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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39명 가운데 55명 생존"…알면 알수록 가슴 아픈 말

위안부 할머니 영결식 거행..수요 집회 22년 넘게 이어져

[취재파일] "239명 가운데 55명 생존"…알면 알수록 가슴 아픈 말
"239명 가운데 55명 생존" 이런 가슴 아픈 말도 이젠 그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총리는 침략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는 식의 망언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엔 일본 공영방송의 회장이란 사람이 위안부는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며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22년째 수요집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렇게 답답한데 실제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마음이 어떨까요.

28일 오전 10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황금자 할머니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13살때 일본 순사에게 납치돼 공장에서 3년간 일했습니다. 이후 간도로 옮겨져서는 전쟁이 끝날때까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일본군이 '위안소'에서 구타나 고문,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자료는 너무나 명확히 남아있습니다. 가장 정확한 자료는 할머니들 본인이죠. 이렇게 숫자놀이라도 하듯 "00명이 생존했다"는 말을 하는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이버 역사관' ( 클릭)

제가 만나본 위안부 할머니들은 부끄러운 과거라며 당시 얘기하길 꺼리셨습니다. 22년 전 1월 8일, 수요 집회가 처음 시작될 때는 "무슨 자랑스러운 일 홍보하냐"는 따가운 시선도 많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젠 그런 시선은 없습니다. 수요집회때마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석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을 대변해줍니다.

위안부 할머니 수요
문제는 정부입니다. 우경화에 앞장서는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 정부도 마찬가집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망언은 매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를 거꾸로 솟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군이 직접 나서서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강제동원에 대한 자료는 위안부 피해자는 물론이고 일본 군인들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일본 군인이 쓴 <아, 해군 바보 이야기>에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완전히 강제적으로 조선에서 젊은 여성들을 배에 태워 끌고 왔다"고 적혀있습니다. "일본군 주둔지로 강제 연행돼 위안소에 감금됐고 매일 성행위를 강요당했다"는 도쿄지방재판소의 판결문도 버젓이 남아있습니다.

4월에는 침략과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침략 정의는 학계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침략을 부정하는 말을 했었죠. 이에 SBS뉴스에선 일본 사전을 인용해 침략의 정의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줬습니다.

- 2012년 4월 24일 SBS뉴스 클로징(침략의 정의 설명) ( 클릭)

우리나라에 대한 망언은 아베 총리만 하는것이 아닙니다. 최근 NHK 모미이 가쓰토 신임회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이라는 주장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 피해자들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을 피해자들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문 ( 클릭)

하지만 위헌으로 결정된지 2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정부는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일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제3조는 양국 간에 분쟁이 있을때 외교상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중재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런 노력 자체가 없습니다.

국내 위안부 문제의 실무를 담당하는 곳은 외교부와 여성가족부입니다. 담당인력은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각각 1명뿐입니다. 외교부는 2011년 헌재 판결 이후 그 해 9월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설치했지만 역시 성과는 없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수요
<2014년 1월 8일 22주년 수요 집회에 참석한 길원옥(왼쪽), 김복동(오른쪽) 할머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제, 일본 정부못지 않게 우리 정부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열리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특별의제로 상정하기 위해 외교부에 협조를 요구했지만, 대답은 'NO'였습니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여성 교육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며 "위안부 문제를 의제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겁니다. 2016년 여성 폭력이 주제일 때 의제화하는 게 낫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4명이 숨졌습니다. 이제 겨우 55명만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2년 뒤에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이 참 편해보입니다.

- 위안부 할머니 실제 육성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 ( 클릭)

"그곳(위안소)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고 도살장이었다."(미군 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 앞)

"조국은 해방을 맞았지만 우리는 해방되지 않았어요. 우리는 아직도 전쟁 중입니다." (독일 베를린공대 증언회)

"강제로 끌려갔는데 돈 받고 갔다고 한다. 그럼 내가 돈이라도 많이 벌었어야 하는데 나를 보라." (일본 교토공대 증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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