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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의 '별그대' 광풍…치맥 동나고 집단 휴가 내고

[월드리포트] 중국의 '별그대' 광풍…치맥 동나고 집단 휴가 내고
중국 젊은이들은 요즘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후 '별그대'로 표시)에 푹 빠져 있습니다. 모이면 '별그대' 얘기 뿐입니다. 한국의 방송사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봅니다. "김수현, 전지현 직접 보셨어요?" 너무나 기대에 찬 눈빛에 '만난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별그대' 광풍이 어느 정도인지 대표적 사례 몇가지를 소개해볼까요?

AI 공포마저 꺾은 치맥 인기

'별그대'에서 병원에 입원한 여주인공 천송이가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눈 오는 날에는, 치킨에 맥주인데…." 그리고 실제 닭튀김과 맥주, 이른바 치맥을 먹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 말 한마디, 먹방 한 장면에 중국이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너도나도 '치맥'에 빠져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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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한국식 튀김닭 요리 전문점에 가봤습니다. 아직 맥주를 마시기에는 이른 오후부터 이미 손님들로 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중국인입니다. '별그대'에서 접한 이후 '치맥'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어떤 손님은 요즘 대부분의 약속을 '치맥집'에서 잡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이 업소 사장님의 설명입니다. "'별그대'에서 치맥이 나온 이후 매출이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오시는 손님마다 '별그대'에 나온 닭튀김 요리를 달라고 주문합니다. 닭튀김과 맥주의 궁합이 이렇게 맞는줄 몰랐다며 감탄하시죠."

특히 '별그대'로 인한 '치맥 유행'은 AI로 고사 직전까지 몰렸던 위기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켰습니다. "H7N9 신형 조류독감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손님이 뚝 끊어졌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AI가 돌면 닭고기 시장이 얼어붙잖아요. 우리나라 AI는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데도 말이죠. 중국은 오죽했겠습니까. 그런데 '별그대'로 '치맥'이 유행하면서 AI는 아예 잊혀진 모습입니다. 조류독감 공포가 언제 있었냐는듯 사라졌습니다."

비단 이 음식점, 베이징에서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상하이의 한 한국식 튀김닭 전문점에는 최근 저녁 무렵마다 장사진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튀김닭을 사려고 3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항저우의 한 고급 호텔에서는 이번 밸런타인데이 연회에 '튀김닭' 세트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순식간에 완판됐습니다. 심지어 밸런타인데이에 튀김닭을 사주지 않아 애인과 헤어졌다는 글까지 인터넷에 속속 올라옵니다.

이런 '치맥 열풍'을 중국 언론들은 앞다퉈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각지의 닭튀김집이 연일 TV 뉴스에 등장합니다. 아울러 너무 많이 먹지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칼로리가 높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겁을 줍니다. 또 기름진 닭튀김을 먹으면서 뜨거운 차 대신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 소화 불량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마저도 '치맥 인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방증합니다.

'별그대' 보겠다고 집단휴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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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성 샤먼시 한 화장품 공장의 공장장은 최근 어이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이달 27일에 휴가를 내겠다는 신청서를 무려 53장이나 받았습니다. 공장을 맡은 10년 동안 처음 겪은 일입니다. 휴가를 신청한 직원들을 불러 이유를 따졌습니다. 한결같이 "'별그대' 마지막회를 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공장장은 수백명의 공장 직원들을 상대로 몇 명이나 '별그대'를 보는지 확인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챙겨본다는 대답이 53%를 넘었습니다. 그래서 공장장은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별그대'를 찾아봤습니다. 거의 먹지도, 자지도 않고 19회를 내리 보고나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직원들이 휴가를 낼 만하다. 어차피 53명이나 휴가를 떠나면 공장 가동이 어려우니 27일 하루 모두 쉬기로 하자."

사실 '별그대'는 중국의 방송을 통해서 정식 방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 당국이 한국 드라마에 대한 '쿼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치이'라는 인터넷 영상 공급 사이트를 통해 방송됩니다. 대략 우리나라에서 방영된지 2시간 뒤면 중국어 자막까지 붙여 공급됩니다. 중국인들은 이를 '본방사수'하듯 바로 보기 위해서 휴가까지 내는 것입니다.

