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5일차. 사마르와 타클로반 모두 맑음
"한국인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
아침 7시 외교부 신속대응팀의 브리핑과 함께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어젯밤 신속대응팀 팀원들 가운데 몇 명은 끝내 숙소로 돌아오지 못했다. 타클로반 공항 상공을 떠돌다 세부로 돌아 가버린 공군 수송기 때문이다. 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남은 교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공항에 나가있던 신속대응팀 직원들은 그 곳에서 밤을 지새웠다. 레이테 섬에서 사마르 섬으로 넘어오는 산 후아니코 다리는 여전히 저녁 8시 이후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올 수도 없었다. 공항에서 돌아오지 못한 황성운 참사관 대신 박용증 영사가 신속대응팀 일정을 알렸다.
아침 브리핑에서 어제 착륙에 실패한 우리 공군 수송기 대신 다른 수송기 2대가 한국에서 오늘 새벽 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제 회항한 수송기는 세부에 구호 물품을 내리고 한국으로 돌아갔고 새로 들어오는 수송기 가운데 구호 물품을 실은 수송기가 세부 공항에서 이 구호 물품까지 싣고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수송기 한 대에는 구호 인력이 타고 들어올 예정이다. 소방대원들과 국립의료원 의료진까지 포함된 40명 규모의 구호팀이 타클로반에 들어오는 것이다. 한국 의료진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어제 크게 데인 우리들은 신속대응팀 직원들과 ‘수송기가 오늘은 과연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까’라는 대화를 나눴다. ‘아마 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타클로반 곳곳에서 복구가 계속 진행돼온 만큼 공항 운영도 많이 정상화됐기 때문에 혼잡했던 어제보다는 활주로 사정이 많이 나아졌기 때문이었다. 타클로반 공항 관제탑이나 우리 수송기 조종사들도 어제 착륙하지 못했던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한국에 전화를 걸어 데스크와 오늘의 기사 방향을 논의했다. 우선 타클로반 곳곳에서 산모들이 조산을 하고 있다는 정보에 대해 취재해보기로 했다. 타클로반에 있는 만삭의 산모들이 갑작스런 태풍에 놀라 예정일보다 아기를 빨리 출산했다는 소식이었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세인트 폴 병원에 들른 뒤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신속대응팀 직원들과는 타클로반 공항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5일차 아침, 우리는 다시 사마르를 떠나 타클로반으로 향했다.
두어 시간을 달려 타클로반에 들어섰다. 우리 취재팀은 오늘도 두 팀으로 나눠 뉴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김승태 기자는 송출 캠프에 장비를 설치한 뒤 송출을 담당하고 나와 황인석 기자는 차로 이동하며 취재를 하기로 했다. 한국 공군 수송기 도착이 오후로 예정돼있었기 때문에 오전에 취재한 내용을 김승태 기자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송출하게 한 뒤 공항으로 향하기로 했다. 타클로반은 이날까지도 인터넷은 물론 전기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비록 어제 정전으로 우리 모두를 당황하게 했지만, 송출 센터가 있는 시청 건물만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장소였다.
