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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애 키우는 엄마는 집에만 있어라?

아빠도 엄마도 육아하기 편한 사회가 되려면.

[취재파일] 애 키우는 엄마는 집에만 있어라?
혼자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야심차게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은 출근하고 저는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혼자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가는 게 자신이 없었습니다. (경험상 뒷자리 카시트에 탄 아이에게 온통 정신이 팔려서, 안전운전이 좀 어렵더라고요.) 무더운 날씨였지만 주말이어서 차가 엄청 막힐 것 같았고, 지하철은 냉방이 잘 되니 아이도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당선에서 7호선 갈아타는 것 까지는 원만했습니다. 그런데 7호선에서 3호선을 갈아타는 고속터미널역에 가서 좌절!!  엘리베이터가 없답니다. 환승하려면 에스컬레이터 뿐인데, 유모차 진입 금지인데다 사람들이 줄지어 타고 있었고, 계단이 너무나 많아서 유모차 들고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휴대용 유모차라도 4-5kg인데다, 아이 몸무게까지 하면 15kg는 족히 넘는답니다.) 근무하는 사람을 불러 물어봤으나 '들고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대답. 사람 많은 환승역에 서서 5분 정도 고민하다 결국 컴백홈.

 네, 뉴스에서 다뤄진 '유모차 밀고 외출 힘들다'는 얘기는 저의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유모차 밀고 외출해 본 아이 엄마(아빠)들이라면 사정이 다르지 않으시죠? 아이가 걷지 못하거나, 오래 걷지 못하기 때문에 유모차를 이용하는 건데, 눈총을 받아야 한다면...? 기본적으로 이동수단(버스나 지하철, 택시) 이용하기도 불편하다면...어떨까요? 아이 동반 외출을 해 보면, 사실은 시설의 부재보다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나 배려심 없는 사람들의 행동이 더 서운하고 상처가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토로합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고 믿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아기와 엄마에게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물론 유모차와 마찬가지로 휠체어 탄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배려가 필요하고요.)

 유모차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한 층 이동이라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합니다. '유모차 우선'표시가 있는 엘리베이터도 사람들이 양보해 주지않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습니다. 사람 많은 주말엔 더 하겠죠?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유모차 밀고 다니는 엄마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여러가지 불편함을 알면서도 자꾸 이런 쇼핑몰에 엄마들이 모이게 되는 건, 재미있게도 육아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 이유도 한 몫 합니다. 지하가 전철역으로 연결된 점포가 많고, 유아휴게실이나 수유실, 놀이방 등이 잘 되어있고 유모차 대여나 아기 식탁의자 대여도 쉽기 때문입니다.  원래 목적이 쇼핑은 아니지만, 간 김에 장도 보고, 견물생심이라고 쇼핑몰에서 돈 쓸 일이 생기게 될 거고요. 이러다보니 유통업체들은 이런 유아동반 고객을 잡으려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육아 아빠 캡쳐_5

또, 유아 휴게실이나 기저귀교환대가 잘 갖춰진 곳이라도, 역시 아빠들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아직 모든 편의시설이 엄마와 아이에게만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맞벌이가 늘고, 양육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들도 늘면서 남녀 육아 분담이 많이 이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집 밖에서는 엄마 중심입니다. 

보통 유아휴게실이 수유실과 붙어있다보니 아빠는 출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분유나 이유식을 먹일 경우도 생기고 (=보통 유아휴게실에 의자나 전자렌지, 개수대 등의 시설이 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줄 수도 있는 경우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정민 취파_500
같은 유아휴게실이라도 A백화점은 아빠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반면 (원래는 엄마들만 들어갔지만 최근 아빠 동반이 늘면서 함께 들어가는 분위기가 되었답니다),  B백화점은 아예 '아빠 출입금지' 표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남성화장실 기저귀교환대도 2010년 5월부터 의무 설치하게 되어있지만, 그 이전에 지은 건물이나 공원, 공연장, 지하철역 등은 해당되지 않아 여전히 '가뭄에 콩 나듯' 보입니다. 아이를 아빠가 보든, 엄마가 보든 불편이 없도록 공공시설마다 유아휴게실이나 수유실을 갖추고, 문화 강좌도 늘리는 등 육아를 위한 사회적인 서포트가 더 늘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한 백화점이 최근 증축을 하면서 남성화장실 입구에 새로 붙인 표시입니다.
남정민 취파_500
Man with kids, 아빠 옆에 아이가 그려진 상징그림이 낯설면서도 굉장히 배려깊게 느껴집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평소 '그렇게 불편하다면 집에 있지, 굳이 유모차 밀고 왜 나오나', '유모차 부대(?)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요, 이런 애로사항은 저 역시 엄마가 되기 전엔 절대 몰랐던 것들입니다. 함께 리포트를 맡았던 박현석 기자도 아이 아빠이니 아마 취재하면서 공감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부모가 되고 나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불편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관점의 차이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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