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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류현진 투구분석-‘환상 제구’의 재구성

[취재파일] 류현진 투구분석-‘환상 제구’의 재구성
6일을 쉬고 등판한 류현진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습니다. 7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해 2승째를 챙기며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전(2이닝 8실점)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습니다.

류현진은 어떤 구종이든 원하는 곳에 던졌고, 4가지 구종(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으로 모두 삼진을 잡아내는 눈부신 볼배합을 선보였습니다.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99개의 공을 던지며 애리조나전을 지배했는데, 99개 가운데 70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제구력은 완벽했습니다. 29개의 볼도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벗어난 정도였습니다.

류현진은 19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99개의 공 가운데 19%로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많은 비율입니다.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16개)보다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진겁니다. (참고로 직구는 56개, 커브 8개). 그만큼 슬라이더에 자신이 있었고, 위력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 류현진은 경기 초반 다양한 구질을 실전에서 시험합니다. 그래서 1~2회에 출루를 많이 허용하곤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날의 주무기를 선택하고 회를 거듭할수록 호투를 이어가곤 합니다. 애리조나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쾌조의 컨디션으로 시행착오는 최소화하며 자유자재로 투구를 조절했습니다.
류현진이 언제 어느 순간 어떤 공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는지, 이닝별로 재구성해 봅니다.

@1회말: 승부구는 슬라이더
1회초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투런 홈런이 터진 가운데 류현진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첫 타자를 상대로는 직구를 집중적으로 시험합니다. 애리조나 1번 타자 폴락을 상대로 9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는 7개였습니다. 스트라이크존 주위를 구석구석 찔렀는데, 볼넷을 허용했습니다.

2번 타자 애런 힐을 상대로는 슬라이더를 시험했습니다. 낮게 낮게 제구되는 슬라이더에 모두 방망이가 나왔습니다. 첫 슬라이더에는 헛스윙, 두 번째 슬라더에는 땅볼로 물러 났습니다. 류현진은 슬라이더에 서서히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3번 타자 골드슈미트와 승부가 재미있었습니다. 골드슈미트는 류현진에게 타율 0.500(16타수 8안타)에 홈런 한 개를 기록하며 ‘천적‘으로 불리는 선숩니다. 그래서 류현진은 골드슈미트를 상대로 4개 구종을 모두 던지며 조심스럽게 승부했습니다. 체인지업과 커브로 볼 2개를 던져 볼카운트가 몰렸습니다. 여기서 당황하지 않고 직구 두 개를 바깥쪽(145km)과 안쪽(146km)에 찔러 스트라이크를 잡아냅니다. 그리고 승부구는 슬라이더였습니다. 류현진은 시속 138km짜리 슬라이더를 던져 파울팁 삼진으로 골드슈미트를 돌려 세웠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프라도 역시 슬라이더로 땅볼 처리하며 1회를 마무리합니다. 세 타자 모두 승부구는 슬라이더였습니다.

@2회말: 변함없는 주무기 체인지업!
류현진은 첫 타자 몬테로에게 첫 안타를 맞습니다. 134km짜리 슬라이더를 두 개 연속으로 던졌다가 맞았습니다. 이후 류현진은 단 한 번도 슬라이더를 연속으로 던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볼배합이 바뀝니다. 다음 타자 트럼보는 145km 직구로 삼진 처리했고, 오윙스와 파라는 모두 체인지업을 던져 뜬 공으로 처리했습니다. 역시 체인지업은 류현진의 변함 없는 주무기였습니다.

@3회말: 커브 위력 시범!
첫 타자는 투수 매카시였습니다. 류현진은 가볍게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커브를 던져 공 4개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시속 143km의 직구에 파울타구를 날렸던 매카시는 바로 다음에 날아오는 116km 커브를 멍하니 지켜보다 당했습니다. 류현진으로서는 부담 없는 상대 투수를 상대로 커브의 위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폴락을 뜬 공으로 처리한 류현진은 애런 힐에게는 볼카운트 3-1으로 몰렸습니다. 여기서 류현진 특유의 완급조절이 빛나게 됩니다. 이날 최고구속인 148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 풀카운트를 만든 뒤 133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 냈습니다.

@4회말: 몬테로 두고보자!
3회까지 4가지 구종을 모두 시험한 류현진은 이후 예측불허의 볼배합으로 타자들의 허를 찌릅니다. 슬라이더가 역시 주무기였습니다. 골드슈미트와 다시 만나 또 슬라이더로 뜬 공처리했고, 다음타자 프라도 역시 슬라이더로 3루 땅볼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첫 안타를 맞았던 몬테로와 만났습니다. 첫 타석에서 슬라이더 두 개를 던졌다가 안타를 맞았던 류현진은 이번엔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습니다. 직구 3개를 연속해서 던졌는데, 또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투아웃 이후 안타여서 부담은 없었습니다. 다음 타자 트럼보를 체인지업으로 뜬 공처리하 류현진은 ‘몬테로‘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새기며 다음 볼배합을 머릿속으로 구상했을겁니다.
     
@5회말: 환상의 완급조절
첫 타자 오윙스와 끈질긴 승부가 이어졌습니다. 오윙스는 공 9개를 던졌는데, 6개를 커트해내며 집요하게 류현진을 괴롭히려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완급조절이 빛났습니다. 류현진은 8번째 공으로 148km짜리 직구를 던진 뒤(파울),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저으며 발을 풀었습니다. 그리고는 135km짜리 슬라이더를 승부구로 택해 헛스윙 삼진으로 끝냈습니다.
다음타자 파라를 상대로도 직구 다음에 슬라이더를 던져 땅볼 처리한 류현진은
투수 맥카시에게는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을 차례로 던져 삼구 삼진으로 삼자범퇴시켰습니다.
   
@6회: 공 9개로 마무리..천적은 없다!
애리조나 타자들은 급해졌고, 류현진은 갈수록 여유가 넘쳤습니다. 첫 타자 폴락이 초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다음 타자 애런 힐은 세 번째 공 슬라이더에 손을 댔다가 내야 뜬공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점점 천적의 무늬를 잃고 있는 골드슈미트와 세 번째로 만났습니다. 류현진은 작심한 듯 4가지 구종을 번갈아가며 던졌습니다. 초구 커브에 이어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로 투스트라이크 투볼이 됐습니다. 지난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슬라 이더로 물러났던 골드슈미트는 여기서 역시 변화구를 예상했을겁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과감히 148km 직구를 몸쪽으로 찔렀고, 골드슈미트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멍하니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공 9개로 6회를 마무리했습니다.

@7회: 몬테로 잡았다!
류현진은 안타 2개를 맞았던 몬테로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몬테로는 첫 타석에서 슬라이더, 두 번째 타석에서 직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든 만큼 자신감이 넘친 듯 했습니다. 두 번째 공에 방망이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바깥쪽 체인지업이었습니다. 류현진의 승부구라기 보다는 신중했던 유인구였는데, 자신만만 몬테로는 성급하게 방망이를 돌렸고, 1루수 땅볼로 물러났습니다. 류현진은 트롬보를 다시 한 번 체인지업으로 삼진처리하며 10타자 연속 범타처리하고, 오늘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류현진은 올 시즌 호주원정을 포함해 애리조나와 원정경기에서만 2승을 챙겼습니다. 지난해 원정에서 약했던 징크스도, 초반에 약했던 징크스도 극복했고, 자신의 천적으로 불렸던 골드슈미트까지 무력화시켰습니다. 또 타자 친화구장이라는 애리조나의 체이스필드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류현진에게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렇게 상식을 파괴하며 자신만의 게임을 생각대로 펼쳐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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