송출 센터에 들려 김승태 기자를 내려준 뒤 세인트 폴 병원으로 이동했다. 어제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몰려와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신생아들을 실제로 여럿 볼 수 있었다. 만삭의 임산부들이 갑자기 덮쳐온 태풍을 피해 뛰거나 몸을 급히 피하며 대피하다가 산통을 느껴 조산을 했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날 세인트 폴 병원에서 본 신생아들만 5명이 넘었다. 타클로반 근처 병원이나 다른 장소에서도 조산으로 태어난 신생아들이 많이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아기들이 크면 언젠가 ‘하이옌’이라는 태풍이 타클로반을 덮쳤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송출 센터로 이동한 뒤 촬영해온 테이프를 김승태 기자에게 건네고 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돌풍까지 동반한 비가 내린 타클로반의 하늘이 오늘은 맑고 화창했다. 타클로반 공항에 도착해 사람들 사이를 헤쳐 활주로에 도착하니 공항에서 밤을 보낸 외교부 신속대응팀 직원들이 우리를 반겼다.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의 황성운 참사관은 공항에서 밤을 새 꾀죄죄한 모습인데도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고 있어 반가움과 동시에 웃음이 나왔다. 어제 수송기를 타고 나갈 예정이었던 몇몇 한국 언론사 취재팀도 무사한 모습이었다. 신속대응팀과 기자들 옆에는 한국 공군기를 타고 나가려는 우리 자원봉사자들과 교민 몇 명이 함께 있었는데 다들 설레고 기대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레이테 섬 서쪽의 올목에 있는 친척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한 한국인 여고생은 마침 자신을 보러 필리핀에 온 부모님과 함께 있다가 태풍을 맞아 고립돼있던 중 구조됐다고 말했다. 무섭고 괴로운 상황이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고등학생의 모습에서 순간 부모님 생각이 났다. 집을 떠나온 지 벌써 닷새째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국 공군 수송기 3대는 오후 1시 반부터 30분 간격으로 나란히 타클로반 공항에 착륙했다. 조종사들이 조종석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모두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먼저 도착한 공군 수송기가 구호품을 내리는 작업을 마치자 교민들과 타 언론사 기자들이 올라탔다. 우리 SBS 취재팀은 취재 일정이 하루 더 연장돼 이틀 뒤인 일요일에나 철수할 예정이다. 조금은 부러운 마음으로 이들을 배웅하고 다른 수송기에서 내리는 구호팀들을 맞았다. 주황색 옷을 입은 소방대원들이 저마다 장비와 짐을 들고 수송기에서 내렸다. 인명구조견까지도 든든해 보였다. 선발대로 파견돼있던 김용상 119 국제구조대원이 도착한 다른 대원들과 껴안으며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받는 모습에는 보는 순간 뭉클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대한민국 타클로반 구호팀은 이날부터 인명 구조와 의료 활동 두 가지 형태로 구호 활동에 나섰다.
구호팀이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써 녹음을 마쳤다. 송출 센터로 이동해 촬영해온 영상과 녹음 파일을 보내니 저녁 7시가 가까웠다. 타클로반 입성 후 처음으로 뉴스가 시작되기 전 여유롭게 리포트를 모두 전송했다. 송출을 마친 뒤 세인트 폴 병원으로 이동해 우리 구호팀이 응급실에 의료센터를 꾸미고 있는 모습을 취재했다. 이 내용은 내일 아침 리포트에 반영됐다. 하루 일정을 끝낸 뒤 숙소가 있는 사마르로 이동했다. 타클로반 취재 닷새째 밤이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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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토)
-출장 6일차. 사마르와 타클로반, 오늘도 맑음
"구호 손길 계속, 현지인 운전기사 곤자가와의 작별"
타클로반 취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엿새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 한국 구호팀이 들어온 것처럼 타클로반에는 세계 각국에서 지원의 손길이 계속되고 있었다. 미군의 도움 속에 필리핀 군인들도 곳곳에 배치돼 치안도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우리 취재팀은 세계 각국의 지원 상황에 대한 취재에 나서기로 했다.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필리핀은 역사적으로 외침이 심한 나라였다. 16~17세기 스페인에게 정복된 뒤 19세기까지 식민지였다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에 양도돼 미국의 식민지가 됐다. 이후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당시 일본군에 복속됐다가 일제 패망 이후 4세기 만에 처음으로 독립국가가 됐다.
