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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늘어나는 '키덜트'…장난감도 한류산업이 될 수 있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장난감 인형 마니아라고 밝힌 가수 이승환씨. 대표적인 K-POP 사단을 이끌고 있는 YG의 양현석 사장. 아톰 마니아로 알려진 탤런트 조민기씨.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순수한 어린이 같은 취향과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이런 부류의 어른들을 '키덜트'라고도 부른다.

어린이를 칭하는 KID와 어른 ADULT의 합성어다. 방문해 본 적은 없지만 양현석씨 회사 YG 사옥에 가면 소속 스타들의 모형 인형들을 비롯해 장난감 모형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이승환씨의 집이나 작업실도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방처럼 멋진 장난감들이 많다는 소문도 들린다.
피규어
 우연히 장난감 박물관을 운영하는 손원경씨를 만나 모형 인형, 이른바 '피규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피규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인물의 모습을 조각한 형상의 '스테츄'와 팔다리, 목 등이 움직이는 '액션 피규어'가 그것이다. 겉으로 보면 차이점을 찾기 힘들지만 똑같은 모형 인형인데 팔다리를 움직여 다른 모습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액션 피규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피규어 마니아는 전세계적으로 상당수가 존재하고, 아끼는 모형 인형 몇개 갖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에도 10만명 가량의 수집가들이 있는 것으로 손원경 대표는 추정했다. 피규어의 발전사를 들어보니 영화 '스타워즈'가 피규어 산업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규어

 스타워즈에 나오는 악당 다스베이더, 주인공 중의 하나인 한솔로... 이런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모형이 만들어 지면서 '피규어' 산업은 급성장했다. 필자도 어린 시절 만났던 스타워즈라는 영화에 대한 충격을 지금도 갖고 있지만 세계적인 히트를 친 영화 한편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건재하다.
피규어
 당시로서는 놀라운 공상과학의 상상력을 일깨운 영화 스타워즈. 그 영화에 빠져 스토리와 주인공들을 되새기던 팬들이 '피규어'라는 대체재를 만나게 된다. 극 중의 주인공의 모습과 똑같은 모형 인형을 소장함으로서 영화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피규어 마니아 이상헌씨도 자전거 도매점을 운영하며 고가의 장난감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의미있는 수집품을 닦고 매만지고 있었다. 이씨도 스타워즈를 40~50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그만큼 주인공 피규어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스타들을 쏙 빼닮은 피규어들은 12인치 기본형이 100~200달러, 24인치 좋은 작품은 600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고급 피규어를 만드는 작가들이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력으로만 치면 한국인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일산에서 만난 피규어 제작자 어니김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어니김은 특히 액션스타 이소룡을 세계에서 제일 잘 만드는 것으로 이름나 있었다. 어니김은 원래 뮤지션이었는데 음악을 계속할 수 없는 일이 생겼고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시중의 이소룡 모형들이 너무나 허접하다고 느껴 본인이 직접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피규어
당연히 어니김은 이소룡의 대단한 팬으로 그의 영화를 꿰고 있었다. 자신의 우상같은 이소룡을 기리기 위해 찰흙과 칼을 들었고, 예술가적인 숨은 기질이 빛을 발해 명작품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소룡의 유가족들은 어니김의 작품을 보고 감동해 저작권 사용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업계의 스타 가운데 한사람인 어니김은 재작년까지 홍콩의 핫토이라는 회사와 계약하고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유통망을 가진 피규어 제작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니김은 훌륭한 작품을 납품하고 돈은 외국회사가 버는 구조인 셈이다.

세계적으로는 핫토이와 엔터베이, 사이드쇼 등 피규어를 만드는 큰 회사가 적지 않다. 이런 회사의 눈치를 보던 우리나라 작가들이 독자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름이 알려진 국내 작가가 10명 쯤 되는데 어니김은 2년 전 한국 회사인 피규어 제작사 블리츠웨이와 전속 작가 계약을 해 해외 피규어 제작사와 경쟁을 시작했다.

어니김은 회사에서 원형 제작과 아트디렉터 역할을 하는 소규모 회사라고 한다. 지금은 자본력도 부족하고 불리한 여건 속에 있지만 한국이 배출한 수많은 한류 스타들의 모습을 멋진 '피규어'로 만들어 동남아, 세계로 수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게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류와 결합해 수천억원 규모의 피규어 시장이 추가로 열린다면 노래, 영화만큼이나 산업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날을 기대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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