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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선동열 감독의 투수교체론 "빠를 수록 좋다"(?)


프로야구에서 최근 KIA의 부진이 두드러지자 선동열 감독의 투수 교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KIA팬은 물론이고 많은 담당 기자들까지 국보급 투수의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 선 감독의 투수교체 실패가 올 시즌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선동열 감독의 투수교체론은 어떤 것일까요? 2011년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취임식에서 전임 선동열 감독은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후임 감독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투수 교체’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 “투수 교체는 빠를 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올 시즌 정말 선 감독의 투수 교체는 빨랐을까요? 결과론이긴 하지만 팬들의 마음을 멍들게 했던 선동열 감독의 결정적인 투수 교체 실패사례를 되짚어 봅니다.


# LG를 띄워준 두 번의 역전패

지난 4월 18일 LG전에서 KIA 선발 임준섭은 3대 0으로 앞선 3회초 투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이진영에게 2루타를 시작으로 2루타 2개를 포함해 6안타에 볼넷 한 개를 내주고 단번에 7실점을 했습니다. 첫 선발 보직을 맡은 신인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데도 선동열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4회 안타와 볼넷을 내준 뒤에야 투수를 교체했습니다. KIA는 8대 5로 뒤지던 6회말 대거 6점을 내며 대세를 뒤집었습니다. 필승조를 투입해야할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12대 8로 앞선 8회 불펜진이 무너졌습니다. 최향남이 원아웃 이후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여기서 선동열 감독은 박경태 카드를 꺼냈습니다. 누가 봐도 마무리 앤서니를 조기 투입해야 할 최대 승부처였습니다. 박경태는 넘겨받은 3명의 주자를 포함해 무려 5점을 내주고 역전을 허용한 뒤 9회까지 던졌습니다. 교체를 주저하다가 마무리 앤서니를 써보지도 못하고 13대 12로 역전패했습니다.

6월 2일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또 상대는 LG였습니다. KIA는 선발 양현종의 호투를 앞세워 8회까지 4대 0으로 앞섰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듯 8회초 마무리 앤서니를 조기투입했습니다. 8회는 삼자범퇴로 잘 막았습니다. 그런데 9회 앤서니가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첫 타자 이병규부터 연속 3안타로 만루를 허용했고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 땅볼로 2점을 내줬습니다. 주자는 2-3루. 한 방이면 역전되는 상황. LG 김기태 감독은 투수 임정우를 대주자로 내면서까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선 감독은 앤서니만 믿었습니다. 그리고 2타점 동점적시타가 터졌습니다. 연장으로 넘어가면서 KIA는 생략했던 중간 불펜진을 급히 가동시켰고, LG는 9회말 봉중근을 등판시켜 승부를 걸었습니다. LG에게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KIA는 결국 5대 4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빨라진 투수교체…오히려 독?

후반기 들어 반전을 다짐한 선 감독의 투수교체 패턴은 좀 달라진 듯 합니다. 전반기엔 웬만하면 투구수 100개까지 선발을 믿었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빨라졌습니다. 못 믿는다기보다는 뭔가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빨라진 투수 교체는 독이 됐습니다. 최근 두 경기가 그랬습니다. 

지난 2일 넥센전에서 KIA는 선발 서재응이 5회까지 2실점으로 무난히 버티는 가운데, 5회까지 4대 2로 앞섰습니다. 서재응의 투구수는 77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6회가 시작되면서 마운드에 오른 건 신승현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승현은 바로 동점을 허용했고, 이어 등판한 최향남이 7회를 잘 막으면서 불을 끄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43살 노장 최향남에게 2이닝은 무리였습니다. 8회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리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또 어제(6일)는 롯데에 1대 0으로 앞선 5회 원아웃 주자 1-3루에서 선발 소사를 조기 강판시키고 박경태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손아섭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습니다. 또 역전패.

선동열 감독 입장에서는 바꾸는 족족 무너지니 답답할 뿐입니다. 아무리 투수 교체가 결과론이라고 해도, 해도 너무한 결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발을 믿어도 안 되고, 불펜을 믿어도 안 되는 악순환입니다.

선동열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 역대 최강의 불펜진을 이끌며 최고의 투수조련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투수 교체도 톱니바퀴 같이 딱딱 들어 맞았습니다. 그 때 삼성은 5회까지 리드하면 승률이 9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KIA의 선동열 감독은 8회까지 리드해도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과연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선동열 감독이 KIA의 투수교체에 굉장히 혼란을 겪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추락하는 선동열 감독은 부임 첫해인 지난해 KIA의  가장 큰 문제는 방망이라고 했습니다. KIA엔 좋은 젊은 투수들이 많아서 마운드는 큰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마운드에 있습니다. 투수교체가 잘 못된 건지, 투수가 잘 못된 건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선동열 감독이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나며 류중일 후임 감독에게 당부했던 ‘투수 교체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선 감독 자신에게 필요한 당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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