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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취재파일] 이규혁 "올 때는 직항 못 탈 거예요"

[소치 취재파일] 이규혁 "올 때는 직항 못 탈 거예요"
한국에서 소치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도시를 경유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터키 이스탄불,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 한 곳을 거쳐서 20시간 이상 걸려야 소치 공항에 도착합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피로도를 줄이고 시차 적응을 위해서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소치에 입성했고, 선수단 본진은 대한항공에서 마련한 전세기 직항편으로 10시간 만에 소치에 도착했습니다. 선수단 본진은 대부분 임원과 설상 종목 선수들, 그리고 재활중인 선수들로 구성됐습니다. 그리고 일부 언론사 취재진이 전세기에 함께 탑승하는데, SBS 취재단도 소치 직항 전세기를 이용했습니다. 덕분에 필자는 한국선수로는 최다인 6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규혁 선수 옆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규혁은 지난달 마지막 리허설로 치른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에서 허리를 다쳐 재활에 전념해 왔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면서도 올림픽 때만 되면 작아졌던 이규혁은 마지막 올림픽을 앞두고 또 다시 악몽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소치로 날아오는 동안 이규혁 선수는 시차적응을 위해 많은 시간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깨어있는 짧은 시간 동안 필자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이크를 들었을 때 보다 대화는 솔직 담백했습니다.

6번의 올림픽..첫 번째 개회식

36살로 한국선수단 최고령 선수인 이규혁은 소치 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가장 먼저 입장합니다. 마지막 올림픽이어서 의미는 더 깊습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16살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후 20년 동안 6회 연속 올림픽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이규혁에게 개회식 참석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기 일정 때문입니다.

“항상 대회 초반에 경기가 잡혀서 개회식은 참석할 수 없었어요. 너무 오래 서있어야 되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서 몸상태가 흐트러질 수 있거든요. 이번에도 개회식 이틀 뒤부터 경기 일정이 잡혀있는데, 마지막 올림픽이어서 영광스럽게 기수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장미란의 심정을 알 것 같아요.“

이규혁은 얼마 전 장미란 선수와 식사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부상에 신음하면서도 런던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가, 눈물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던 장미란의 이야기는 이규혁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몸이 안 좋아도 180kg도 가볍게 들다가 부상이후 갑자기 130kg도 무거웠다고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모르게 자꾸 왼쪽 어깨가 무너졌대요.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것 같아요. 몸은 4년 전과 다르지 않은데, 코너를 돌때 자꾸 왼쪽 다리가 무너져요. 정말 원인을 알 수가 없어요. 장미란의 그 때 심정을 알 것 같아요.”

이규혁은 지난해 초 소치 올림픽 도전을 선언한 뒤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입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실망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치 올림픽 나간다고 안 했죠. 정말 이렇게 못 탈 줄 몰랐어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꼭 한 번 나가보고 싶었는데, 평창까지는 택도 없어요.”

"이번엔 긴장 안하겠죠..앞에서 타니까"

이규혁은 올림픽만 되면 왜 그렇게 작아졌을까? 이규혁은 올림픽 때 느끼는 긴장감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알면서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세계랭킹이 위에 있으니까, 항상 마지막에 탔어요. 몸 일찍 풀어 놓고, 계속 차례를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4년을 기다렸는데, 그 짧은 시간 기다리는 게 힘들었어요. 이제는 세계랭킹이 떨어졌으니까, 엄청 일찍 타겠죠. 일단 긴장감이 사라지면 좋은 기록 나올 수도 있을거예요.”

“올 때는 직항 못 탈거예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폐회식에 참석한 뒤 태극기를 흔들며 귀국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는 개별적으로 조용히 돌아옵니다. 이규혁은 개회식에 참석한 적도 없지만, 폐회식에도 역시 참석한 적이 없습니다. 이규혁은 “올 때도 직항타야죠?”라는 물음에 피식 하고 웃었으며, “경유하면 어디 거쳐요?”라고 물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이규혁 선수 옆자리에 앉는 행운(?)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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