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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만병통치약' 웅담 캡슐 열자 역겨운 냄새가…

웅담 캡슐 ①

[취재파일] '만병통치약' 웅담 캡슐 열자 역겨운 냄새가…
저는 개를 무서워합니다. 고양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애완동물을 키우지도 않습니다. 우연찮게 동물보호 관련 주제를 몇 차례 다뤘더니 동물애호가로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일단 오해는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런 제가 웅담캡슐 취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세계적인 동물보호운동가 질 로빈슨의 단독 인터뷰에서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곰 쓸개즙 세계 소비 1위 국민이 한국인들입니다. 국내 소비 보다는 해외 관광을 하면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구입하는 물량이 많습니다. 저도 그 정도까지 많을 줄을 몰랐습니다. 보신관광은 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질 로빈슨이 한국을 찾은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동물구조와 보호 활동을 하면서 애니멀스 아시아 재단을 설립해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이 시대의 영웅으로 선정했던 인물이 온 이유는 한국 방송사에 꼭 부탁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찾았고 SBS <현장21>이 가장 잘 다뤄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연락을 해 왔습니다. 부탁했던 내용은 바로 “곰 쓸개즙 제품이 도대체 어떤 상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 실상을 한국인들에게 꼭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 곰을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제품을 먹고 있는 한국인들의 건강도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이 단체가 중국 정부와 함께 활동하면서 중국 내 곰 사육 농장 숫자를 점점 줄여가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의 계속된 소비 때문에 근절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소비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에서 곰 쓸개즙을 공급하는 곰 사육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조선족이나 한국인들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중국 내 최대 곰 농장 소재지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을 찾아가 실태를 파악해 보기로 했습니다. 현지 여행사들과 연계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형 곰 농장은 여행사들이 앞다투어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연길 시내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물건을 산다는 웅담제품 판매처와 연계된 곰 농장은 접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찾아간 대형 곰 농장은 마치 동물원 같은 분위기에서 관광객을 맞았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다 보니까 한국말이 유창한 가이드들도 있었습니다. 안내를 하면서는 주로 곰 쓸개즙을 채취하는 과정이 잔인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곰 쓸개즙 구입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려 노력했습니다. 곰 쓸개즙 제품을 보여주면서는 암, 염증, 골절 등 온갖 질병에 효능이 있는 ‘만병통치약’ 이란 설명을 늘어놓았습니다. 특히 웅담캡슐을 보여주면서 요즘 한국인 관광객들인 대부분 이것을 사 간다고 했습니다. 국내로 반입할 때 웅담캡슐은 세관 통과에 문제가 없다는 거짓말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반달 가슴 곰은 국제협약에 따라 국제 거래가 금지된 품목이라며 웅담캡슐이나 웅담 주 등 그 성분이 들어간 어떤 제품도 국내 반입이 안 됩니다. 우리나라도 이 국제협약(CITES)에 가입했기 때문입니다. 이 대형 곰 농장은 쓸개 즙을 채취하는 곰들이 어디에 있는 지는 한사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사료비만 한 달에 한국 돈으로 1억원이 넘는다면서도 쓸개 즙 채취는 곰들마다 1년씩만 하고 그것도 일주일에 한 차례 뽑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좀 보여달라고 하자 뽑는 계절이 따로 있다며 바로 말을 바꿨습니다.
[8리]곰 사육 금

연길 시내 웅담제품 판매처와 연계된 곰 농장은 여러 차례 방문을 해서 설득을 하고서야 곰 농장 안을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일부 판매원이 직접 곰 농장 안에서 웅담캡슐을 팔기도 했는데 웅담캡슐 맛을 보여준다면서 캡슐을 열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순식간에 가루를 손에 찍어서 입에 넣는 바람에 1개를 먹게 됐는데 먹고 나서도 그 역한 냄새가 계속 올라오면서 속이 불편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배탈이 나기도 했습니다. 웅담캡슐은 곰 쓸개즙을 말려서 만든 웅담분을 잘게 갈아서 빈 캡슐에 넣어 판매하는 제품입니다. 일부 곰 농장은 제약회사 허가도 받아놓고서 마치 약처럼 팔고 있지만 사실 공식적으로 승인 받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은 아닙니다. 취재를 다녀보니 실제로 연길에서 주요 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조선족이거나 한국인들이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은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중국인과 함께 가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데려오는 택시기사에게는 별도의 수수료를 주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곰 쓸개 즙은 어떻게 채취되고 있는 걸까요? 취재팀은 몇 차례 시도 끝에 곰 농장의 쓸개 즙 채취 실에 잠입했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봤더니 반달 곰들이 아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산 채로 쓸개 즙을 채취 당하고 있었습니다. 쇠창살로 된 좁은 우리에 갇힌 곰은 힘없이 누워있었고 그 밑에는 배설물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중국 내 규정으로는 일정 규격 이상의 곰 우리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안에 들어갔을 때 힘없이 쇠창살 밖으로 손을 내미는 반달 곰의 모습은 마치 취재진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곳에 갇혀서 쓸개에 관이 꽂힌 채로 매일 두 차례씩 쓸개즙을 채취 당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런 반달곰이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곰의 쓸개즙으로 만든 웅담캡슐이 과연 곰 농장의 선전처럼 “만병통치약” 이 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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