필리핀은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나라다. 미국 점령 기간 동안 영어식 교육 체계가 널리 퍼져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할 수 있다. 필리핀과 미국은 특히 군사와 안보 차원에서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2000년 이후 남중국해에서 합동 연합훈련을 계속해 왔다. 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남중국해에 있는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필리핀은 오랫동안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런 복잡한 외교적 상황은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대한 각국의 구호와 지원활동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타클로반 공항에는 세계 각국에서 들어온 구호품들이 공항 한 편에 가득 쌓이고 있었다. 지원 물품이나 구호대를 보낸 나라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한 나라만 해도 미국과 호주, 일본, 프랑스, 독일, 벨기에, 스위스, 한국 등 여러 나라들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구호인력과 지원물품을 보낸 나라는 물론 미국이었다. 공항 한편에는 미국에서 들어온 구호품들이 가득 쌓여있었는데, 이 구호품 상자에는 ‘US AID - FROM THE AMERICAN PEOPLE’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단순히 미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닌 미국 국민들이 보낸 구호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문구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력과 외교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130H 수송기와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를 줄줄이 보내 구호인력은 물론 군 병력과 2천만 달러에 달하는 구호 물품을 지원한 한 데 이어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까지 파견한 미국과는 반대로 중국은 인력도 물품도 보내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구호 인력이 들어왔을지 몰라 세인트 폴 병원에서 중국 의료진을 찾아봤지만 중국인들을 보지 못했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일본도 필리핀에 대규모 구호 인력을 파견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천만 달러 지원과 구호인력 파견에 이어 자위대 1000명을 파견했다는 소식이다. 이 숫자는 자위대의 해외 긴급구호 활동 사상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세인트 폴 병원에 들려 중국인 구호 인력이 있는지 확인한 뒤 우리는 일본 자위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타클로반 시청으로 향했다. 시청 통제센터에서 주 필리핀 일본 대사관 영사를 만나 일본 구호인력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자위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본 영사가 전해준 전화번호로 일본 외무성에 전화를 걸었지만 타클로반에 아직 들어가지는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1000명에 달하는 자위대 부대를 취재할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일본 영사와 인사를 나눈 뒤 송출 캠프로 돌아가려는데 신속대응팀의 황성운 참사관이 기쁜 소식을 전해줬다. 한국인 56명의 안전이 모두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이날 서울에서는 고층 건물에 헬기가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나 속보 준비가 한창이었다. 타클로반 상황은 상대적으로 많이 안정된 터라 국제 구호 상황에 대한 리포트는 내일 방송해도 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한국인 교민 전원이 무사한 것으로 오늘 확인됨에 따라 8시 뉴스 방송 계획이 확정됐다. 기분 좋은 뉴스로 타클로반 출장 엿새째 리포트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출했다.
국제 구호 상황에 대한 내일 방송용 리포트까지 함께 한국으로 보냈다. 우리가 계획한 뉴스제작 일정은 이날을 끝으로 모두 마쳤다. 원래 계획보다 하루 연기된 우리 일정은 서울을 떠나 필리핀 세부에 도착한 월요일을 시작으로 오늘 토요일까지 7일간 계속됐다. 그리고 8일째이자 일요일인 내일, 드디어 타클로반을 떠나 세부를 거쳐 서울로 향하게 됐다. 믿기지 않는 타클로반의 마지막 날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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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일)
-출장 7일차. 사마르, 타클로반, 세부 모두 맑음
"굿바이, 타클로반"
귀국의 날이 밝았다. 7박 8일의 필리핀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오늘 방송될 리포트까지 어제 모두 한국으로 송출한 상태여서 마음 편하게 아침을 맞았다. 더욱이 이틀 전 밤에 아침 리포트를 송출하다가 우리가 가져온 위성 장비가 고장 나는 바람에 새 리포트를 만들더라도 송출을 하기가 어려웠다. 어제 하루는 다른 언론사 취재팀의 장비를 잠깐 빌려 겨우 송출을 마쳤던 상황이었다. 일정이 끝날 때쯤에 장비가 고장 난 것이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우리 모두는 다시 한 번 ‘이번 출장은 정말 운이 좋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의 일정은 사마르 숙소를 떠나 마지막으로 안전이 확인됐던 우리 다문화가정 자녀 신민아 양의 가족을 만난 뒤 타클로반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신민아 양은 어제 우리 의료팀이 처음으로 치료했던 한국 국적 환자였다. 한국 건설회사 직원으로 필리핀에 파견돼 일을 하던 민아 양의 아버지는 부인과 아이를 떠나 한국으로 잠시 돌아온 사이 태풍 하이옌이 타클로반을 덮치자 주 필리핀 한국 대사관 측에 가족의 신변 확인을 부탁한 상태였다. 한국 대사관 측은 다행히 민아 양 가족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속대응팀은 가족을 세부 공항으로 피신시켜줄 수 있냐는 민아 양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민아 양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어제 운전기사와 작별을 한 우리 취재팀도 신속대응팀의 차에 타고 함께 민아 양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 공군 수송기는 오후쯤 타클로반 공항에 도착해 우리 취재팀을 세부 공항으로 데려다줄 예정이었다. 출장이 하루 연기되면서 오늘 새벽 00시 05분에 출발하기로 한 대한항공편 비행기 표는 24시간을 연기해 내일 새벽 00시 05분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우리 취재팀은 어제만 해도 공군 수송기가 타클로반 공항에 추가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다시 차를 타고 올목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페리선을 타고 세부 항으로 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공군 수송기가 추가로 타클로반에 들어온다는 소식은 정말 대단한 희소식이었다. 올목으로 이동해 거기서 다시 배편을 끊어 세부항으로 가려면 적게 잡아도 8시간은 걸릴 예정이었다. 게다가 지금 올목 항에는 레이테섬을 떠나려는 하루 천 명 가까운 피난민이 표를 끊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젯밤 우리와 작별을 하던 현지인 운전기사 곤자가가 "만약에 배 편을 찾는다면 미리 가서 표를 끊어주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올목 주민인 곤자가라도 그 난리통에 표를 끊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성운 참사관이 “수송기 온답니다!”라며 기쁜 표정으로 달려왔을 때 우리는 서로를 얼싸안지 않을 수 없었다.
