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두산을 살린 양의지의 ‘퀵 모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이 2대 1, 살얼음판 한 점차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선발 이재우를 비롯해 핸킨스와 정재훈, 윤명준으로 이어지는 역투가 빚어낸 값진 작품이었습니다. MVP는 단연 이재우의 차지였지만,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삼성 타선을 무력화시킨 양의지 포수의 노련함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던 승리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9회초 만루 위기에서 보여준 양의지의 과감한 투수리드는 압권이었습니다. 그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몸으로 막아낸 포크볼
9회초 원아웃 만루. 마운드에서는 정재훈이 흔들리고 있었고, 타석에서는 새내기 정현이 들어섰습니다. 양의지의 머릿 속에서는 이 때 하루전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홍상삼의 폭투로 결정적인 한 점차 패배를 당했던 뼈아팠던 그 상황을...그리고 볼 카운트 원볼 원스트라이크에서 양의지는 정재훈에게 포크볼을 요구합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양의지는 신인 타자를 현혹시키기 위해서는 포크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정재훈의 포크볼은 원바운드 폭투성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양의지는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몸으로 공을 막아 냈습니다. 이 공이 빠졌다면 승부는 삼성쪽으로 넘어갔을 겁니다. 포크볼 맛을 본 신인 정현은 방망이를 쉽게 돌릴 수 없었습니다. 이후 양의지는 계속 바깥쪽 직구를 요구했고, 희생플라이로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바꿨습니다.

윤명준 안정시킨 양의지의 퀵모션
투아웃 1-3루에서 윤명준투수가 정재훈의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역투를 펼쳤던 윤명준이지만, 그는 이제 2년차 신예입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고, 장타를 맞으면 뒤집히는 상황에서 베테랑 진갑용을 상대했습니다. 2루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윤명준으로서는 1루 주자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명준은 퀵모션(도루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투구시 다리 드는 동작을 생략하는 슬라이드 스탭)이 빠른 편입니다. 그런데 퀵모션에 신경쓰다보면 제구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양의지는 진갑용이 타석에 들어서자 일어서서 자신의 다리를 두 번이나 들어 보이며 퀵모션을 하지 말고 정상 폼으로 던지라고 충고했습니다. 1루주자를 신경쓰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윤명준은 양의지의 지시대로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졌습니다. 두 번째 투구에 1루주자 박한이는 2루를 훔쳤습니다. 양의지는 뛸 테면 뛰라는 듯 2루로 송구하지 않았습니다. 윤명준은 양의지의 리드에 안정을 되찾았고, 투아웃 2-3루에서 세 번째 공으로 진갑용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한 점차 승리를 마무리했습니다. 투수를 안정시킨 양의지의 빠른 블로킹과 몸짓은 진짜 값진 '퀵모션'이었던 것입니다. 양의지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노련미가 흔들리는 마운드를 붙잡아 줬고, 윤명준은 흔들림 없이 자기 공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양의지는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으로 풀타임 출장했습니다. 가을 야구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후배 최재훈 포수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뒤에도 양의지는 벤치에서 경기를 분석해 왔고, 그 결과 안정적인 리드로 승리를 이끈겁니다. 투수리드 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승부를 가른 두 번째 타점을 올렸습니다. 양의지는 분명 4차전 승리의 1등 공신이었습니다.
겁없는 최재훈과 노련한 양의지까지 갖춘 두산이 강팀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