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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주영, '황제 훈련' 논란?…무엇이 문제인가

[박주영 : 국민에게 사죄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깔끔하게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또 당연히 지금 어려운 시간들이지만 많은 국민 여러분이나 모든 분들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신다면 좋은 훈련 받고 또 나가서 좋은 모습 보여주는게 가장 큰 보답 아닌가 생각 합니다.]
박주영이 24일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한 인터뷰입니다. 일명 '황제 훈련(?)'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사죄'를 한다는 표현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에 대한 사죄일까요?

황제 훈련?

이달 초 부상으로 귀국한 박주영이 대표팀 주치의(송준섭)의 치료를 받은 뒤 대표팀 피지컬 코치(이케다)의 개인 지도 아래 파주 NFC에서 홀로 훈련하게되자 곳곳에서 '황제 훈련'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주영만 대표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일까요?

'3번째 맞춤 훈련'

2011년 8월, 박주영은 AS모나코를 떠난 뒤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해 훈련 장소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일전을 앞두고 직접 대표팀에 SOS를 청했고 파주 NFC에서 개인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 6월에는 박주영이 모나코 장기 체류증을 받아 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은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박주영을 런던 올림픽 대표로 뽑았습니다. 그리고 박주영이 해외 장기 체류자 신분으로 국내에 60일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자 이케다 올림픽 대표팀 코치와 함께 일본에서 개인 훈련을 하도록 지원했습니다.

2011년에는 피지컬 코치가 아닌 수석 코치(박태하)까지 나서 훈련을 도왔고, 2012년에는 훈련 장소 섭외는 물론 이케다 코치가 박주영 단 한 명을 위해 일본까지 따라가 전담 지도를 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2011년과 2012년에 오히려 더 지원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황제 훈련'이라고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아니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필요한 선수가 다쳤을 때 치료해주고, 훈련 여건이 안되면 여건을 갖춰주는 것은 프로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게도 의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황제 훈련'보다는 '맞춤형 개인 훈련'이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뭐가 문제?'

박주영은 소속팀  왓포드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상까지 당하자 맘 편히 부상을 치료하고 재활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소속팀 왓포드, 원소속팀 아스널과 상의했고 이들 구단의 허락하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국을 찾는 과정에 문제될 건 없습니다. 그렇다면 박주영이 2011년이나 2012년보다 현 대표팀에 덜 필요한 존재일까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박주영이 대표팀의 필수 공격 자원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11년 평가전과 2012년 올림픽과 비교할 때 이번 월드컵의 비중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큰 대회를 앞두고 치료와 훈련 장소가 필요한 주공격수에게 그걸 제공해 주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당연한 일입니다. (대표팀은 코치 2명과 의료팀이 다른 해외파 선수들의 몸 상태도 점검하기 위해 유럽을 찾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오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예전과 상황도 비슷한데 왜 이번에만 말이 나오는 걸까요?

먼저 박주영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에서 뛸 때는 많은 활약을 했고, 아스널 이적 초기에는 경기에 출전을 못해도 뱅거 감독이 기회를 주지 않아서 그렇다는 동정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박주영을 소위 '먹튀'로 보는 시선이 더 많습니다. 소속팀에서 많은 연봉만 챙기고 벤치에만 있다가 국내에 들어와 치료하고 훈련하는 선수가 곱게 보이지 않는 겁니다.

또 하나는 몇몇 기자들에게 밉보였다는 겁니다. 지난 그리스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믹스드존 인터뷰를 하지 않고 달아난(?) 것에 대해 벼르고 있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고 그 연장선에서 나온 기사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이 원칙을 깼기 때문입니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기용하지 않겠다던 자신의 원칙을 박주영에게만 예외로 했습니다. 이 때부터 대표팀이 박주영에게 하는 지원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박주영이 사과할 이유는 없습니다. '먹튀냐, 아니냐'는 구단과 선수간 계약 문제입니다. 박주영이 부상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해서 계약을 한 것도 아닙니다. 굳이 유감을 표현한다면 국민이 아닌 소속 구단 팬들에게 해야겠죠. 그리고 인터뷰 거부는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번 일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물론 국가대표 선수가 대표팀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존 인터뷰를 하는게 의무이긴 하지만….) 그리고 홍명보 감독이 원칙을 깬 것에 대해서는 홍 감독 본인이 여러 차례 해명했고 또 홍 감독이 책임져야합니다. 홍 감독의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월드컵이 끝나면 알 수 있을테고, 그 때 홍 감독이 책임지면 되는 문제입니다. 선수는 선발되면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뛰면 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따로 치료받고, 홀로 훈련하는 걸 미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청용이나 기성용이 같은 상황에 처해도 대표팀은 지원할 것이고 또 지원하는게 맞습니다. 다만 남들보다 먼저 파주NFC를 찾은 만큼 좀 더 사명감을 갖고 재활에 신경쓰고 충실히 훈련하면 됩니다. 홍명보 감독에게, 한국 축구에 자신이 특별한 존재인 이유를 경기장에서 보여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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