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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둡고 시끄러운 클럽…당신의 안전은?

[취재파일] 어둡고 시끄러운 클럽…당신의 안전은?
2013년 1월 브라질 산타 마리아..232명 사망 120명 부상
2009년 12월 러시아 폐름..152명 사망
2009년 1월 태국 방콕..67명 사망
2008년 9월 중국 남부 광등성 선전..최소 43명 사망 확인
2004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194명 사망
2003년 2월 미국 로드아일랜드..100명 사망
2002년 11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50명 사망
2000년 12월 중국 허난성..309명 사망


모두 나이트클럽 화재로 대형 인명 피해가 있었던 사례들입니다.  술을 마시고 즐기는 건 금지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차원에서는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허락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과연 그 사이 안전은 얼마나 보장되어 있는 걸까요. 클럽 화재 시뮬레이션 실험은 바로 그런 질문에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부경대 최준호 교수님께서 평소 관심을 두고 계셨고,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험에 적용한 클럽은 기사에서 쓴 것처럼 주말이면 3천 명이 모인다는 곳입니다. 설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겠느냐라고 생각했지만 현장의 모습을 보고는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정말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해당 클럽의 보호를 위해 현재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내부 3천 명이라는 숫자는 해당 클럽 관계자가 계산해 말해준 것이었습니다.

일단 3천 명이 있는 상황을 만든 뒤, 사람들이 1층에 있는 3개의 비상구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다는 걸 가정해 실험했습니다. 술도 그리 취하지 않은 상태의 실험입니다. 그런데도 실험을 시작하자마자 나타나는 병목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병목현상이라는 말은 교통 정체시에 쓰는 용어입니다. 병의 목처럼 길이 갑자기 좁아지면서 생기는 정체현상인데, 이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겁니다. 사람은 많고 나갈 수 있는 복도나 문의 크기 같은 건 일정하니까 나가기가 힘듭니다. 그렇게 3천 명이 빠져나가는데 19분 42초가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클럽 등 주점에 있는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적용해서 실험을 했더니 32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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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 부경대 소방공학과 교수
"여기 있는 사람들은 출구가 어딘지 알고 있어요. 피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게 가정이거든요. 왜냐하면 출구로 내보내야 되니까. 근데 실제로는 출구를 못 찾아서 우왕좌왕 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그러니까 더 걸린다고 봐야 됩니다."

그렇다면 이 공간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가 문젭니다. 화재 대피 모의실험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기준들이 있는데, 이 실험에서 적용한 기준은 연기로 인한 가시거리입니다. 보통의 실험에서는 180cm 높이에서 가시거리가 10미터 이하로 떨어질 때를 생존 한계로 설정하는데 조금 더 여유를 두어 가시거리 5미터를 생존 한계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클럽에서 생존가능한 시간은 531초였습니다. 이 시간에 클럽을 빠져나간 사람은 1172명으로 3천 명가운데 절반이 넘는 1828명은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뉴스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클럽은 모두 3개의 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 3개의 층이 뚫려있는 구좁니다. 그래서 불은 1층에서 시작되었지만 연기는 3층부터 차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3층의 생존시간은 더욱 떨어지는데,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생존 가능시간은 54초. 1분이 채 안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이곳에서 불이 나게되면 앞선 결과처럼 1828명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 클럽에서는 종종 주 출입구 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비상구는 문을 잠궈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출입구가 2개로 줄어들 경우와 한 개만 열렸을 경우를 실험했더니 탈출시간은 19분 42초에서 25분 24초로, 또 39분 24초로 늘어났습니다. 술에 많이 취한 상황을 적용한 것도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서 참사는 사실상 예견된 일입니다.

최준호 / 부경대 소방공학과 교수
"여러 가지 화재 상황을 봤을 때, 그러니까 화재 사례를 봤었을 때 3분 안에 나가지 못하면 굉장히 위험한 여러 가지 이런 사건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클럽의 상황은 처음에 이 클럽이 영업신고한 상황과 동일하게 설정되었다는 겁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일반음식점의 상황이라는 겁니다. 분명히 춤을 추는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유흥주점 보다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할 소방설비가 훨씬 적습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게 되면 유흥주점의 소방법상 시설기준인 피난유도선이나 영상음향차단장치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영상음향차단장치가 없으면 불이 나도 음악이 계속 나오게 되고, 이 상황에서는 앞서 보도한 것처럼 불이 나서 대피하는데 1초가 급한 상황에서, 비상벨조차 들리지 않아 대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최근 식약처가 파악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클럽, 감성주점 등은 전국에 3백 개가 넘습니다. 

클럽 캡쳐_500
소방당국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당 영업장들의 업종 변경을 권장하고 있지만 일부 업주들은 꿈쩍도 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금부분이 문제인데 일반음식점의 경우엔 부가세 10%만 내면 되지만 유흥주점이 되면 개별소비세 10%도 별도로 내야하고, 건축물과 토지의 재산세와 취득세가 중과세 된다는 겁니다. 일반음식점에서 유흥주점으로 바꾸는 순간 세금이 4배나 뛴다고 하니 어차피 법의 틈새를 노려 신고한 것, 버틸때까지 버티려는 상황인 거죠. 또 특히 서울 홍대 인근의 클럽들의 경우엔 바뿌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홍대 대부분의 지역의 일반주거지역으로 유흥주점의 허가가 불가능한 곳입니다. 해당 지자체도 이 홍대의 클럽을  관광명소로 자랑까지 하는 상황인데 그저 없앨 수도 없으니 끙끙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소방당국은 아예 다중이용업소 자체의 기준을 개정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상황이지만, 앞서 보도해 드린 것처럼 특별 단속 이후 찾아간 클럽들의 모습은 비상구를 잠궈놓고, 금연 표시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담배를 피고, 불을 이용한 이벤트까지 하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수년 동안 제기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이제는 분명히 필요해 보입니다.

최준호 / 부경대 소방공학과 교수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이 되어있으면, 의무적으로 법적으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되는 소방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보니까 더 화재 위험성에 더욱더 노출이 되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이런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죠. 실질적으로는 유흥 주점처럼 영업을 하고 있지만 법적 하자는 없습니다. 법의 구멍을 어떻게 보면 잘 찾아서 들어간거죠. 그래서 법적으로도 빠른 대응을 해야 되고 그 다음에 지금 빨리 이렇게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또 어떤 위험한 대형 재난, 그 다음에 대형 인명 피해가 날 지 모르는 이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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