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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게 수색해야"…말 뿐인 구조 매뉴얼

<앵커>

해경의 해상 구조 매뉴얼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매뉴얼을 보면 침몰 선박에서는 생존자들이 긴 시간을 버틸 수가 없기 때문에 신속히 구조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죠. 선체 진입과 공기주입 모두 이틀 뒤에 시작됐습니다. 게다가 이게 말만 매뉴얼이지 구체적인 지시 없이 두루뭉술하게 쓰여서 사실상 별 쓸모가 없는 구석도 많았습니다.

이경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세월호 침몰 신고가 접수된 뒤 1시간 이상 지난 10시 6분.

선체가 80도 넘게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배 위에 올라가 필사적으로 구조 작업을 벌입니다.

[민간 항해사 : 해양경찰! 구조정 여기 있어요!]

주인공은 해경이 아닌 민간 어업지도선 항해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 때 해경 구조는 이보다 훨씬 못했습니다.

해경은 이 항해사보다 36분 먼저 현장에 도착했지만, 선체에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김경일/해경 123정장 : (매뉴얼 상 선체 진입하게 돼 있지 않나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 진입로를 열 수 없었습니다. 이 배가 크고 우리 배는 작기 때문에요. 안 그러면 (배가) 선체 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오전 9시 46분 해경이 먼저 구조해낸 사람은 승객이 아닌 선장과 선원들이었습니다.

[(선원인지 승무원인지 승객인지, 물어보는 건 없나요? 매뉴얼에?) 나오면 우선 바다에 빠졌기 때문에
건져 올려야하지 않습니까?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해경이 뒤늦게 공개한 수색구조 매뉴얼에는 전복 선박의 구조작업에서는 생존자 잔류 가능성이 높은 곳에 우선 진입해야 하고 선체를 잘 아는 선원들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선원들의 위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선장을 먼저 구조한 해경은 사고 9시간이 지나서야 선장을 사고 현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매뉴얼에는 또 사고 24시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80%까지 감소한다며 신속하게 수색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해경이 선체 진입로를 확보하고 공기 주입을 시작한 건 사고 이틀 뒤였습니다.

매뉴얼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구체적 지침 없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신속하게 구조, 수색하며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는 식으로만 돼 있습니다.

[김동헌/재난안전원 원장  : 매뉴얼 자체의 충실성도 생각해 봐야 하고, 과연 그 매뉴얼을 잘 습득해서 그걸 활용할 수 있는 활용도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도 생각을 해 봐야 된다는 내용이죠. ]

실효성 있는 매뉴얼과 해경의 충분한 훈련이 있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좀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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