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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법 자동이체…26만 원으로 1억 3천만 원 노린 범죄

[취재파일] 불법 자동이체…26만 원으로 1억 3천만 원 노린 범죄
설 연휴전날인 지난 29일 인터넷 블로그에 'H소프트 뭐하는 회사?' '새벽3시에 자동이체 문자 짜증' 등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읽어보니 신청도 하지 않은 자동이체로 19,800원이 빠져나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카드사 정보유출로 국민 모두가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우선 해당 은행에 전화를 걸어 취재했습니다. 금융당국에도 확인하고 자동이체를 담당하는 금융결제원까지 확인 취재를 마치고 8시 뉴스에 단독 보도했습니다.

자동이체로 돈이 인출된 고객 100여명이 금융결제원에 잇따라 항의하고 SBS의 취재까지 시작되자 금융결제원은 업체가 신청한 자동이체 실행을 중단시켰습니다. 이미 돈이 인출된 고객들은 계좌로 전액 환급해 줘 고객 피해를 막았습니다. 다음날 확인된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이 업체는 15개 금융사에 6,539건의 자동이체를 신청했습니다. 이미 돈이 인출된 고객만 1,359명에 달했습니다.

SBS 8뉴스의 보도에 이어 각 언론사의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검찰은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업체 대표를 출국금지 시킨데 이어 업체 대표 등 3명을 붙잡았습니다.    

이런 범죄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우선 개인정보 유출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자동이체 제도에도 헛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자동이체제도는 업체에서 고객 동의를 받아 금융결제원에 신청해 은행 고객 계좌에서 돈을 결제하는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고객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금융결제원과 은행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객 주민번호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금융결제원에 자동이체를 신청할 수 있는 허술한 시스템입니다. 이런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결제원은 업체에서 자동이체 신청이 오면 하루 뒤에 돈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 고객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할 수 있도록  자동이체 신청 업체로부터 월간 출금한도의 15~100%를 보증금으로 받고 있습니다. 

범행을 시도한 업체의 월간 출금한도는 1억6,500만원이며 보증금은 5,000만원이었습니다. 업체는 금융결제원에 5,000만원을 담보금으로 내는 대신 서울보증보험의 보험을 이용했습니다. 서울보증보험에 확인해 보니 5,000만원짜리 보험증서를 받으려면 연간 보험료 26만5,000원을 내면 됐습니다. 단돈 26만5,000원을 들여 5,000만원짜라 보험에 가입한 뒤 6,539명의 고객 계좌에서 1억3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탈취하려는 지능적인 범죄를 시도한 것입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과 그 이전에 지속적으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들로 볼때 사실상 온 국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상황입니다. 개인정보는 널려있습니다. 또 다시 연휴가 돌아오면 금융사의 휴업을 노린 이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범죄를 막는 유일한 대안은 주민번호를 바꾸는 것 뿐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일단은 통장에서 나가는 돈부터 꼼꼼히 따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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