중국의 MENG3이라는 사이트는 '별그대'의 영상 공급 사이트인 '아이치이'의 협조를 받아 마지막회 방영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상하이 시산 천문대에서 천문 관측을 겸한 견학을 한 뒤 '별그대'의 마지막회를 실시간으로 함께 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천문대에서 15명, 대학 캠퍼스에서 75명 등 90명이 참석할 수 있는데 순식간에 표가 동이 났다고 합니다. 200 위안(약 3만5천 원)짜리 티켓을 살 경우 맥주와 튀김닭이 무제한 공급된다고 합니다. 한국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기 위해 특별 행사까지 마련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수현 사진 포옹하며 '꺄악'

여자 주인공으로 분한 전지현씨는 중국에서 이미 유명인입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여러 드라마, 영화를 통해 중국인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중화권 영화에 출연해 중국어 대사로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남자 중인공인 김수현씨는 중국에서 무명에 가까웠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수현씨가 한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를 들렸는데, 스텝 대부분이 알아보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개월여만에 천지가 뒤바뀌었습니다. 지금 김수현씨는 중국에서 가장 '핫'한 남자 배우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최고의 인기 TV 프로그램인 춘완에도 출연하며 중국에서만 1천9백만 팔로워를 거느리는 '대세 이민호씨'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얼마나 인기냐고요? 김수현씨는 지난해부터 국내 유명 제과업체인 '뚜000'의 모델로 활동해왔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김수현씨와 재개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김씨의 인지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중국측 광고 대행업체는 교체를 강력히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재개약을 강행했습니다. 결과는…아시는대로 대박입니다. 재개약 직후인 1월 중순부터 중국에서 '별그대'의 인기가 폭발했고 김수현씨는 일약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한류 스타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김씨가 모델로 활약하는 이 제과업체의 매출도 덩달아 치솟았습니다. 이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사실 초절정 인기모델을 써도 매출액에 바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한자리수 증가율만 기록해도 효자죠. 그런데 김수현씨의 경우 인기에 비례한 매출액의 변화가 눈으로 확인될 정도였습니다. 베이징은 오히려 보수적 분위기라 덜하고요, 남쪽의 상하이나 정저우와 같은 곳은 심지어 50% 넘게 뛰었습니다. 전체 평균으로 봐도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매출액이 30% 이상 신장됐습니다."

직접 매장을 가서 보면 느껴집니다. 이 제과점의 출입문에 세워진 김수현씨의 전신 사진 입간판은 사진 촬영 명소가 됐습니다. 중국 여성 팬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껴안고, 뽀뽀하고, 비명을 지르는 등 각종 애정 표현을 합니다. 매장 안은 손님들로 가득 합니다. 요즘 거의 하루종일 비슷한 모습이라고 점원들은 말합니다. 김수현씨와 재개약을 고수했던 책임자는 지금쯤 대단한 상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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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끝나서 어떻게 해? "걱정마"

'별그대' 신드롬은 인기 문화 컨텐츠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합니다. '치맥'과 같은 우리 먹거리 문화를 단번에 유행시킵니다. 출연자들의 머리 모양과 의류, 장신구, 가방, 취미까지 화제가 되고 추종자를 낳습니다.
드라마속 배경이 된 관광지는 순식간에 중국에서 인기 여행지가 됩니다. 발빠르게 '별그대' 투어 상품을 내놓는 여행사들도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김수현씨의 중국 방문 소식은 중국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다음달 중순 중국 지역방송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최강대뇌'에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팬미팅과 사인회도 갖습니다. 출연료가 우리 돈으로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후문입니다. 또다시 한류 스타들의 몸값이 치솟는 모습입니다.

좋은 문화 컨텐츠는 이렇게 한류 확산의 첨병 노릇을 합니다.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퍼뜨리고, 유행시킵니다. 부수적인 경제적 이익도 어마어마 합니다. 앞서 열거한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별그대'가 끝나버려서 어떻게 하냐고요? 재점화된 한류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고요?

중국의 주요 일간지인 '경화시보'가 특집기사에서 이에 대한 대답을 대신 했더군요. 해당 기사의 머릿말입니다. "'별그대미'(중국어로 '미'는 매니아, 광팬이라는 뜻입니다)들은 요즘 슬픔에 잠겨 있죠. 이번주 '별그대'가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냐고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또다른 한국 드라마가 나오겠죠. 생각해보세요. 당신들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상속자'의 이민호에 열광하며 '상속자'가 끝나는 것을 슬퍼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김수현씨에게 빠져 있지 않습니까?"

한국 드라마의 잇따른 선전을 기대합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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