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류현진의 '환상 볼 배합' 어느 정도였나?

[취재파일] 류현진의 '환상 볼 배합' 어느 정도였나?
류현진이 시즌 두 번째 등판인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지면서 타자들의 넋을 빼놓은 '볼배합'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체인지업 외에도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주무기로 장착하면서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매회 다른 투구패턴을 보이면서 예측을 불허한 류현진의 볼배합을 이닝 별로 들여다 봅니다.

@1회는 직구

류현진은 1회에 21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가운데 17개가 직구였습니다. 최고구속은 93마일(150km)이었습니다. 체인지업이 3개, 슬라이더는 한 개를 던졌습니다.

류현진은 경기직후 인터뷰에서 “개막전이어서 초반에 너무 긴장됐다.”고 밝혔습니다. 호주 개막전에 이어 본토 개막전까지, 이제 2년차인 류현진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류현진은 1회 제구력이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그래도 직구를 고집했습니다.  직구가 흔들리면 변화구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직구를 던지며 제구력을 끌어 올리려 애썼습니다. 한 마디로 정면 돌파였습니다.

류현진은 1회말 노아웃 1-2루 위기에서 3번 타자 체이스 해들리에게 직구(포심 패스트볼) 4개를 연속으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이어 원아웃 만루 위기에서 5번 타자 알론소를 상대로 초구에 이날 최고구속인 150km 직구를 가운데로 낮게 던져 병살타를 유도했습니다. 이렇게 초반에 흔들렸던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게 됩니다.

@2회는 체인지업…허를 찌른 슬라이더

류현진은 2회말 안타 2개를 맞고도 공 11개로 이닝을 마무리했습니다. 안정된 직구를 기반으로 체인지업 4개를 섞어 던졌는데, 3개가 스트라이크였습니다. 체인지업은 역시 원조 주무기였습니다.

투아웃 2-3루 위기에서 카브레라와 승부가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앞선 타자들에게 직구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던 류현진은 카브레라에게 직구 3개를 연이어 던졌습니다. 이어 몸쪽 낮은 슬라이더로 허를 찌르며 낫아웃 삼진 처리했습니다. 분명 카브레라는 여기서 체인지업을 예상했을 겁니다.

@3회는 커브

류현진은 3회말부터 커브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공 10개로 3회를 삼자범퇴시켰는데,  커브는 4개 였습니다. 첫 타자 데노피아를 상대로 직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커브를 두 개 연속 던져 땅볼 처리했습니다. 다음 두 타자도 모두 커브로 방망이를 끌어냈습니다.


핫포토 류현진

@4회부터 예측불허 볼배합

1, 2, 3회를 거치며 각 구종을 체크한 류현진은 4회부터는 4가지 구종을 비슷한 비율로 섞어 던지며 현란한 볼배합을 선보였습니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제구가 자유자재로 되면서 타자들을 농락했습니다.

6회말 볼배합이 절정이었습니다. 첫 타자 데노피아와 다음 타자 헤들리를 상대하면서 공 11개를 던지면서 단 한 번도 같은 구종을 연속으로 던지지 않았습니다. 데노피아 타석때는 체인지업(스트라이크)-슬라이더(볼)-직구(스트라이크)-커브(볼)-슬라이더(볼)-직구 순서였습니다.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고 직구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헤들리의 타석 때는 커브(스트라이크)-슬라이더(볼)-직구(볼)-슬라이더(파울)를 던진 뒤 커브를 승부구로 택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류현진은 투구수 88개 가운데 직구는 45개, 체인지업 19개, 커브 13개, 슬라이더 11개를 던졌고, 모든 구종으로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4가지 모두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면서 주무기로 장착했습니다. 미국 CBS가 극찬한 대로 “보석처럼 빛나는 피칭”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원투수 브라이언 윌슨이 무너지면서 아쉽게 2승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순식간에 류현진의 보석 피칭은 빛을 잃고 말았습니다. 투구수가 여유 있었던 상황에서 8회에도 류현진이 등판했다면...그리고 9회 마무리 젠슨에게 곧바로 바통을 넘겼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류현진은 경기 직후 “7회 들어 직구 스피드가 1~2마일 줄어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감독에게 교체해 달라고 직접 말했다.”며 성급한 교체에 대한 오해를 경계했습니다.

류현진은 오는 토요일 샌프란시스코와 LA홈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구수 88개에서 경기를 마무리한 게 지금은 아쉽지만, 무리하지 않은 만큼 홈 팬들앞에서 더 힘을 낼 것이라고 위안을 삼아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