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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G김기태 감독의 '파격야구' 모래를 뭉치다!

[취재파일] LG김기태 감독의 '파격야구' 모래를 뭉치다!
지난 10년 동안 이맘때만 되면 LG트윈스는 시즌을 접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LG선수들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며 가을야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4강을 넘어 조심스럽게 정규시즌 1위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모래알’이라 불리며 개성만 넘쳤던 LG선수단은 이제 한 마음으로 뛰고 있고, 팬들은 ‘엘밍아웃’(LG팬임을 당당히 밝힌다는 뜻의 신조어..커밍아웃에서 유래)을 선언하며 잠실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김기태 감독은 부임 2년도 안 되는 기간 어떻게 이런 반전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걸까요? 김 감독의 리더십에는  상식을 깨는 ‘파격’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등장부터 파격
2011 시즌을 6위로 마친 LG는 박종훈 감독의 후임으로 김기태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습니다. 당시 41살의 젊은 초보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김성근 전감독의 귀환을 바라던 많은 LG팬들은 "구단이 팬들을 무시했다"며 반발했습니다. 이렇게 김기태 감독의 등장은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수석코치 경력도 1년뿐인 풋내기 지도자에게 LG 지휘봉은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김기태_500
목표는 60패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2012시즌 LG의 목표는 60패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승도, 4강 진출도 아니고, 60패를 하자는 겁니다. 승리가 아니라 패배의 숫자를 목표로 정한 데에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팀당 시즌 133경기 체제에서 60패를 한다는 것은 곧 73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LG 선수단 숫자가 73명이다. 각자 승리에 한 번씩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뛰면 73승이 되지 않나? 그런데 73승 하자는 것 보다 60패 하자는 게 왠지 부담을 줄이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73승만 한다면 4강 진출은 물론 플레이오프 직행도 바라볼 수 있는 승수였습니다.(지난해 2위를 차지한 SK가 71승 59패 3무였습니다.) 김 감독은 이처럼 역발상 아이디어로 자주 화제를 모으게 됩니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이끌어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되죠..(선수단을 하나로 묶은 ’검지 세리머니’도 이런 역발상의 하나입니다. 손가락 하나로 마음을 전하자는 뜻인데, ‘하이파이브’를 ‘하이원’으로 바꾼 이 손가락 세리머니는 이제 LG의 상징이 됐습니다.)

‘최고령 캡틴’ 이병규
김기태 감독은 39살 최고령 이병규를 주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이병규는 5년 후배인 박용택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습니다. 최고령 선수는 세대교체를 위해 뒤로 물러나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마치 전역을 앞둔 군대의 최고참 말년 병장(속된 말로 ‘갈참’이라고도 하죠.)처럼 말이죠. 게다가 이병규는 전성기 시절 탁월한 기량을 보이면서도 개인적인 성품으로 팀플레이가 부족하다는 말까지 들었던 선수입니다. 그런 이병규에게, 은퇴를 고려해야할 나이의 이병규에게 주장의 중책을 맡긴겁니다. 최연소 감독과 최고령 주장의 궁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병규는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후배들을 하나로 모았고, 김 감독은이병규를 통해 선수단 전체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계속된 악재...“실험”으로 극복   
출발부터 꼬였습니다. 포수 조인성과 외야수 이택근, 마무리 송신영까지 거물급 FA 3명을놓친 데 이어 LG 마운드의 주력이자 미래인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영구제명됐습니다. 한 번에 주전 5명이 팀을 떠난 겁니다. 김기태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겼다.”이라며 여유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실험을 합니다. 김 감독은 2012년 시범경기에서 다양하고 파격적인 시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새얼굴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어떤 경기에서는 직구만 던지게 해서 구위를 점검하더니, 어떤 경기에서는 왼손투수만 투입해서 가능성을 시험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실험 속에 떠나간 선수에 대한 공백은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LG는 새로운 팀이 되고 있었습니다.

선발도 없는데.. 마무리에 올인!
김기태 감독의 첫 번째 승부수는 용병 리즈의 마무리 전환이었습니다. 박현준과 김성현 두 명의 선발 요원이 떠나갔는데도, 선발급인 용병을 마무리로 바꾼 겁니다. 그 만큼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리즈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반드시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졌습니다. 역대 최다인 16구 연속 볼넷을 기록하며 네 타자 연속 볼넷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팬들의 비난 속에서도 “우리 팀 마무리는 리즈다.”라며 믿음을 줬습니다. 하지만 리즈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실패였습니다. 김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팀의 에이스 봉중근을 마무리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웁니다. 리즈는 선발로 돌아오면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봉중근 올 시즌 31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부문 선두싸움을 이어가고 있고, 리즈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3.14로 3위에 올라 있습니다.

LG 리즈_500
짧은 시행착오..LG가 달라졌다!
LG는 지난해에도 어김 없이 초반에 강했습니다. 손가락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띄웠고, 선수들은 외인구단 처럼 뛰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들면서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LG팬들이 부르는 이른바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으로 ‘Down To Down’에서 따온 말)의 악몽이 변함없이 재현된겁니다. 김기태 감독은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다양한 선수들의 가능성을 점검했습니다. 팀 순위가 내려가도 승부욕은 넘쳤습니다. 지난해 9월 13일 ‘신인투수 대타’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당시 김기태 감독은 SK 이만수 감독의 투수교체가 LG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한 끝에 데뷔도 못한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웠습니다. 매너가 없다는 비난과 벌금 5백만원의 징계를 받았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당당히 맞섰습니다. 김 감독은 “모두 LG 선수들을 위해서였다”고 했습니다.  감독이 굽히면 선수들은 기를 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 감독의 이런 승부욕과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 LG는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해결사!
LG의 돌풍은 특출난 에이스 투수나 해결사가 이끄는데서 비롯된게 아닙니다. 팀 평균자책점(3.76) 1위를 달리지만, 개인 평균자책점 부문 20위 안에는 리즈와 우규민, 두 명밖에 없습니다.
팀타율(0.287) 2위지만 역시 개인 타율 20위 안에는 박용택과 정성훈 두 명뿐입니다. 그 만큼 많은 선수들이 조금씩 조금씩 팀 승리를 위해 보탬이 되기위해 뛰어 왔다는 뜻입니다.
베테랑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부터 김용의, 정의윤,  문선재까지..LG의 해결사는 항상 바뀌었습니다.

"감독은 분위기 메이커"
2012 시즌을 앞둔 김기태 감독은 "LG의 키플레이어가 누구냐?“는 질문에 감독이라고 답했습니다. 감독만 잘하면 LG는 모든 게 잘 될 팀이라는 겁니다. 당시 김 감독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LG는 매년 중반까지 잘 했던 팀입니다. 중반까지 잘했다는 건 끝까지 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감독은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몇몇 특출한 선수를 빼면 프로에 온 선수들의 실력차는 크지 않습니다.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 시즌 중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LG의 돌풍만으로도 어떤 찬사를 붙여도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하겠죠. 60패를 목표로 했던 감독은 올시즌 가장 먼저 60승 고지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41패로 아직 60패까지는 19패의 여유가 있습니다. 김기태 식 야구가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LG는 정말 오랜만에 잘 어울리는 감독을 만난 듯합니다.
모래를 뭉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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