신속대응팀이 마련한 승합차 두 대에 우리 취재팀과 타 언론사 취재팀 한 팀, 그리고 신민아 양의 가족들이 나눠 탔다. 차는 타클로반 공항으로 출발했다. 이 땅을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송출 센터가 있던 타클로반 시청사를 출발해 첫날 시신이 즐비했지만 이제는 많이 깨끗해진 도로를 지나 바다가 보이는 좁은 길을 거쳐 공항으로 들어섰다. 매일 들렸던 타클로반 공항이 오늘따라 더 익숙해보였다. 사람들 사이를 헤쳐 활주로로 들어가 공군 수송기를 기다렸다. 오후 2시가 되자 공항 상공에 짙은 녹색의 수송기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한 바람에 얼굴을 가리고 실눈으로 수송기 모습을 보니 ‘대한민국 공군’ 표시가 분명한 우리 수송기다. 조종석에서 손을 흔드는 조종사들을 보니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수송기로 신민아 양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장비와 짐을 든 채 출발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손을 꽉 잡는 것이 느껴졌다. 황성운 참사관이었다. 황 참사관은 타클로반에 남아 며칠 전 구호센터를 차린 우리 구호팀을 돕는 등 할 일이 남아있었다. 일주일 동안 함께한 마음을 말 없이 굳은 악수로 대신한 채 우리는 세부행 수송기에 올랐다. 수십 명의 필리핀 주민들도 함께 올라탔다. 우리를 태운 공군 수송기는 그렇게 타클로반 공항에서 상공을 향해 이륙했다. 작은 공군 수송기 창으로 타클로반 공항이 멀어져가는 것이 얼핏 보였다. 7일 동안의 취재일정이 꿈같이 느껴졌다. 세부 공항에 내린 뒤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일만 남았다. 이제 서울로 간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게 우리는 ‘죽음의 땅’ 타클로반 취재를 모두 마쳤다.
▶<필리핀 타클로반 현지 르포> 기사 보러 가기
1. 1일차 / 곳곳에 시신 방치…페허가 된 필리핀 타클로반(SBS 8시 뉴스)
2. 2일차 / 폐허가 된 타클로반…치안 무너져 약탈 기승(SBS 모닝와이드)
3. 2일차 / “홍수에 교도소 문 열려”…필리핀 또 다른 위기'(SBS 8시 뉴스)
4. 3일차 / 필리핀 약탈에 전염병 우려…한인 23명 연락두절(SBS 모닝와이드)
5. 3일차 / 3일차 / "악취에 숨도 못 쉰다"…필리핀 전염병 공포(SBS 8시 뉴스)
6. 4일차 / 필리핀에 수송기 투입…한인 생존자 철수 시작(SBS 모닝와이드)
7. 4일차 / "생존자 보호가 최우선"…필리핀 구호활동 시작(SBS 8시 뉴스)
8. 5일차 / 필리핀 한국 구호팀 활동 시작…방역·시신수습(SBS 모닝와이드)
9. 5일차 / "연락 두절됐던 필리핀 교민, 전원 안전 확인"(SBS 8시 뉴스)
10. 6일차 / 美-日, 필리핀에 총력 지원…내키지 않는 中(SBS 8시 뉴스)
▶ <'죽음의 도시' 필리핀 타클로반을 가다> 취재파일 전편 보기
①편 ‘서울에서 필리핀으로’
②편 ‘타클로반 진입. 절망의 땅, 죽음의 땅’
③편 ‘한국 공군기 회항. 팩트와 오보 사이’
④편 ‘한인 모두 안전. 취재팀 철수’
▶ [영상] "자고 일어나니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