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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민호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

[인터뷰] 이민호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
배우 이민호에게 SBS 드라마 ‘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은 특별하다. 과거 ‘꽃보다 남자’가 이민호란 배우의 꽃망울을 터뜨린 작품이었다면, ‘상속자들’은 배우 이민호에게 의미있는 터닝 포인트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성숙한 연기력과 주인공으로서 흔들림 없는 무게감을 보여줬다. 그 것도 교복 입은 18세를 연기하면서 말이다.

‘상속자들’의 김탄 역 이민호는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게 없었다.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김탄 신드롬’을 일으켰고, 남자도 우는 게 예뻐 보일 수 있으며 18세의 사랑도 절절할 수 있다는 것을 연기력으로 입증했다. 이민호는 완벽하게 김탄이었고, 김탄은 이민호로 인해 살아 숨 쉬었다.

지나가는 1분 1초가 아쉬운 한 해의 끝자락을 잠깐이나마 부여잡고, 이민호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 인터뷰가 아직도 ‘김탄앓이’에서 헤어나지 못한 여심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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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이민호와 나눈 이야기다.

Q. ‘상속자들’의 모든 촬영이 끝나는 순간, 느낌이 어땠나요?
A. 마지막 촬영 때 눈이 내렸어요. ‘눈이 우리의 마지막을 축복해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죠. 촬영 중반 때부터는 스케줄에 치어 힘들었는데, 다 끝난 다음에는 행복감이 컸어요. (박)신혜는 많이 울더라고요. 전 드라마에서 많이 울었기 때문에 마지막 촬영 날에는 울지 않았어요.

Q. ‘상속자들’의 결말은 만족하나요?
A. 탄이와 은상(박신혜 분)이 단순하게 사귀는 걸로 끝난 게 아니라, 이들이 그토록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탄이가 남자로서 용기를 내서 사랑을 이뤘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그래서 전 베스트 결말이라 생각해요. 또 그게 김은숙 작가님이 말하고 싶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Q. 극중 탄과 은상의 키스신은 매번 화제가 됐죠. 특히 탄이 은상의 앞치마를 풀어주며 한 키스는 야하다는 말도 있었어요. 키스신 촬영 전에 박신혜 씨와 어느 정도 맞춰본 건가요?
A. 그 신은 대본에 ‘야하게’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앞치마가 아니라 다른 걸 벗긴다는 생각으로 야하게 하려 했죠.(웃음) 전 연기할 때 상대 여배우와 많은 얘기를 나누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키스신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죠. 신혜한테 ‘격하게 할 거야’라는 정도의 언지만 주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전 연기할 때 즉각적인 반응과 교감들을 좋아해요.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건 별로에요. 대본에 쓰여진 것 이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배우의 몫이니까요.

Q. 김은숙 작가님은 어떤 분이던가요?
A. 정말 완벽 주의자세요.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한 명 한 명의 작품을 다 챙겨보신 것 같아요.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어요. 제가 배우로서 가진 장점은 어떤 것이고, 그 중 어떤 걸 이 작품에서 부각시키고 싶은 지를 완벽히 파악하고 계세요. 시간에 쫓기면서도 대본을 아홉 번, 열 번 씩 고치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어요.

Q. 민호 씨의 연기를 본 김은숙 작가님은 뭐라던가요?
A. 전 작품을 시작하면 작가님과 연락을 안 하는 편이에요. 정말 궁금한 게 생기거나 앞뒤 흐름이 안 맞는 것 같다고 느낄 때 간혹 전화기를 들지만, 이번 작품에선 그런 상황이 한 번도 없었어요. 첫 촬영을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미국에 다녀와서 김탄 캐릭터를 이렇게 잡는 게 맞는가 싶어서 작가님께 어떠냐고 여쭤보긴 했어요. 그러자 작가님이 ‘괜찮더라. 너한테 이런 아련한 느낌이 있는지 몰랐네’ 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턴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연기에 임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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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속자들’의 김탄을 연기하며, 달라진 연기스타일 같은 게 있을까요?
A. 기존의 연기스타일과 다르게, 이번엔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했어요. ‘꽃남’을 할 땐 설정이 많았어요. 재벌이란 캐릭터에 맞게 젓가락질 하나부터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처리까지 하나하나 설정들을 만들었었죠. 이번에 그런 거 없이 다 내려놓고, 대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을 편안하게 연기하려 했어요.

