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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대참사' 망각한 일본을 본받자고?…한 법원장의 통렬한 판결

[월드리포트] '대참사' 망각한 일본을 본받자고?…한 법원장의 통렬한 판결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외국의 안전 대책을 배우자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일본을 본받자는 기사도 자주 지면이나 방송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일본 사회를 칭찬하는 기사도 그런 유형의 기사입니다. 저도 그런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선진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잘하기만 하는 걸까요? 일본을 한번 돌아보면, 일본은 오히려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참사의 교훈을 금방 잊어버린 대표적인 나라가 지금 일본입니다. 3년 전에 발생한 전후 최대의 참사에도 불구하고, 안전보다는 경쟁력을 먼저 따지고 있는 게 현재 아베 정권이고 일본 사회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법원이 통렬한 펀치를 날렸습니다.

일본 중부 후쿠이현 지방법원은 어제 오이원전 3,4호기 원전 재가동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판결입니다. 재판장은 원전의 지진 안전대책이 불충분한 점을 지적하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생존의 기초인 인격권은 헌법상의 권리이다. 많은 사람의 생존과 관련되는 권리를 전기료의 높고 낮음 문제와 동등하게 판단하는 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 특히, "대참사일수록 생각하는 것처럼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교훈을 망각한 정부와 전력회사의 낙관적인 원전 대책을 비판했습니다.

일본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제로입니다. 그런데도 전력 부족 현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보다 전력 사정이 여유롭습니다. 다만, 전기료는 지역별로 10~20% 정도 올랐습니다.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는 셰일가스 혁명 덕분에 석유가 모자라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본이 원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 있는 적기인 겁니다. 당분간 비용만 좀 더 들 뿐입니다.

그러면,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이유가 단지 '비용' 때문이고 '경쟁력' 때문일까요? 원전 제로 정책에 투신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사석에서 "'원전 마피아'에 둘러싸인 현 자민당은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은 '비용'이나 '효율' 때문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이해관계' 때문에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게 노정객의 생각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지면  한국에서도 비용이나 효율 우선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겁니다. 이때 '이해관계'를 효율로 포장하는 집단도 다시 등장할 겁니다. 때론 그런 집단의 얘기가 꽤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럴 때 꼭 후쿠이 법원장의 판결을 되새겨야 할 겁니다. "생존권을 비용의 많고 적은 문제와 동등하게 판단하는 자체를 허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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