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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日 도시 삼킨 거대 돌풍…현장 취재기

[취재파일] 日 도시 삼킨 거대 돌풍…현장 취재기
오후 3시 반쯤,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휴대폰에 '사이타마현에서 돌풍 발생'이라는 긴급 메시지가 떴습니다. 급히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현장에는 이미 일본 각 방송사가 헬기를 띄워 참혹한 현장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20여 가구 피해…일본 언론들이 처음 전달한 보도 내용의 피해는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보여지는 화면은 보다 더 큰 피해 상황을 감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무조건 현장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서 발생한 대형 돌풍의 참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현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 쯤으로 예상됐습니다. 왕복 3시간 거리…8시 뉴스에 대기까지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 현장에서 전송할 수 있는 장비까지 챙겨 일단 자동차를 급히 몰았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사이타마현에 도착했지만 현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고시가야시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 하지만 도시는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이리 저리 차를 몰았지만 어느 길이나 도로는 꽉 막힌 상태. 길게 꼬리를 문 차량들. 할 수 없이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포기하고 샛길로 접어들어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4시반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머리 속이 어지러웠습니다. 최대한 빨리 현장 취재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하지만 좁은 도로가 사방으로 펼쳐진 마을에서 정확한 사고 현장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다른 재해 현장과는 달리 돌풍은 일정 구간을 넘지 않고 이동하기 때문에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선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앗 저기다!" 그러던 중 하늘 위에 떠 있는 헬기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일본 방송사 헬기들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일단 저곳으로 가자! 골목길을 이동하며 헬기가 떠 있는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가까와질수록 그곳에 들어 가려는 차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피해를 확인하려는 지역 주민들의 차량을 비롯해 소방차, 구급차, 각 방송사 중계차 등 차량들이 골목길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취재 차량을 공터에 대고 카메라 기자와 함께 현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회오리 토네이
초대형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현장은 다시 한번 지난 2011년 3월 11일, 대지진의 참상을 보는 듯 했습니다.

여기 저기 할퀸 상처들…뿌리채 뽑힌 전봇대와 넘어진 차량, 부서진 집의 잔해가 사방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가능한 빨리 돌풍을 목격한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현장 이곳 저곳을 취재한 뒤 도쿄지국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기사를 작성해 시간안에 리포트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최종적인 피해 집계는 67명 부상에 가옥 550여 채 파손. 처음 알려진 것보다 피해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다소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동료에게 "돌아보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재해는 거의 모두 취재한 것 같다."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특파원으로 부임하자 마자 발생한 가고시마 화산 폭발을 시작으로 3.11 대지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지역 취재, 태국 방콕에서 경험한 대홍수…회오리 바람까지.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닌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리포트가 방송되자 마자 서울의 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역시 자넨 사건사고 취재가 잘 어울리는 것 같네…"  저 역시 친구가 건넨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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