Q. 스물 일곱의 나이에 또 교복을 입었어요. 교복연기, 민망하진 않았나요?
A. 교복을 입는 게 되게 죄스러웠어요.(웃음) 동생들이랑 연기하니 제가 확실히 나이들어 보이긴 하더라고요. 끝까지 마무리가 잘 돼 다행이에요. 연기하면서 ‘난 96년생이다’라고 제 자신한테 계속 주문을 걸었어요. 이 작품이 어쩌면 제가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는 것이고, 마지막 학원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동생들을 대하는 게 더 애틋했어요.

Q. 그래요. ‘상속자들’에서 학생 신분으로 출연한 연기자들 중에서는 민호 씨가 가장 맏형이었어요. 주인공이자 형으로서, 더 많은 걸 이끌어야 돼 부담되진 않았나요?
A. 확실히 신경 쓸 것도 많고, 책임감도 더 뒤따랐어요.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막내일 때는 제가 좀 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입장이 아니더라고요. 동생들을 한 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동생들이 다 착해서 절 잘 따라줬어요.

Q. 잘 따라준 동생들 중에 김우빈 씨도 있겠네요. 우빈 씨는 어떤 동생이던가요?
A. 연기욕심이 많은 친구에요. 또 나름 아픔도 갖고 있는 것 같고요. 제가 과거에 해본 고생을 똑같이 느껴본 친구구나 싶어요. 지금 한창 궁금한 게 많을 시기라 저한테 솔직하게 물어보곤 했고, 전 경험한 걸 얘기해주고 그랬어요.

Q. 후배 배우에게 조언할 만큼, 민호 씨가 나이를 먹은 건가요?
A. 20대 배우는 다 똑같은 입장이라 생각해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하면서 커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똑같이 밟고 있는 거죠. 그러니 다 같이 최선을 다해서, 본인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걸 끌어내 좋은 30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20대 배우들이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좋은 동료의 느낌을 우빈이한테 받았어요. 또 우빈이는 키도 크고 인상이 강해서 동생보단 친구의 느낌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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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탄의 인기가 대단했죠. “나, 너 좋아하냐”와 같은 김탄 대사는 유행어도 됐어요. 드라마로 보기엔 괜찮은데, 연기할 땐 민망하지 않았나요?
A. 전 참신하고 좋았어요. 오히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싶었어요. 진지하게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보단, ‘나 너 좋아하냐’라고 하는 게 상대방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대신 눈빛까지 장난스러우면 정말 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 눈빛만은 진지하게 해야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부터 나 좋아해. 가능하면 진심으로”라는 대사가 더 오글거렸어요. 남자입장에선 그런 말을 하기 좀 그런 것 같아요.

Q. 김탄은 사랑을 향해 ‘직진’만 했어요. 민호 씨는 어떤 사랑을 추구하나요?
A. 저도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가장 많이 얻었어요. 김은숙 작가님은 순수한 사랑의 진심을 통하게끔 하는 방법을 아시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상황들 때문에 한 번 더 고민하고 생각했다면, 이 드라마를 하면서 제가 원하는 사랑이 이런 것이었단 걸 깨달았어요. 설레는 이성이 나타난다면, 김탄같이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Q. 김탄이 복합적인 감정연기가 많은 캐릭터라 감정을 잡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김탄 캐릭터로 인해 데뷔 이래 가장 많이 울었다고 들었는데, 감정 조절은 어떻게 했나요?
A.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은 감정이 항상 널뛰기 마련이에요. 그걸 잡는 건 배우가 계속 해나가야 하는 숙제죠. 전 기본적으로 매 회 캐릭터의 감정선을 봐요. 어차피 대본이 끝까지 나온 상황에서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 한 회의 전체적인 느낌을 파악하고 연기하는 거죠. 거기서 풀어지는 신들을 파악하고 그런 신들에서 어느 정도 풀어줘야할 지, 계산 아닌 계산을 하고 들어가요. 신에 들어갈 때 집중하는 노하우는 따로 없고, 그저 그 상황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다른 잡생각이 들어가는 순간 전 깨져버려요.

