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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2시간 38분짜리 4대강 수중보 동영상..결함이 그렇게 많아?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점들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로 야당 의원들이 정부에 관련 서류와 자료들을 요구하면서 관련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건데요, 어제(14일) 제가 SBS 8뉴스에서 보도했던 '4대강 동영상 보니..수중보 균열 심각'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을 통해 얻은 동영상을 토대로 한 기사입니다.

동영상은 4대강 사업으로 완공된 전국의 16개 수중보 가운데 15개 보의 수중 상태를 촬영한 내용입니다.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하면서 전문 스쿠버 업체에 의뢰해 2012년 5월과 6월 두달에 걸쳐 촬영했습니다. 파일용량으로 치면 42기가 바이트, 재생 시간이 무려 42시간 38분이나 소요되는 대~단히 긴 동영상입니다. 그리고 한덩어리 파일이 아니라 수십개에 걸쳐 쪼개진 동영상입니다.

어떤 것은 5분짜리도 있고 어떤 것은 1시간이 넘는 동영상도 있고요. 그런데 이 동영상들은 마구잡이로 분류.촬영한 것이 아니라 감사원이 감사의 근거로 삼기 위해 수중보들의 구역을 나눠 꼼꼼하게 촬영한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창녕 함안보의 경우 1.상류 수직조인트 조사 2.상류 가동보 상태 조사 3.하류 하상보호공 경계 조사 등 이런 식으로 말이죠.

놀라운 사실은 42시간의 수중 촬영 화면에 그냥 의미없이 지나가는 장면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도 스킨스쿠버 자격증이 있어서 경험이 있습니다만, 수중에서 촬영하면 대체로 그냥 흘려버리는 의미없는 화면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바깥처럼 자유롭게 촬영하는 게 아니라 유속이나 잔류 산소, 시간 등등 온갖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통 물고기 한마리를 찍더라도 전체 촬영 화면의 극히 일부분에만 내가 촬영 하고 싶은 물고기가 찍혀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업체에 의뢰한 촬영한 동영상은 42시간 내내 수중보의 결함이 세세하게 찍혀 있습니다! 무려 42시간이나 되는데 말이죠! 바꿔 말하면 수중보의 물 아래 상황에 그만큼 결함이 많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지난 1월 감사원은 창녕함안보 등 6개 보에서 허용 균열폭(0.43~0.75mm)을 초과하는 '유해균열'이 1,246곳에서 발견됐고 균열 길이를 합치면 3.7km가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16개 보 가운데 공주보 등 15개 보에서 바닥이 유실되거나 침하됐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심한 합천 창년보의 경우 침하된 면적만 3,800제곱미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여주보 등 13개 보에서 콘크리트가 깨져 철근이 노출되는 등 결함이 발생한 채 방치되고 있다고 발표했었고요. 그런 방대한 양의 결함을 가급적 모두 촬영하려다 보니 동영상의 길이가 엄청나게 길어진 것입니다.

보도를 해서 다시 한번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을 지적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습니다. 이 동영상들이 촬영된 시점이 지난해 5월-6월은 바로 4대강16개의 보의 준공 허가가 나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의 수중 촬영 화면이 지난해 촬영 직후 공개됐더라면 과연 준공 허가가 날 수 있었을까요?

감사원에서 실제로 4대강 사업 감사를 담당했던 감사관들은 사방에서 준공 허가가 나는 그 시점에 의뢰한 업체들이 가지고 온수중보의 물속 촬영 화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감사원의 활동이 늘 그렇듯 감사가 완료되지 않았으니 발표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어쩌면 감사원의 절차와는 별도로 엄청난 결함을 어디다 얘기는 못하고 사방에서 준공 허가가 나는 것을 보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은 아니었을까요?

동영상을 국회의원실에 제공한 시점도 곱게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심상정 의원실에서 동영상을 제게 제공한 보좌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감사원이 동영상을 제공해 4대강을 비판할 수 있게 됐으니, 의리상 동영상을 제공한 감사원을 세게 비판하기는 좀 그렇다"고 말입니다. 바로 그 점을 계산하고 감사원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피해가기 위해 동영상을 제공한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제 짧은 소견이지만 4대강 사업처럼 나라의 치수를 건드리는 대규모 토목 사업들은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진행 중에 잘못된 점들이 발견되면 즉각 시정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입니다. 자연을 상대로 한 것이라 한번
잘못되면 복구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감사원이 엄청난 양의 동영상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면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 밝히지 않은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감사원의 상징은 조선시대 암행어사들이 들고 다니던 '마패'인데요, 이번에 4대강 수중보 동영상과 감사원이 동영상을 처리한 태도를 본다면 과연 '마패'를 상징으로 삼기에 자격이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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