30∼5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지만, 왕우렁이는 수백 개에서 1천 개 정도의 알을 낳아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합니다.

왕우렁이는 식물은 물론 배합사료나 물고기 사체까지도 먹는 잡식성의 유해생물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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