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역도여왕 장미란이 런던올림픽 직전 받았던 심한 압박감을 털어 놨습니다.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장미란이 가슴 아팠던 과거를 솔직하게 밝힌 건 청소년들에게 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 꿈이 없었습니다. 그냥 운동신경이 좋은 덩치 큰 아이였죠. 그런데 아빠가 어느 날 역도를 하라고 했어요. 그 때 기분이 어땠을까요? 딸한테 역도를 하라고 하는 아빠가 친아빠가 맞나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어요.”
장미란은 어린 시절 하기 싫었던 역도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재미를 붙이면서 모든 걸 쏟아 부어 세계정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꿈을 발견하고,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심적 고통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하는 대로 다 됐어요. 제가 올림픽 때 용상 186kg을 들어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는데, 연습 때는 190kg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아무리 해도 145kg을 들기 힘들었어요. 자꾸 왼쪽 어깨가 내려가는거예요. 눈물이 났죠.”
장미란은 2010년 1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목디스크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습니다. 런던 올림픽 때까지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고, 대회직전에는 감기 몸살까지 걸렸습니다. 어쩌면 런던올림픽은 출전 자체가 무리였을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희망을 외면할 수 없었던 장미란은 눈물을 흘리며 바벨을 잡았고,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사실 동메달이 목표였어요. 국민들은 금메달을 기대하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동메달이라도 따면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베이징 금메달, 아테네 은메달을 땄으니 동메달을 따면 최고의 컬렉션이 될 거라고 저 자신을 위로했어요.(웃음) 그런데 묘하더라고요. 저는 항상 용상 마지막 시기에서 성공하면 금메달 못해도 은메달이었어요. 그런데 런던에서는 성공해야 동메달, 아니면 노메달인 상황이되니까 상상하지 못한 엄청나게 긴장감이 왔어요. 바벨 앞에 섰는데 관중의 환호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힘을 내자고 했는데, 실패했죠.”
장미란은 런던 올림픽 용상 3차 시기에서 170kg에 도전했습니다. 들면 동메달, 못 들면 노메달이었던 벼랑끝에서 장미란은 아마도 실패를 예감했을 듯합니다. 전성기 때는 자다가도 들었다는 175kg보다 5kg이나 가벼웠지만 런던올림픽 직전엔 145kg도 들기 힘들어 눈물을 흘려야 했으니까요.
장미란은 당시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아쉬움이 클 텐데 어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울컥했다고 합니다. 난생처음으로 ‘아쉬움‘이라는 단어의 깊은 여운을 실감했기 때문이었겠죠. 장미란은 당시 기자에게 “눈물 흘리는 모습은 빼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하며 끝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장미란이 자신의 눈물을 이야기했습니다. 대성통곡을 했다고까지 고백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말하는 장미란은 선수시절보다 더 강해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