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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굴뚝 위 흰 연기…수증기라더니 '발암물질'

<앵커>

발전소 굴뚝 위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많이 보셨죠. 연기의 성분은 잘 몰라도 도심 한복판이니까 잘 걸러서 배출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발전소에서도 수증기라고 얘기해왔는데 SBS 취재진이 특수 장비를 이용해 분석해봤더니 발암물질이 나왔습니다.

기동 취재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열병합 발전소입니다.

굴뚝에서 흰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오릅니다.

[(연기의 정체가 뭔지 혹시 아세요?) 뭐 태우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몸에 해로운 연기일 거라고 생각해요.]

발전소 측에 연기의 성분이 뭔지 물어봤습니다.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관계자 : 백연 현상이라고 보통 저희가 하얀 연기라고 그래서 겨울에 입김 나오듯이 보이는 현상이거든요.]

같은 형태의 흰 연기가 매일 피어오르는 다른 화력발전소도 가봤습니다.

발전소 입구에는 흰 연기가 인체에 무해한 수증기란 설명이 커다랗게 내걸렸습니다.

[우민하/서울 화력본부발전소 환경화학팀 차장 : 배기가스는 99.9% 이상 수분, 질소, 이산화탄소 등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고.]

도심 발전소 2곳 모두, 연료로 천연액화가스를 쓰기 때문에 연기의 주성분은 수증기라고 밝혔습니다.

오염물질로는 소량의 질소산화물만 나오는데, 정화장치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발전소 측은 하나같이 이곳에서 나온 연기가 단순히 수증기일 뿐이라면서 몸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연기의 정체가 뭔지 확인해 봤습니다.

촬영용 무인기에 기체 포집 전문 장비를 달아 발전소 위로 띄웠습니다.

[이충렬/서울 로봇고등학교 산학협력 교사 : 별도로 포집기를 길게 빼서 바람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연기 속에 들어가서 포집을 할 수 있도록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모두 3차례에 걸쳐 흰 연기를 포집한 뒤, 전문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증기라던 흰 연기에서 3종류의 발암물질이 검출된 겁니다.

흰 연기 속 벤젠은 17.8㎍/㎥, 톨루엔은 72.9㎍/㎥ 테트라클로로에틸렌도 385㎍/㎥이 나왔습니다.

장시간 노출될 경우 벤젠은 백혈병을, 톨루엔은 정신착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번 측정에선 환경 기준치를 밑돌았지만, 배출량이 유동적인데다 장기간 배출됐을 경우 주변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흰 연기를 수증기라고 주장해온 발전소 측도 문제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 관계자 : 발전소 연료가 LNG거든요 LNG. 그래서 거기에서는 질소산화물 한 가지만 나오고 있어요.(다른 물질은 안 나온다는 말씀이세요?) 네, 네.]

이번에 검출된 발암물질은 환경부가 올해 초 특정 대기 오염 물질로 지정한 35개 물질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기오염 물질로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시민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오영춘, 영상편집 : 김경연, VJ : 김형진·신소영, 헬기조종 : 민병호·김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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