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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진 한 장으로 동물 마음 읽는다는데…과연?

[취재파일] 사진 한 장으로 동물 마음 읽는다는데…과연?
“저는 10년 넘게 키운 강아지를 떠나보냈습니다. 마지막엔 마음이 아파서 동물마음을 읽어준다는 사람도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사람이 수상한 거 같습니다. 취재 부탁합니다.”

어느 50대 남성이 보내신 제보 이메일입니다. 이 제보자는 동물의 마음을 읽어준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Animal Communicator)’에 대해 제보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보자는 한 달 전 강아지가 아파서 동물병원을 갔습니다. 강아지를 진단한 수의사는 병이 깊어 치료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강아지를 그렇게 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강아지를 편하게 보내주자는 수의사를 뒤로 하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았습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제보자에게 큰 희망을 줬습니다. 강아지 사진을 한참 보더니, 강아지가 자기에게 “나는 괜찮다. 건강해질 거다. 주인에게도 그렇게 전해 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격으로 좋은 기를 보내주면 강아지가 회복할 거라고도 했습니다. 제보자는 이메일 상담료와 기 치료비(?) 20만 원을 기쁜 마음으로 입금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틀 뒤 강아지는 다른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그 다음 날 제보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제가 좋은 기를 보내줘서 강아지가 많이 회복한 거 같네요. 앞으로 더 좋아질 테니 기 치료를 더하면서 기다려 봅시다.” 이미 죽은 동물에게 기치료를 더 하자고 얘기하자, 그제야 제보자는 자신이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어떤 직업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일명 애커로 불리는 사람들은 동물의 마음을 읽고 주인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상담은 주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진행하는데, 강아지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문자나 이메일로 보내면 사진을 통해 동물과 교감한 뒤 그 내용을 주인에게 알려준다고 말합니다. 비용은 평균 질문 3~5개에 5만 원~10만 원가량입니다. 물론, 직접 만나서 상담을 받으면 가격은 더 비싸집니다. 많이 오가는 질문은 “왜 배변을 아무 데나 하느냐?”, “왜 자꾸 깨무느냐?”, “아픈 거 같은데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가?” 등 동물의 이상행동이나 질병에 대한 것들입니다. 이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은 더 나아가 심지어 죽은 동물과의 심리도 알아봐 준다는 이른바 ‘영혼교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 인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상담을 받으려면 한두 달을 기다려야 할 만큼 동물애호가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이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저희 취재진이 직접 상담을 의뢰해 봤습니다. 먼저, 인터넷 통해 찾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5명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에게 같은 강아지 사진을 보내고 이메일과 전화, 대면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상담내용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답변을 주는지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단 5명이 답한 상담내용은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배에 종양 같은 게 보여서 위중해 보인다.”라는 내용부터 “집에 함께 키우는 다른 동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이 약해졌다.”, “몸에 피가 안 통해서 기가 허해졌지만, 의뢰인(기자)이 평소에 잘 보듬어줘서 행복해 보인다." 등 5명의 답변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사실관계도 대부분이 맞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보기 위해 강아지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종합검진을 받아봤습니다. 엑스선검사, 초음파, 혈액검사, 소변검사, 전해질검사 등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위중하거나 아프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말과는 달리 강아지는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진을 맡은 수의사는 사고 이외에 어떤 질병으로 강아지가 가까운 시일 안에 죽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집에 함께 키우는 다른 동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의뢰자인 제가 평소에 잘 보듬어준다.’라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 강아지는 제가 키우는 강아지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 강아지의 주인은 동물을 함께 키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알려준 내용은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일 뿐입니다.”

취재과정에서 현재 활동 중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털어놓은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뉴스 리포트에서 다 전달해 드리지 못한 인터뷰한 내용을 추가로 전해 드립니다.

<현직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인터뷰>
질문 :
어떻게 이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나?
답변 : 다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운영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양성과정 수업을 듣고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질문 : 양성교육에선 무엇을 배웠나?
답변 : 수업에선 ‘동물의 교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게 거의 텔레파시 수준이다. 동물 몸에 흐르는 전류에 주파수를 맞춰서 교감한다고 한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은 심장의 파동을 본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병원에서 측정하는 심전도다. 그렇게 따지면, 심전도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긴데 아직 그런 얘긴 들어보지를 못했다.“

질문 : 상담 내용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답변 : 한마디로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다. 대부분이 다 끼워 맞추기다. 미리 의뢰인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묻는다. 몸이 어디가 아픈지, 동물병원에 갔는지 갔다면 수의사가 뭐라고 하는지 그런 걸 먼저 묻는다. 정보가 부족하면 교감상태가 30~50%밖에 안 돼서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또 묻는다. 그런 정보를 가공해서 주인에게 맞춰 얘기한다.

질문 : 정보가 없으면 못 맞춘다는 얘기인가?
답변 : 그렇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사람마다 상담내용이 다르게 나온다. 솔직히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어차피 주인들도 정답을 모른다, 동물한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 않나? 나도 아르바이트 삼아 일하고 있지만, 양심에 가책을 많이 느낀다. 만약,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진짜로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하면 '제인 구달' 같은 동물학자들은 바보가 되는 거다. 왜 평생을 그 오지에 가서 그 고생을 하나? 사진 한 장 찍어서 보내면 다 해결할 수 있는 거지.

전문가 의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대 수의학과 신남식 교수는 “사진만 보고 동물의 심리상태를 아는 건 난센스라고 본다. 외형으로 나타나는 건 매우 작은 단서일 뿐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동물의 습성과 형태, 질병 상태 등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생을 연구해도 잘 알 수 없는 게 동물의 행동이고 심리이다. 사진 한 장으로 동물의 상태를 알 수 있고 얘기하는 건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동물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느 수의사의 경험담을 끝으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이 수의사는 오랫동안 한 야생동물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해보니 이미 장부 내부는 곪을 대로 곪아 있었습니다. 야생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건 이 동물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오랜 친구를 보낸 수의사는 오랜 시간 아파했습니다. 이처럼 평생을 동물을 가까이에서 지켜봐도 알기 어려운 게 동물의 마음입니다. 동물의 마음을 읽는 건 이 수의사뿐 아니라 동물과 동고동락하는 모든 이들이 가지는,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란 직업을 또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폄하할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그 수단과 과정이 주먹구구식이라면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순수한 마음으로만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어느 문화인류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 이 간결한 메시지는 동물을 향한 우리의 마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동물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동물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주인일 것입니다.

※ 취재과정에서 신남식 교수(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정규식 교수(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최갑철 수의사의 자문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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