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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클럽 화재…대피 어려운 이유는?

[취재파일] 클럽 화재…대피 어려운 이유는?
나이트클럽, 클럽, 감성 주점 등 클럽으로 통칭해 부를 수 있는 주점들 대다수가 여전히 안전불감증 상태이고 모의 실험 결과 상당한 인명피해가 예상 된다는 보도를 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탈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지, 무슨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지 못한 듯해 이번엔 그 내용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상식적으로 떠올려 볼 수 있는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 있을 겁니다.  술 마시고, 어둡고 시끄럽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겁니다. 화재 모의 실험 초반부터 나타난 이른바 '병목현상'에 대해서는 앞선 취재파일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대피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건 심리적인 상황에서부터 구조적인 상황까지 다양합니다. 먼저 살펴볼 점은 불이 나도 사람들이 바로 달아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재 사실을 인지하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람들의 '군중 심리'도 주요 원인입니다.

[최준호 / 부경대 소방공학과 교수]
"술 마시죠, 시끄럽죠, 어둡죠. 그렇기 때문에 반응이 느려요. 반응하고 그 다음에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또 많이 걸리고. 게다가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을 때 반응이 느려요. 반응 속도가 느려요. 그러니까 불이 있더라도 옆 사람이 가만 있으면 어 불이야? 그런데 옆 사람이 가만있네? 가만있어요. 그런데 혼자 있으면 연기 조금이라도 나도 이렇게 막 잘 보고 할텐데 그게 군중심리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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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서 불이 난 사실을 보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진화나 대피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나이트 클럽 화재 당시, 클럽 내부에서 찍은 영상을 살펴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화려한 불꽃쇼로 불티가 튀면서 불이 붙은 모습이 보이는데 사람들은 움직일 생각을 안합니다.

불이 붙기 시작해도 거의 30초 정도 가만히 지켜봅니다. 군중 가운데 쯤에서 한 사람이 나가라고 손짓까지 하지만 움직이질 않죠. 밴드조차 연주를 멈췄는데도요. 그러다가 벨이 울리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대피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앞다투어 나가려다 보니까 대피 시간은 더 오래 걸립니다. 극한행동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밀려있는 다른 사람들을 밀치거나 뚫고 나가려는 행동 같은 것들입니다.

[최준호 / 부경대 소방공학과 교수]
"대부분 화염이나 유독가스로 인해서 사망을 하는 게 많고. 화염보다 유독가스로 인해서 많이 사망하는데요. (미국 로드아일랜드 화재에서) 일부는 피난과정에서 압사했습니다. 밟히거나 몰려가지고요."

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에 두거나 창을 없앤 구조도 대피에 큰 취약점입니다. 창이 없으면 연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데다가 벽과 천정으로부터 열복사가 많아 화염온도가 상당히 빠르게 올라갑니다. 게다가 정전으로 불이라도 꺼지면 혼란은 더욱 극대화 됩니다. 또 창문이 없으면 창 밖의 공간 정보가 차단되기 때문에 방향감각이 더 쉽게 상실된다고 합니다. 또 창이 없는 폐쇄된 구조에서는 산소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화재시 연기와 일산화탄소의 발생량이 더 많아지면서 대피 시간을 더 짧게 만드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최준호 / 부경대 소방공학과 교수]
"지하는 더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위로 올라가야, 건물 위로 올라가야 되니까요. 계단을 타고 건물 밖으로 나와야 되는데, 연기도 함께 올라옵니다. 그렇다보니까 연기가 올라오는 방향이랑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향이랑 똑같으니까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연기의 방향뿐만 아니라 지하공간의 경우엔 심리적으로 긴급 상황에서 감금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극한 행동이 나올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겁니다. 또 계단을 내려가는 것과 올라가는 것을 비교하면 당연히 올라가는 게 힘이 많이 들겠지요.

그런데 그것과 동시에 연기도 함께 몰려드는 곳도 바로 지상과 연결된 비상구이기 때문에 피난 속도는 더욱 느려지는 겁니다. 게다가 화염도 위로 분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같은 곳을 따라 번져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대피하기 위해 몰리는 곳과 연기가 몰리는 곳, 화염이 몰리는 곳 게다가 소방대원들이 진압을 하기 위해 뛰어드는 곳이 모두 한 장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지하 내부의 진화중인 소방대원과 지상 지휘대와의 무선 연락도 원활하게 유지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진압 활동 또한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지난 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참사를 기억하십니까. 지하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2층 주점에 있었던 10대 청소년 등 50여 명이 숨졌고, 70여명이 다쳤습니다. 불은 몇시간 동안 났던 게 아닙니다. 35분만에 불은 꺼졌습니다. 

그 사이 채 피어보지도 못한 많은 청소년들이 목숨을 잃었던 겁니다.  이렇게 많은 대피 취약점이 있지만 모든 나이트클럽이나 클럽, 감성주점이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지 말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안이 우리에게 합리적이면서도 가장 안전한지 찾아가는 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투자가 그 어떤 투자보다도 값진 투자다라는 생각이 없는 한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안전이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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