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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 도쿄도지사…선택 '기준'은?

행정가로서 '활력'을 두고 고민하는 일본인들

[월드리포트] 일본 도쿄도지사…선택 '기준'은?
지난해 말 불법자금 수수의혹으로 도지사가 자진사퇴한 도쿄에서 새 도지사를 뽑는 선거가 2월 9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전도 점점 치열해집니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 그 도쿄전력의 대주주인 도쿄도의 지사를 뽑는 일이다 보니, 탈원전을 외치는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부각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호소카와 전 총리가 도쿄도지사가 되면 원전 재가동과 원전 수출 정책을 펴고 있는 아베 일본 총리에겐 직격탄을 날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도쿄도지사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 총리를 지내며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인의 강제 개명과 종군위안부, 징용 등에 마음으로부터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답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경화 되는 아베 정권을 바라보며 호소카와가 도쿄도지사에 당선돼 '아베 독주'를 꺾어버리길 바라는 한국인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더구나 아직도 일본인들에게 인기 높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호소카와를 지지하고 나서서 당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스조에 요이치_5
아베 정권이 미는 인물은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입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가 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당선 유력' 단독 인물 이었습니다.

최근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선 아무래도 집권당이 미는 마스조에가 호소카와를 약간 이기는 '2파전'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그럼 일반적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평소 친분이 있던 일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대답은 거의 '마스조에' 우세를 점치더군요. 이유도 거의 비슷했습니다. 왜 마스조에가 고이즈미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전 총리보다 우세할까.

첫째, 나이 때문입니다.
일본 정치인들 나이 많은 건 다 아시겠지만, 호소카와 전 총리는 1938년생입니다. 우리 나이로 77세입니다. 원래 지난 98년 환갑때 정계를 은퇴했다 복귀한 겁니다. 이에 비해 마스조에 전 후생노동상은 48년생, 67세입니다. 적지는 않지만 일본 정계에선 아직 '싱싱한' 나이입니다.

문제는 이제 도쿄도지사가 되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도쿄의 모든 행정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도쿄 사람들은 호소카와 전 총리의 '노익장'에 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단순한 정치인이라면 모를까, 도쿄도지사로서는 보다 젊은 사람이 낫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한다는 거죠.

두번째, 경력 때문입니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말 그대로 '전 총리'입니다. 정치인으로서 할만큼 해본 사람이라는 겁니다.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기엔 '갈 데까지 아직 못가본' 마스조에 전 후생노동상이 낫다고 평가하는 겁니다.

물론, 두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약'입니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반인데요. 도쿄 시민들은 이런 공약의 차이에 대한 선택을 하는 것 외에도 '행정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은 제 일본 친구들은 만약 가능하다면 '탈 원전 의지, 외교적 감각, 아직 정치적 최고점에 오르지 못한 활력있는 사람'이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후보는 찾기 어렵다고 말하더군요.

솔직히...후보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현재 어느 당에서 미는 후보인지, 또 현 정권이 미는 후보인지 아닌지보다는 도쿄도지사라는 '행정가'로서의 역할을 누가 더 활력있게 잘 해서 2020년 올림픽까지 잘 이끌어 나갈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 말이죠.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어느 당 후보에 누가 나올까에만 몰두하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도 한번쯤 '일본식'으로 후보를 따져본다면 어떨지, 시사하는 바도 없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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