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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두가 외면하는 여성 우선 주차장…대안 없나?

"실효성 없다" 男女 한 목소리

[취재파일] 모두가 외면하는 여성 우선 주차장…대안 없나?

주차장을 보면 분홍색으로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구역이 있습니다. 여성을 배려하자며 만들어진 여성 우선 주차장인데요.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실태를 확인해보기 위해 동대문구청을 찾았습니다. 이곳 지상 주차장은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제외하곤 모두 여성 우선 주차장입니다.
여성 우선 주차장

옥상에 자리를 잡고 오가는 차량들을 지켜봤는데, 대부분이 남성 운전자들이었습니다. 여성 우선 주차장이라고 설명하면 "아내가 와서 차를 댔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반응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먼저, 이곳에 남성이 주차하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누구나 쓰게 만든 주차장에 성이 다르다고 막는 건 말이 안 되겠죠.

남성 운전자들 입장에선 여성이라고 무조건 배려하라는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여성 운전자들 입장에서도 실효성이 없다고 불만입니다. 남녀 모두에게 외면 받는 상황인거죠.

여성 우선 주차장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생각일까요? 서울시에선 지난 2009년에 조례를 신설해 주차규모가 서른 대 이상인 주차장엔 전체 10% 이상을 여성 우선 주차장으로 조성하게 했습니다. 주차장을 만들 땐 여성 우선 주차장을 꼭 만들도록 한 건데요. 문제는 주차장을 강제로 만들게만 했을뿐, 이 규정을 지키도록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여성 우선 주차구역에 대한 반발을 예상했는지,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제지를 하지는 않겠다는 거죠.

여성 우선 주차장

6월 현재, 서울에 설치된 여성 우선 주차구역은 1천 4백 개 주차장에 모두 4만 1,311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디를 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충북 충주나 충남 연기군과 같은 다른 지자체에선 임산부에 한해 전용 주차장을 마련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임산부는 한시적 약자라고 보고 이들만을 위한 전용 주차장을 마련해주겠다는 건데요. 복지 전문가들도 모든 여성을 위한, 기준도 모호한 주차장 조성보다는 임산부에게 따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여성 우선 주차장

서울시청을 찾아가 대안을 물어봤는데,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선방향을 찾진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여성 우선 주차장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언론 등을 통해 듣고 있는데 말이죠. 실효성 없는 여성 우선 주차구역을 계속 고집하기보단 더 효율적으로 주차구역을 배분하자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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