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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실종자 가족 위로하는 유가족…다시 찾은 팽목항

대담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 한수진/사회자:
안산에서 장례를 마친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이 어제 진도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것 같은 그 고통의 현장, 유가족들은 어제 왜 다시 찾은 걸까요. 관련해서 어제 진도를 다녀간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른 아침에 감사합니다. 따님 장례를 언제 치르셨어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딸을 21일 날 찾아서, 23일 날 발인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직도 많이 힘드실 텐데요.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민지 양의 시신 수습 과정에서도 착오가 있었다고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조금 착오가 있었는데요. 민지라는 이름이 많아서 그런 게 있었고요. 금방 조치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민지라는 이름이 여러 명이 있었군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1반에도 있고, 저희 애는 2반인데. 처음에 1반 김민지 인줄 알고 저는 확인을 안 했었거든요, 1반 김민지라고 해서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1반 김민지도 아니었어요. 전혀 다른 아이였는데 그런 해프닝이 있었죠.

▷ 한수진/사회자:
참 안타깝네요. 같은 이름의 학생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인데 모두가 다 힘들게 된 상황이 정말 마음이 아픈데 말이죠. 그런데 아버님, 지금 여러 가지로 힘드시고 장례까지 마친 상황이었는데 어제 단원고 유가족 분들이 모여 단체로 버스까지 빌려서 진도에 가셨다면서요. 어떤 이유로 가셨던 건가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일단 저희가 우리 애들을 찾기 위해서 그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잘 알거든요.
그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그것을 위로해주고 또 정부 측에 더 빨리 찾아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 내려갔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 분들의 심정, 그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것 같아요. 참 뭐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이야기죠. 그래서 막상 실종자 가족 분들 만나보니까 어떻던가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사실 저희가 내려갈 때 미안도 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저희 애들도 다 그렇게 되어서.. 걱정을 좀 했었어요. 반감이 있으면 어떨까 했는데 막상 가서 만나 뵙고 이야기를 해보니까 정말 좋아하시는 거예요. 정말.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오는데 우리 반 가족들은, ‘명절 때 가족을 떠나보내는 기분이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아, 괜한 걱정을 했다고 힘이 너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도, ‘다시 또 내려오겠습니다, 자주 내려오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내일 바로 다 올라갈 텐데 내려올 필요 없다, 금방 올라가겠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왔어요.

▷ 한수진/사회자:
참 그 분들 심정이 말이 아닐 텐데 말이죠. 그 분들에게 또 먼저 떠나신 분들이 미안한 마음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렇게 서로 위로를 주고 받으셨군요. 지금 진도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 분들의 건강은 어떻던가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우리가 반이 있기 때문에 반 별로 나누어서 만나셨어요. 저희 2반 같은 경우는 크게 아프시고 그런 분은 안 계시더라고요. 다 웃어주시더라고요, 정말. 제가 있을 때는 전부 다 웃는 사람이 없었는데 허탈한 웃음이라도. 저희가 갔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그것도 또 가슴이 좀 아프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웃고는 계시지만 사실은 그게 웃고 계시는 게 아니죠.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그렇죠. 저희가 걱정을 하니까,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신 건데, 그런 웃음도 처음 본거죠, 저는 이번에.

▷ 한수진/사회자:
지금 민지 양 아버님께서는 다시 안산으로 돌아오셨는데 혹시 아직까지 현지에 남아있는 유가족들도 계신가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아닙니다, 어제 내려갔던 유가족들은 다 같이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다른 가족들도 있을 테니까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네, 그렇죠, 애들도 다 있고, 부모들 다 같이 내려갔기 때문에.

▷ 한수진/사회자:
그 동안 생계도 여러모로 어려우셨을 거고, 그런데 민지 양 같은 경우도 동생이 있다면서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네, 중학교 2학년인 동생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동생은 어떤가요, 이런 상황 잘 이겨내고 있나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처음에 정말 무섭고 힘들어했었는데요. 뭐, 제가, ‘누나가 널 항상 지켜주고 있는 거다, 무서운 게 아니고 누나가 네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옆에서 지켜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했더니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갑자기, ‘아빠 이제 안 무섭다.’ 라고 하더라고요. 누나 방 들어가는 것도요. 누나가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걱정을 너무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더 여쭙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버님 지금 가족들이요. 일찍부터, 사고 직후부터 구조작업이 너무 늦다, 제대로 안 되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하셨는데 요 며칠사이 관련한 증언과 증거,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얼마 전 해경 청장도, ‘수습 과정에 혼선이 있었다.’, 이렇게 공식 사과를 했었는데 가족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저희가 그렇게도 구조작업을 빨리 해달라, 요구를 했었고요. 정말 속이 많이 탔죠.
지금이라도 조금씩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런 답답함이 가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은 그래도 수색이 제대로 되고 있다, 이렇게 보고 계시네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지금도 부모님들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하면 지금도 지지부진하다고 하세요. 그 힘든 마음은 옆에서 한 두 분 씩 아이들을 찾아서 올라갈 때마다 더 할 것 아닙니까. 지금 거의 80여명 남았는데 엄청 많은 숫자거든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딸 얼굴이 거의 온전했어요. 그래서 다 만지고 안고 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상황에선 그게 좀 힘들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네, 시간이 흘러서요. 그 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촉박하고 애탈 거 아닙니까. 지금도 뭐 원활하게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더 어렵겠죠.

▷ 한수진/사회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힘들어지시겠죠. 아버님 지금 실종자 가족 분들에게 뭐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세요?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지금 당장은 빠른 (구조)성과겠죠. 저희가 지금까지 계속 들었던 것은, 빨리 잘 하겠다 였는데, 그 약속한 것들이 안 지켜졌잖아요. 그래도 계속 믿었었죠. 그런데 그게 안 지켜지다보니까 서로 못 믿는 거죠. 믿음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믿음을.

▷ 한수진/사회자:
어서 빨리 아이를 찾아 달라, 그 약속을 꼭 좀 지켜 달라.

▶ 김창호 씨(고 김민지 학생 父):
믿음을 그 분들한테 믿음을 주면 우리도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기다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걸 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믿음을 꼭 보여주어야 할 텐데 말이죠. 아버님 오늘 힘드실 텐데요.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단원고 희생자인 고 김민지 학생의 부친 김창호 씨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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