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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만 오면 고립되는 도림천의 비밀

-통합 관리가 대안이다

[취재파일] 비만 오면 고립되는 도림천의 비밀
폭우가 쏟아지면 사건기자는 비상입니다. 요즘같이 국지성 호우가 잦을 때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날씨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워낙 많다보니, 호우로 인한 사건 사고를 정확하게 전달해드려야 할 필요도 있고,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다면 개선을 유도하는 게 사건기자의 책무입니다.

지난달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던 장마가 있었습니다. 특히 중부지방은 하루건너 폭우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호우 취재를 하다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고가 났던 곳에서 또 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무언가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게 서울 도림천입니다.

도림천에는 올 여름에만 7건의 고립사고가 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도림천 안에서도 대림역 부근이 가장 많습니다. 7건 가운데 6건이 이 곳 근처였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단순히 비 오는 데 하천에 내려간 사람만을 탓하기엔 사고가 너무 잦습니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비만 오면 도림천 고립 사고는 단골뉴스입니다. 사건기자가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봤습니다.

뉴스에서 말씀드렸지만, 일단 진입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도림천 대림역 부근은 일단 역사가 하천을 감싸는 구조라 완전히 밀폐돼 있습니다. 조금 상류쪽으로 올라가도 여전히 밀폐돼 있는데, 천 윗부분에 고가가 걸쳐있기 때문입니다. 1km 에 가까운 거리가 그랬습니다. 이 사이, 진입로는 없었습니다. 산책 걸음으로 걸어가 보니 14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30대 남성이 이정도면, 노약자는 어떨까요. 20~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입니다. 더군다나 산책로에는 운동하러 나온 노인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14분. 짧은 시간 같지만, 요즘 같이 국지성 호우가 잦을 땐, 천의 수위가 1미터 가까이 올라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도림천 같이 폭이 좁은 하천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고립 사고 피해자는 “처음에 비가 내리지 않아 그냥 걸어갔는데,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물이 차오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밖으로 나갈 진입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비올 때 내려간 것도 아니었으니, 이 분 책임이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림역 부근은 왜 이렇게 밀폐되고, 진출입로가 적은 걸까요. 일단 서울시에 연락했더니, 도림천은 지방 하천이라 시 관할이 아니랍니다. 영등포구와 구로구, 동작구, 관악구에 걸쳐있기 때문에 각 자치구에서 알아서 진입로를 설치한다는 겁니다. 현황도 없다고 하더군요.

도림천
이번엔 각 구청별로 연락을 돌려봤습니다. 그랬더니, 구청마다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뉴스에서 보도해드린 대로, 구로구와 영등포구 4km 구간은 각각 11개와 10개, 동작구 1.5km 구간은 5개, 관악구 6.7km 구간은 42개였습니다. 육안으로 큰 차이를 보였는데, 관악구에서 관할하는 지역은 100~200m마다 한 개 꼴로 진출입로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고립 사고가 왜 구로구, 영등포구 지역에 집중되는 지 알 수 있는 통계 자료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고립 사고가 많은데도, 개별 구청 별로 관리 지역이 나눠져 있다보니,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도림천과 규모가 엇비슷한 청계천만 하더라도 비가 좀 내렸다 싶으면 곧바로 보도 통제 경보가 울리고, 바로 경찰이 출동해 진입을 통제합니다. 청계천을 따로 관리하는 상황실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림천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청과 구청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도림천은 도로까지 물이 범람하는 경우가 많은 문제 하천입니다. 2011년에 그랬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 입장에서는 진출입로가 많은 걸 원치 않습니다. 폭우가 쏟아질 때 진출로가 많으면 물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범람하는 즉시 서울시가 처리해야 할 민원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단 범람하지 않도록 진출입로를 최소화하길 원합니다.

반면, 구청 입장에서는 진출입로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도림천은 주민들의 주요 산책로인데 그만큼 주민들에게 편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구정 인기도 올라가겠죠. 사실 관악구가 관리하는 도림천 지역은, 서울대 고시촌을 비롯해 인구밀집지역이 다수 몰려있다 보니, 산책 인구가 많습니다. 구로구나 영등포구에 비해 진출입로가 과도하게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민의 안전입니다. 예산에 따라, 주민의 요구에 따라 자치구가 제각각 다르게 관리하면, 고립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와 4개 자치구가 머리를 맞대고 도림천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절한 진출입로의 실태부터 파악부터 해야 합니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는 요즘, 미리 대비해놓지 않으면 언젠간 대형 사고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가 되면, 제도적 문제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언론도 거들겠죠. 소 잃고 외양간고치는 행정이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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