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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월급으로? 엉뚱한데 쓰인 '국가 장학금'

대학들-한국장학재단 책임 떠넘기기 급급

<앵커>

저소득층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려고 정부가 3조 4천500억 원을 들여서 국가 장학금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벌써 3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엉뚱한데 쓰이거나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에 있는 한 사립대학입니다.

이 대학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급할 국가장학금으로 지난 학기 12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그런데 절반이 넘는 6억 5천만 원을 엉뚱하게도 직원 월급으로 나눠줬다가 적발됐습니다.

[대학 담당자 : 교비로 해석했죠. 자의적으로. 나중에 보니까 그래선 안 된다(고 해서)…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조치결과를 보고하고 끝냈습니다.]

인천에 있는 사립대는  성적이 나빠 장학금 받을 자격이 없는 학생 109명에게 국가 장학금 8천400만 원을 지급했다가 적발됐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국가장학금 수혜 대학 288곳 가운데 122곳을 점검한 결과 57%가 지급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천 560명에게 잘못 지급한 15억 원을 환수했습니다.   

엉뚱하게 지급할 뿐 아니라 제때 안 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국가장학금은 가계 소득 정도에 따라 등록금 고지서에 적힌 납부액을 전부 또는 일부를 감액하는 게 원칙입니다.

저소득층이 등록금 마련하느라 고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지난해 2학기에 국가장학금 대상이었던 재학생 통장 사본입니다.

등록금이 감면되지 않아 빚을 내서 등록했는데, 두 달 뒤인 11월에서야 장학금이 입금됐습니다.

[국가장학금 대상 학생 : 날벼락이었어요. 저는. (등록금 감면되면) 100만 원만 내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머니·아버지가 돈을 준비하셔야 하는(상황이었죠.)]  

이렇게 제때 신청을 하고도 등록금 감면이 안 된 학생이 지난해 2학기에만 8만 명에 달합니다.

국가장학금이 정해진 때도 없이 학생 계좌로 지급되다 보니, 등록금 납부액을 줄여서 가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당초 취지 역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학생에 지정돼 감면이 확실하다고 해도, 방학 중엔 일단 등록금 전액을 마련해야 하는 겁니다.

학생들은 등록금 마련하느라 힘들고, 등록금을 내고 나서도 불안합니다.

[안혜인/국가장학금 대상 학생 : 등록금을 미리 낸 다음에 나중에 돌려주는 방식이면 부담이 클 것 같아요. 원래 받았더라면 안내도 됐을 이자까지 내야하니까.]

대학들은 한국 장학재단의 미숙한 행정이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울 ○○ 사립대 담당 직원 : (제때 신청을 해도) 장학재단에서 심사가 한꺼번에 다 돼서 내려오는 게 아니고, 몇백 명 정도는(등록금) 저희가 고지 감면할 때까지 결과가 안 왔거든요.]  

반면, 장학재단은 대학이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서라고 탓합니다.

[한국장학재단 담당자 : 증빙 서류들을 안 내서 (등록금 감면이) 누락 된 경우는 있는데, 저희 재단의 행정상에 문제는 없어요.]  

제때 안 주고, 엉뚱한데 주고, 저소득층 대학생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국가장학금의 취지가 무색합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하 륭,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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