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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우는 농촌 어르신들 "세상이 달라져요"

<앵커>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일하느라 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뒤늦게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한글 교실을 찾고 있습니다. 한글을 배우니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강진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점심식사가 끝난 오후 1시, 마을회관에 가방을 든 할머니들이 하나 둘 나타납니다.

교실에 들어선 할머니는 20여 명.

오늘(11일) 수업은 사물을 흉내 내는 소리 배우기입니다.

마치 유치원의 꼬마학생들처럼 칠순, 팔순의 노인들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선생님을 따라 합니다.

삐뚤빼뚤한 모양으로 시작하지만,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다 보니 제법 잘 쓴 글씨가 완성됩니다.

애들 키우느라, 농사일하랴 배울 기회를 놓쳤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니 스스로 대견합니다.

[손석희/75세, 문해교실 학생 : 그전에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옛날에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배우니까 재미있어요.]

때로는 한바탕 웃음으로,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할머니들은 어느새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집니다.

[표건자/75세, 문해교실 학생 : 여기 오려고 할 게 있어도 빨리 하고 틈내서 하고… 여기 올 생각으로 집에서도 빨리빨리 하고 오지. 여기 올 생각만 하고.]

올해 여든의 김매화 할머니.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 병수발에 온종일 피곤하지만 잠시 짬을 내 숙제를 하고 오늘 배운 내용도 복습합니다.

할머니는 버스를 자유롭게 타고, 성경을 읽을 줄 아는 오늘이 꿈만 같다고 말합니다.

[김매화/문해교실 학생 : 차 탈때 좋고, 어디 차인지 알아보고, 어디 가는지 알아보고. 그러니까 좋지. 재미있고.]

부여군에서 문해교실이 운영된 건 6년째, 매주 2차례 이뤄지며 지금까지 1천500여 명이 한글을 깨쳤습니다.

[이옥분/문해교실 교사 : 한 발 딛기를 어려워 하시는데 일단 나와서 연필을 잡고 공부를 하다 보고 또 공부를 하다 보면 한 자 한 자 깨우치시잖아요. 그러면 거기에서 보람을 굉장히 크게 가지시고요.]

현재 충남 일부 시·군이 문해교실을 운영하면서 만족도가 높은 만큼 도내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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