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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심 45% 잡는 MLB…한국형 ‘비디오 판독’은?

[취재파일] 오심 45% 잡는 MLB…한국형 ‘비디오 판독’은?
요즘 프로야구계가 ‘오심 파문’으로 홍역을 앓으면서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계화면만으로 적나라하게 오심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팬들은 분노하고 있고, 심판들은 당황하고 있습니다. 오심에 불만을 품은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심판을 공격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나며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습니다. 심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팬들의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올 시즌 비디오판독을 확대한 메이저리그에서는 오심과 판정시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비디오판독은 심판의 영역을 침범하는 ;침입자'가 아니라 오히려 심판을 오심으로부터 보호하는 '보호자'로 입장을 바꾸고 있는겁니다. 한 때 심판의 권위를 손상시킨다며 도입에 시큰둥했던 국내 야구계에서도 비디오 판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심판들까지도 ‘비디오판독’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비디오판독’이 도입될 전망입니다.

MLB 비디오판독 효과로 오심 45% 번복

그렇다면 비디오판독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올 시즌부터 비디오판독 제도인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종전에 홈런에 한해서만 허용하던 비디오판독을 대폭 확대한 겁니다. 사실상 ‘스트라이크-볼 판정’ 이외 대부분의 플에이에 비디오 판독을 확대했습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올 시즌 451경기가 치러진 5월 5일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판독이 실시된 경우는 220번 있었는데, 이 가운데 99번이나 판정이 번복됐습니다. 2.05경기에 한 번 꼴로 비디오판독이 실시돼 판정번복 확률이 무려 45%에 달했습니다. 당초 MLB 사무국이 당초 판정번복 확률을 20%정도로 예상했는데, 이 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를 보였습니다. 비디오판독 도입 이전이었다면 판정시비로 번졌을 상황을 절반가까이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 겁니다. 물론 비디오 판독으로 인한 판정 번복이 또 다른 시비를 불러 감독이 퇴장당한 사례도 있고, 비디오판독이 ’시간만 지연시키는 나쁜 제도‘라든가 ’야구를 모독하는 비인간적 행위‘라며 거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비디오판독의 긍정적인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비디오판독 시스템은 분명 오심으로 흔들리는 한국야구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한국형 ‘비디오판독‘ 필요

메이저리그에서는 비디오판독을 위해 300억원을 들여 30개 경기장에 각각 카메라 12대씩을 설치했습니다. 그래서 TV 생중계와는 상관 없이 이 자체카메라로 오심여부를 판정합니다. 감독의 챌린지 요청이 들어오면 뉴욕의 MLB 사무국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오심여부를 판정해 현장의 심판진에게 인터컴으로 통보하는 형식입니다.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식의 비디오판독 시스템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KBO가 경기장마다 자체 카메라를 설치할 자금도 없을뿐더러, 낡은 야구장에 자체카메라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낭비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야구의 현실에서는 TV 중계카메라에 의존해야 합니다.

TV카메라에 의존하는 비디오 판독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야구인기가 드높은 지금이야 전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으니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대형 이벤트나 다른 주요 종목과 시간이 겹칠 경우 방송국 사정에 따라 중계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비디오판독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비디오판독 도입을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한 의견 조율이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될 겁니다.
오심 파문의 시작은 TV 중계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TV 중계가 없는 경기에서는 비록 오심이 나오더라도 후유증은 크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심판이 보지 못하는 찰나의 상황을 관중석에서 보기는 불가능할테니까요. 각 구단이 복불복이라는 생각으로 중계가 없는 경기에 대한 이해를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서 KBO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KBO는 한국의 실정에 맞는 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유력 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법은 TV화면을 보고 4심이 합의해 판정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비디오 판독과 4심 합의제도를 결부시키는 겁니다. 현재 4심 합의에 의한 판정 번복은 ‘규칙 적용’에 한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공이 펜스 사이에 끼었는지 여부나 인필드 플라이 여부, 또 공이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상황 등 특별 규칙을 적용해야 할 때 4심이 합의해 판정을 번복할 수 있습니다. 아웃-세이프 판정이나 파울여부 등은 심판 고유권한으로 번복이 불가능합니다. 비디오 판독 도입은 사실상 4심 합의제의 한계를 사실상 허무는 파격적인 개혁입니다.

KBO는 다음달 실행위원회에서 비디오판독 도입 시기와 방법에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입니다.
한 때 경기의 일부라던 오심은 이제 경기 밖으로 밀려날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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