Q. ‘상속자들’을 본 시청자 사이에서 ‘이민호의 연기가 정말 많이 늘었다’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민호 씨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러웠던 신이 있었다면 어떤 건가요?
A. 아빠(정동환 분)한테 뺨을 두 대 연속으로 맞는 신이요. 고개가 안 돌아가고 잘 버틴 것 같아요.(웃음) 대본에 ‘버티고 서 있다’라는 지문이 있었어요. 정동환 선생님이 때리는 노하우가 있어서 전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는데, 팬들은 ‘TV 보다가 소리 지를 뻔 했다’고 하더라고요.

Q. 12월 31일에 열릴 ‘2013 SBS 연기대상’에 초대받았어요.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이번엔 대상에 욕심나지 않나요?
A. 제가 대상을 받기에는 덜 떳떳한 것 같아요. 제가 더 떳떳할 때 받고 싶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그런 큰 상은 20대 때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어요. 더 올라갈 데가 없다는 느낌도 싫고요. 20대 때는 순간순간 열심히 하는 마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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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로서도, 인간 이민호도,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에요.
A. 책임감이 갈수록 커져요. 항상 작품할 때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은 있었는데, 그 깊이가 예전보다 더 깊어졌어요. 해외에서 이런 경험이 있었어요. ‘시티헌터’를 본 한 해외 팬이 저한테 와서 아들을 잃고 한 달 동안 힘들어하던 중에 ‘시티헌터’를 만나 위로가 됐고 큰 용기를 얻었다면서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이 그런 것 같아요. ‘상속자들’을 본 분들 중에는 재미 하나만으로 일주일을 기다린 분도 있을테고, 사랑에 용기를 내 좋은 결실을 맺은 분도 있을 거고, 가족들과의 사이가 좋아지게 된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작품이 가진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무료한 일상에 설렘을 주죠. 그 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건 작가님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최대한 진실된 연기로 전달하는 거에요. 그런 생각이 점점 깊어지고 많아져요.

Q. 지나치게 책임감을 느끼면, 스스로는 공허하고 외로워질 때가 있잖아요.
A. 그쵸. 저도 힘들고 갑자기 외로움이 찾아올 때도 있어요. 근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저도 용기를 얻은 게, 복잡하고 많은 상황에 처할수록 기본적인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는 거에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굳이 뭔가를 감출 필요가 없이,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을 나타내면 되요. 예전엔 대화가 진지하게 넘어가면 오히려 제가 장난스럽게 말을 돌리며 회피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사람들과 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그래요. 제가 좀 나이를 먹은 티가 나나 봐요.

Q. 차기작은 유하 감독의 ‘강남블루스’에요. 로맨틱 코미디에서 느와르로 가는데, 연기변신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건가요?
A. 작년에 제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스물 여섯, 일곱이 가장 소년과 남성의 중간정도의 느낌이 나는 때라고.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지금의 모습을 간직해놓고 싶다는 생각에, 외모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작품으로 학원물인 ‘상속자들’을 선택했던 거죠. 내년에는 제가 스물 여덟이에요.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죠. 이 나이에는 소년을 버리고 남성미가 있는 작품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전에는 이런 장르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피한 면도 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고 자신도 없었거든요. ‘강남블루스’는 스물 여덟의 첫 영화로 하기에 무리가 없는 작품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상속자들’을 사랑한 시청자,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A. '상속자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었다면 좋겠어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내년에 더 부지런히 열심히 할게요. 남은 20대의 2년 동안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도록 연기할테니 계속 지켜봐주세요.

[사진제공=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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