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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꿈이" 킹 연설 전문 못 보는 건 '저작권' 때문

영리활동 막고자 가족에 저작권…"지나친 제약" 비판도

"내겐 꿈이" 킹 연설 전문 못 보는 건 '저작권' 때문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명연설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50돌을 맞아 미국 사회에서는 연설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후대 시민들이 킹 목사의 연설 전문이나 연설 장면 전체를 녹화한 영상을 접하기는 정작 쉽지 않은 실정이다.

킹 목사의 연설문과 녹음·녹화물은 '공공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킹 목사의 연설은 킹 목사 가족의 사적 소유물로서,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는다.

저작권 만료 시점은 2038년이며, 그전까지 킹 목사의 연설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거나 복제·재배포하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일례로 일반인이 '내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 전체를 들어보려면 '킹 목사 기념사업회'(킹 센터) 웹사이트 등에 방문해 20달러에 DVD를 사야 한다.

언론사가 연설 내용을 사용하려면 비용이 수천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킹 목사의 연설이 활발히 공유되지 않고, 흑인 민권운동의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조차도 연설 일부만 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런 사정이 생긴 것은 킹 목사 자신이 연설 내용을 '상업적 용도의 복제'를 금하는 대상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연설이 있었던 '워싱턴대행진' 몇 달 후 킹 목사는 연설문의 저작권을 등록했고, 20세기폭스 등 녹음된 연설을 무단으로 판매한 회사 2곳을 제소했다.

당시 킹 목사는 연설 내용이 영리활동이 아닌 민권운동을 위해서만 쓰이도록 하려고 이런 조처를 했다고 알려졌다.

법원은 연설이 군중 앞에서 이뤄졌다 하더라도 무단복제 행위는 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 결과 연설문 및 영상에 대한 권리가 킹 목사와 그 가족에게 귀속됐고, 가족들은 연설의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다.

1990년대 킹 목사 가족은 연설 내용을 허가 없이 이용했다며 CBS방송과 USA투데이를 상대로 소송을 내 합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2009년에는 영국의 대형음반사 EMI 퍼블리싱과 계약을 맺고 저작권 관리를 맡겼다. EMI 퍼블리싱은 이후 소니에 매각됐다.

연설 50돌을 맞아 킹 목사 가족 측은 CNN과 MSNBC 등 일부 언론사에 연설 내용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기도 했다. 이들 방송사는 28일 연설 전체를 담은 동영상을 방영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이번 방송을 위해 킹 목사 가족 측에 꽤 많은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인종이 평등하게 어울려 사는 사회를 꿈꾼 킹 목사의 연설은 공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유산이라는 점에서 이는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조시 실러는 WP 기고문에서 "이처럼 공적인 순간을 기념할 때는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공정이용을 통해 현 세대가 그 의미를 제대로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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