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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류현진 맞수' 호세 페르난데스는 누구?

올스타전에 선 '쿠바 새내기'

[취재파일] '류현진 맞수' 호세 페르난데스는 누구?
LA다저스의 류현진이 오는 20일 마이애미 원정경기에서 ‘신인왕 경쟁자’인  호세 페르난데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칠 전망입니다. 페르난데스는 시즌 8승 5패 평균자책점 2.45로 류현진(12승 3패 평균자책점 2.91)보다 크게 나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쿠바 출신으로 '야구의 피'를 타고난 페르난데스는 실력 뿐 아니라 많은 드라마 같은 스토리로 크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왜 미국언론은 그를 ‘신인왕 1순위’로 꼽을까요? 

올스타전 충격을 던지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는 21살 새내기 투수의 등판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6회초에 등판해 1이닝을 던졌는데, 불같은 강속구와 춤을 추는 듯한 커브로 베테랑 타자들을 농락했습니다. 보스턴의 페드로이아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지난해 타격 3관왕 미겔 카브레라를 98마일(시속 158km) 강속구로 1루수 뜬공 처리했고, 현재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크리스 데비이비스를 84마일(135km)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습니다. 이 선수가 마이애미의 호세 페르난데스입니다. 지난해까지 마이너리그 싱글A를 전전하던 쿠바 망명자가 1년 만에 올스타무대에서 빛을 발한 겁니다.

목숨 건 탈출…단숨에 빅리그로

말끔한 외모와는 달리 페르난데스는 미국무대에 서기까지 어린 나이에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쿠바에서 태어난 페르난데스는 15살 때 배를 타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 사이 세 번이나 붙잡혀 수용소 신세를 졌고, 해안경비대의 총격을 받으며 목숨을 걸고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페르난데스는 미국에서 자리잡은 뒤 역시 쿠바 출신 투수코치 올란도 차이니에게 집중조련을 받았고, 2011년 마이애미 말린스에 전체 14순위로 지명됐습니다. 그리고 2012년 싱글A에서 14승 2패 평균자책점 2.02로 쑥쑥 성장했습니다. 거의 매 경기 1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뽐내며 싱글A 최고의 유망주로 떠오릅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말린스의 마이크 레드몬드 감독은 모험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직은 유망주에 불과한 페르난데스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킨 겁니다. 그것도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그에게 내주면서까지 말이죠. 21살의 어린 나이에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두 단계(더블A, 트리플A)를 건너뛰고 곧바로 빅리그로 직행한겁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지만, 페르난데스는 실력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최고구속 159km…주무기는 커브

데뷔전은 강렬했습니다. 4월 7일 뉴욕 메츠전에서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5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아내며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습니다. 최고구속은 99마일(159km)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4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0에 2패만을 기록하며 힘겨운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5월 4일 필라델피아전에서 드디어 첫 승을 신고합니다. 7회까지 삼진 9개를 잡아내며 1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페르난데스의 삼진쇼에는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7월 28일 피츠버그 강타선을 상대로 13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8월 2일 클리블랜드전에서는 14개의 삼진을 잡아낸 겁니다. 역대 4번째로 어린 나이에 두 경기 연속 13탈삼진을 기록한 겁니다. 7월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3승1패 평균자책점 2.06으로 ‘7월의 신인’에 선정됐고, 8월에도 3경기에서 20이닝을 던지며 1승을 거뒀는데, 삼진을 무려 25개나 잡아내고 11안타 2실점 평균자책점 0.89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페르난데스의 직구 평균 구속은 94.8마일(152.5.km)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세 번째로 빠릅니다. (참고로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90.2마일, 145km입니다.) 페르난데스는 9이닝당 탈삼진이 9.6개로 내셔널리그 4위인 전형적인 ‘닥터 K’ 투수입니다. 단지 공이 빨라서 삼진을 많이 잡는 게 아닙니다. 페르난데스의 주무기는 커브입니다. 커브의 평균 구속은 80.9마일(130km)인데, 페르난데스의 커브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좌우 변화폭도 상당히 커서 얼핏 보면 슬라이더로 착각할 만큼 예리합니다. 일반적으로 커브는 빠른 직구 다음에 던져서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인데, 페르난데스는 커브만 연속해서 던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올 시즌 던진 구종 가운데 커브가 21.6%로 직구(58.1%) 다음으로 많습니다. 그 만큼 자신감에 넘치고 제구력이 뒷받침된다는 뜻입니다. 지난 2일 클리블랜드전에서 14개의 삼진을 잡았을 때 무려 12개의 삼진을 커브로 마무리했습니다. 올 시즌 139.2이닝 동안 탈삼진을 149 잡아냈는데, 커브로 잡은 삼진이 93개로 직구로 잡은 삼진(47개)의 두 배에 달합니다.

페르난데스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허약한 팀 타선입니다. 말린스는 팀 타율(0.229), 팀 홈런(경기당 0.54개), 팀 득점(경기당 3.16점) 등 공격 부문 대부분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입니다. 그래서 페르난데스는 퀄리티스타트를 15번이나 하고도 8승 5패의 성적을 기록중입니다.(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 17번에 12승 3패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페르난데스를 ‘신인왕 1순위’로 지목하면서, 팀에서 차지하는 그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한 마디로 ‘페르난데스와 여덟 난장이’ 같은 말린스에서 신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에 많은 가산점을 주는 겁니다. 허약한 마이애미의 팀 전력은 페르난데스의 성적면에서는 약점이지만, 신인왕 경쟁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류현진 캡쳐_500


페르난데스를 넘어야 신인왕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신인왕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야구기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기록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작용합니다. 특히 강한 상대와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1승’ 이상의 의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은 지난 14일 ‘사이영상 후보‘이자 '올스타전 선발투수' 맷 하비와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신인왕 후보로서 강한 인상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올스타 출신 새내기' 페르난데스와 진검 승부를 펼칩니다. 신인왕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잡고 가야하는 빅매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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