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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이카 봉사단원의 죽음…그의 죽음이 더 슬픈 이유

[취재파일] 코이카 봉사단원의 죽음…그의 죽음이 더 슬픈 이유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종류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윤화(輪禍)를 입어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한 친구의 죽음, 오랜 투병 끝에 맞이하는 부모님과의 사별, 백수(白壽)를 누리다 영면에 든 증조부의 호상... 어느 하나 슬프지 않은 죽음이 있겠냐마는 분명 그 슬픔에는 강도의 차이가 있다. 아흔아홉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죽음보다는 불치병으로 요절한 아들의 죽음이 훨씬 더 애절할 것이요, 부귀영화 다 누리다 심장마비로 죽은 부자의 죽음보다는 꽃피우지 못한 청년 구직자의 죽음이 더 가슴 아플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국민의 심장을 후벼 파내며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의 슬픔을 불러 일으킨 것은 캄캄한 선체 안에서 최후를 맞이한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부모와 학교의 둥지 속에서 기나긴 시간 동안 사회에 나갈 채비를 마친 젊은이들이 감격스런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다는 건 정말 너무나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1일 일어난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 소속 해외 봉사단원의 사망 사고도 이런 이유에서 큰 슬픔을 불러 일으킨다.

KOICA


 지난 주 정부 외교 부처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왔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에서 탄자니아로 파견돼 봉사활동을 하던 30대 젊은이가 말라리아에 감염돼 숨졌다는 것이다. 탄자니아의 경찰서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벌이던 34살의 남성 봉사단원은 댕기열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현지 병원에서 말라리아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순식간에 병세가 악화되었고 불과 사흘 만에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이 봉사단원은 지난해 9월 현지에 파견돼 2년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었지만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어선지 정부는 관련 소식을 곧바로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인데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숨진 봉사단원이 너무나 바르고 착한 젊은이였다고 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재능을 살려 아프리카 오지에서 봉사할 기회를 잡았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그러나 그 기쁨은 되돌릴 수 없는 이별과 그리움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코이카는 오지로 나가는 모든 봉사단원들에게 출국 전 예방접종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라리아의 경우 예방접종을 한 뒤 약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독한 약이라서 봉사단원들에게 강요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의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 10월에는 스리랑카 중부 산악지대에서 활동하던 20대 코이카 봉사단원 두 명이 낙뢰에 맞아 숨졌다. 이후 해외 봉사단원들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추미애 의원은 "해외 봉사단원들은 산재보험과 같은 해외근재보험, 단체 상해보험 등에 가입하고 있지만 해일, 지진 등과 같은 천재지변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코이카의 1600여명 봉사단원 가운데 해마다 50여명이 우울증, 디스크, 결핵 등 질병으로 귀국하고 있다며 안전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이카 봉사활동


 코이카는 외교부 출신으로 이란 대사와 뉴욕 총영사 등을 거친 김영목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 이사장은 취임 이후 코이카 조직의 운영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사회에 이바지하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개혁작업의 첫번째는 우리 젊은 봉사단원들의 안전문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고귀한 젊음이 사라지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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