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결과는 미국 예일대 브레트 킹 박사팀이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시트르산 토파시티닙(tofacitinib citrate)’을 투여해 25살 남성 전신탈모 환자를 완치시켰다는 내용입니다. 연구팀은 7년째 전신탈모증을 앓아온 이 환자에게 토파시티닙 5mg을 하루 두 번 투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처음으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했고, 투여량을 하루 15mg으로 늘리자 3개월 뒤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을 비롯한 온몸의 체모가 모두 정상으로 회복됐습니다.
특히 이 환자는 두피가 빨개지면서 비듬처럼 하얀 인설이 쌓이는 건선도 함께 앓고 있었는데, 토파시니팁을 투여한 뒤로 건선도 눈에 띄게 호전됐습니다. 약 하나로 만성질환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잡은 셈입니다. 미국 학술지 ‘피부연구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쯤 되니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어떻게 전신탈모를 치료했다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탈모증은 당사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기에 사람들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신탈모는 일반적인 탈모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주로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를 꼽습니다. 반면 전신탈모는 면역체계가 피부의 모낭을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로 오인해 공격하면서 머리카락을 비롯한 체모가 빠지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따라서 보통 이마에서부터 진행되는 유전적인 탈모와는 달리 원형탈모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류머티스 관절염 역시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면역체계의 T세포가 관절 내부의 윤활제 역할을 하는 활막에 만성적 염증을 일으키면서 연골과 관절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토파시티닙은 바로 이 과정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체계 일부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면역과 염증반응에 관계하는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효소 ‘야누스 키나제(Janus kinase)', 일명 ’잭(JAK)'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23일에는 또 서울대 의대 이은봉 교수팀과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공동 연구팀이 토파시티닙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 효과와 안정성이 기존 치료제인 ‘메토트렉세이트’보다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토파시티닙을 10mg씩 복용한 환자의 경우 6개월 뒤 뚜렷한 증상 개선을 보인 경우가 메토트렉세이트보다 3배 이상 더 높았다는 겁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최신호에 발표됐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탈모의 경우 추가 임상시험과 국내 건강보험 약가 산정문제도 남아있고, 부작용도 극복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토파시티닙의 가장 큰 부작용은 면역체계의 기능을 억제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따라오는 감염, 그리고 암 발생 위험입니다. 다만 지난 2012년 최초의 경구형 JAK 억제약물로 개발된 이후 림프종 등의 감염 위험이 기존 치료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미국 FDA 약물자문위원회의 판단으로 FDA 최종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또한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서의 토파시티닙이 류머티즘의 구조적 진행도 멈출 수 있을지는 앞으로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관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