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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종북매체' 등록 취소?…시장과 해당부서의 미묘한 입장차

시장은 '신중하게 판단'…해당부서는 '등록취소 절차개시 보도에 묵묵부답'

[취재파일] '종북매체' 등록 취소?…시장과 해당부서의 미묘한 입장차
('자주민보' 사이트 캡처 화면)

'자주민보'라는 인터넷 매체의 대표였던 이 모 씨는 북한 공작원과의 통신연락과 매체에 이적표현물을 게재한 사실을 인정받아 지난 5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및 자격정지 각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씨는 이미 2002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 자주민보의 대표는 다른 사람입니다.

인터넷 매체의 등록, 허가권은 지자체에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종북'을 인정받은 '자주민보'를 폐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신문법에는 매체의 발행목적에 위배되는 경우, 그리고 위반행위가 반복되는 경우에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서울시가 발행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고, 법원에 등록취소 심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일단 스스로 결론 내리는 것은 피했습니다.

대신 문화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습니다.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신문법 위반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 물었고, 문화부는 '그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시는 다시 법률 자문을 거쳐 똑같은 답을 얻었고, 지난 4일 등록취소심의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위원장은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이었고, 결국 등록취소 심판을 행정법원에 청구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심의위원회를 열어 등록 취소 절차를 밟아도 좋다고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자문기구입니다. 여기서 나온 결론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법원에 해당 언론사를 없앨지 어쩔지 물어보는 것에 대한 결정은 박원순 시장이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7일) 아침 한 일간지가 이런 내용에 더해 민주당 출신 시장이 종북 매체를 없앨 것이라서 주목된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색깔론을 부각시켜 눈길을 끌려는 내용이라는 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오전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이 매체에 대한 처리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박원순 캡쳐_500

박 시장의 답변입니다.

"예상문제를 맞췄네요(아침에 보도내용을 보고받음). 자주민보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본 것처럼 자주민보 발행인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중략)언론의 자유라는 게 우리가 민주질서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권리이고 기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론 기관의 해산이나 발행 등록 취소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충분히 거쳐 가면서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자체 최초로, 언론매체를 없앨지 어쩔지 법원 판단에 맡겨보자는 결정에 대한 칼자루를 쥔 것은 박 시장입니다. 언론자유에 대한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고민해 보겠다는 자세입니다. 어차피 행정법원에 판단을 넘기는 방안이 대세인 듯합니다.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이뤄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해당 부서인 서울시 문화예술과는 한나절 가까이 설명이나 해명을 피하고 있습니다. 전화 자체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관청을 취재하다 보면 논란이 있는 보도에 대해 해당 부서에서 해명이나 설명자료를 내지 않으면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찜찜합니다. 인터넷 매체의 존속 여부를 법원에 맡겨볼지 끝까지 고민해 보겠다는 박 시장. '이미 법원에 맡긴 것으로 결정'됐다는 일간지 보도를 인정해버린 듯한 해당 부서.

한 사안을 두고 시장과 일선 부서 간에 뭔가 미묘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면 저만의 느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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