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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홍드로'부터 '태미'까지…인생을 바꾸는 한국 시구


 지난 주말(17일) 잠실 야구장에서 선보인 배우 태미의 ‘공중회전’시구가 화제입니다. 와인드업을 한 뒤 공중에서 360도 돌아 정확하게 포수에게 공을 던지는 모습은 야후스포츠와 유로스포츠에서 ‘화제의 장면’으로 관심있게 소개했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널리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특히 야후 스포츠의 마크 타운젠드 기자는 “한국야구의 시구를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뭔가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놀라움을 표시했고, MLB에서도 "시구는 한국야구의 자랑거리"라로 꼽기도 했습니다. 액션영화 한 편 찍은 게 전부인 무명 여배우는 시구 한 번으로 단숨에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태권도 공인 4단의 국가대표 출신인 태미는 2011년 영화 '더 킥'으로 연예계에 데뷔 했고, ‘정글의 법칙’과 ‘스타킹’을 통해 TV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력도 이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구’ 효과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인생을 바꾼 시구‘라 할 만합니다.

이처럼 요즘 한국야구에서 ‘시구’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야구의 인기를 등에 업고 톡톡 튀는 시구 한 번으로 단숨에 화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갓 데뷔한 연예인들이 시구자로 나와 ‘얼굴 알리기’에 급급하다는 비난도 있기는 하지만, ‘시구’는 분명 팬서비스를 넘어서 한국 야구의 특징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많은 화제를 낳았던 시구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 개념 시구의 시작…‘홍드로’

2005년 7월 탤런트 홍수아는 선수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일명 ‘개념시구’의 시초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자연예인들은 예쁘게 화장하고 예쁘게 입고 나와 대충 던지고 사라지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홍수아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나와 정확한 폼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겁니다.

팬들은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오른손 투수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투구폼이 닮았다며 그녀에게 ‘홍드로’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홍수아는 이후에도 두산 경기에서 두 번이나 더 시구를 했을 정도로 시구 전문 연예인이 됐습니다. ‘두산의 명예투수’라 불렸습니다. 홍드로의 탄생으로 연예인들은 시구에 공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투수들에게 직접 투구폼을 전수받으며 심혈을 기울였고, 많은 '시구 스타'들이 뒤를 잇게 됩니다.
홍수아_500
▶ ' 랜디 신혜' 도 있다!

영화배우 박신혜씨는 2006년 KIA 경기에서 시구를 맡았는데, 왼손으로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꽂았습니다. 홍수아에 뒤지지 않는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화제가 됐는데,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 왼손 투수였던 랜디 존슨을 닮았다고 해서 ‘랜디 신혜’로 불렸습니다. 홍드로와 랜디 신혜... '시구 원투펀치'가 탄생했습니다.

▶ 언더핸드 시구…'BK 유리' 탄생

2007년 사상 최초의 언더핸드 시구자가 탄생했습니다. 소녀 시대의 유리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멋드러지게 옆으로 공을 던졌습니다. 공은 위로 떠올랐다가 포수 글러브에 정확히 꽂혔습니다. 팬들은 김병현의 투구 폼을 닮았다고 해서 ‘BK유리’, ‘핵잠수함 유리‘라는 별명을 붙였고, 두산의 시구 1선발 홍드로에 이어 BK유리를 2선발로 올렸습니다.
BK 유리_500
▶ '시구 종결자' 이수정

2011년 광주 경기장에서는 레이싱 모델 출신 이수정씨가 시구의 차원을 한 단계 올려놓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자연예인들은 모두 마운드 앞에서 공을 던집니다. 그런데 이수정은 당당히 마운드 위에서 투구판을 밟고 선수들과 똑같은 18.44m 거리에서 스트라이크를 꽂았습니다. 스피드도 상당했습니다. 이수정은 이 시구 한 번을 위해 1주일동안 매일 1시간씩 시구 훈련을 했다고 해서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그녀는 ‘시구의 종결자’ ‘시구의 여왕’으로 불리며 세 번이나 KIA의 시구자로 나서 유명세를 누렸습니다.
이수정 시구_500
이색 시구…한계는 어디?

‘개념시구‘를 넘어 진화는 계속됐습니다. 양궁스타 기보배 선수는 화살촉에 야구공을 끼워서 포수에게 쏘기도 했고, 체조선수 양학선은 덤블링을 한 뒤 공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의 하이킥 시구가 화제를 낳자, 신수지는 리듬체조의 일루션 기술(제자리에서 다리를 360도 돌리는 것)을 응용해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태미의 ’공중 회전‘시구까지 해외 화제가 됐습니다. 한계를 모르는 이색 시구 열전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기보배 시구_500
▶ 남자 시구는 '속도 전쟁 중'

화제의 시구가 여성의 전유물만은 아닙니다. 많은 남성 시구자들이 만만치 않은 시구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사회인 야구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연예인들도 자체적으로 야구단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2009년 SK 시구자로 나선 미남 배우 장동건은 시속 93km짜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던져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2009년 역시 SK 시구자로 나선 탤런트 윤태영씨가 처음으로 시속 110km를 돌파한 연예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야구선수 출신 탤런트 이태성씨는  시속 119km를 찍어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여자 시구의 종결자가 이수정이었다면 종결자'는 아마도 아나운서 김환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야구선수로 뛰었던 김환씨는 지난해 두산의 시구자로 나서 일반인은 범접이 불가능한 시속 132km를 찍어 그야말로 모두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관중은 물론 선수들까지도 탄성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장난으로 왼쪽 타석에 섰던 정성훈은 몸쪽으로 오는 강속구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듯 합니다.
장동건 시구_500
이제는 '19금' 시구까지…

얼마 전 탤런트 클라라의 시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개념시구’도 아니고 ‘이색시구’도 아니었습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옷으로 몸매를 드러내고, 요염한 자태로 공을 던진 자체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보기에 다소 민망할 정도의 옷차림과 몸짓은 적지 않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말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 였습니다. 팬들은 '19금'(19세 이하 관람 금지) 시구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클라라‘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확실하게 유명세를 탔고, 분명 한구야구 시구사의 한 페이지를 크게 장식했습니다. 클라라는  한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할 정도였습니다. “제 인생은 시구 전과 시구 후로 나뉘어요.” 한국 시구의 파괴력은 이렇게 대단했습니다.
클라라_500
야구는 9회말 투아웃 부터라고요? 한국 야구는 ’시구‘부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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