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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데 사용료가 하루에 16만 원?

상급병실 문제…개선책은 어디에

[취재파일] 비데 사용료가 하루에 16만 원?
비데 쓰려고 하루에 16만원씩 내는 사람은 물론 없을 겁니다.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제게 해 준 말씀입니다. 사연인즉슨 류마티스 관절염이 심해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입원 수속을 하면서 '일단 일반병실로 입원할 수 있지만 10일이 지나면 2인실로 옮기는 게 규칙이다'라는 설명을 들었답니다. 각종 검사와 투약 등으로 열흘이 훌쩍 지났고, 이 환자는 약속대로 2인실로 옮겨야 했습니다. 가격 차이는 무려 16만 원! 일반병실과 대체 어떤 차이가 있나 싶어 둘러봤지만 화장실과 TV가 조금 크고, 비데가 있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네요. 이 환자는 "비데 사용료치곤 좀 비싸지요?" 라며 제게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누구는 일반병실 주고, 누구는 안 주고, 이런 원망과 논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되풀이되다보니 (실제로 취재하는 동안에도 한 노부부와 간호사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지요) 이 병원으로서는 많은 환자들이 원하는 일반병실을 '공평하게' 배정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환자들도 자신이 원한다고 6인실 쓸 수 없다는 점은 다 알고, 미리 설명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상급병실로 가라는 말을 들으면 무척 서운하고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물건을 살 때는 가격 대비 효용을 따집니다. 비싼 병실에 입원해서 더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게 된다면, 비싼 병실료 문제 삼는 사람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병실과 상급병실의 차이에 대한 기준이 '병상 당 면적' 빼고는 없다는 겁니다. 

비좁게 느껴지는 6인실의 병상 당 면적 기준은 6.5㎡인데, 3-4인실은 7.6㎡입니다. 큰 차이가 없지만 병실료는 6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2인실의 경우도 다를 바 없습니다. 내부에 화장실이 있다는 점이 차이나긴 하지만, 병상 당 면적이 9.5㎡로 6인실에 비해 불과 1.5배 차이나면서, 병실료는 12배 비쌉니다.  환자들로부터 '병원이 병실로 장사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는 병상 당 면적 기준이 13.3㎡로, 우리 6인실의 기준을 두 배 웃돕니다)

상급병실료 문제는 간병비, 선택진료비와 함께 이른바 '메디컬 푸어'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꼽혀 왔습니다.  정부도 이런 상급병실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두 가지 안을 내놓고 고심 중입니다. 1)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 현재 50% 정도인 일반병실 비율을 75%로 높이는 방안, 그리고 2)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현재 6인실에서 3-4인실까지로 높이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실현될 지는 불투명합니다. 병원들 입장에서는 상급병실 대폭 줄이면 병원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현재의 낮은 의료 수가 문제가 맞물려 있습니다.)  정부는 정작 추가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정부가 진심으로 상급병실료 문제 해결할 의지는 있는 걸까요?

이런 가운데 한 대학병원이 최근 새로 짓는 병원을 모두 1인실로 꾸리겠다고 발표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환자에게는 5-6인실 수준의 병실료만 받되, 줄어드는 수익은 외부 후원이나 해외환자 유치 등으로 보전한다는 계획입니다.  성공적으로 운영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1인실 병실은 보통 감염 위험성이 낮고, 환자 스트레스가 줄어 입원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는 병원의 수익 측면이 아니라, 환자의 권리와 편익 측면에서 병실 문제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보 재정을 확보해 현재의 저수가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면 병원들도 수익 보전을 위해 무리하게 상급병실을 운영하는 행태를 좀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순히 일반병실을 늘리고, 병실을 고급화하는 것에 앞서, 지금의 원칙 없는 입원 순서나 병실 이용기준을 개선해 병원과 환자 간의 불신 문제를 푸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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