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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핑크색 퇴출…야구의 색깔은?

[취재파일] 핑크색 퇴출…야구의 색깔은?
프로야구에서 핑크색 글러브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삼성의 윤성환 투수가 핑크색 글러브를 끼고 나왔는데, LG 타자들이 "야구공의 색깔과 구분이 힘들어 타격에 방해가 된다"고 어필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당시 주심은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단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핑크색 글러브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윤성환은 6회 원아웃까지 4안타 무실점 호투로 막아 시즌 8승째를 챙겼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심판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앞으로 핑크 글러브를 사용을 금지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윤성환은 "화창한 여름에 맞게 기분 전환을 위해 사용했고, 지난해에도 사용했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눈에 확 띄는 핑크색 글러브는 종종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WBC에서는 차우찬 투수도 핑크색 글러브를 잠시 사용해 '핑크 우찬'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핑크색 금지'에 대한 야구규정은 어떻게 돼 있을까요?

야구 규정에는 색깔과 관련한 몇 가지 규정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글러브 색깔입니다. 야구 규칙 1.15항에는 투수 글러브에 대해 2개의 색깔 항목을 뒀습니다. 첫째는 '투수용 글러브는 꿰맨 부분, 매는 끈, 웹(엄지와 검지 사이 넓은 부분. 주로 격자로 돼 있음) 전체가 같은 색이어야 하고, 회색 또는 흰색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투수는 글러브와 다른 색깔을 띤 이물질을 글러브에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타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야구 규칙에는 핑크색 글러브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래도 심판위원회는 '밝은 핑크색이 타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LG 타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핑크색 글러브 사용 금지'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야구공


글러브의 경우 금지된 두 가지 색깔(흰색, 회색)을 규정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배트에 대해서는 보다 확실하게 색깔을 규정했습니다. 야구 규칙 1.10 '방망이에 대한 규정' 네 번째 항에는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색 배트는 담황색, 다갈색, 검정색에 한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딱 세 가지 색깔만 허용되기 때문에 핑크색 배트는 당연히 금지입니다. 야구공 색깔과 비슷한 밝은 색 배트가 수비에 방해될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습니다. 핑크색 배트는 가끔씩 타격연습 때 눈에 띌 정도입니다.

핑크색 퇴출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남자들의 스포츠에 핑크색이 웬말이냐?" "핑크색은 타격이나 수비에 분명 방해가 된다"는 찬성 의견이 있고, "요즘 같은 개성시대에 웬말이냐?" "인기를 먹고 사는 야구에 개성을 없앤다"는 반대론이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민감한 문제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떨까요?

메이저리그에서는 5월 둘째 일요일 '어머니의 날'에 핑크색으로 물듭니다. 글러브는 물론 배트와 헬멧, 양말, 스파이크, 각종 보호대까지... 선수들은 핑크색 용구를 맘껏 착용합니다. 여성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는 핑크색으로 몸을 치장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시하는 표시하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추신수 선수도 지난 '어머니의 날'에 핑크색 배트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LA 에인절스의 선발 투수 제롬 윌리엄스는 '어머니의 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핑크색 글러브를 사용합니다.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윌리엄스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은 지금도 훈훈한 얘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핑크색 글러브는 주로 몇몇 구단의 사은품으로 제작돼 왔습니다. 여성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심(女心)을 사로잡으려는 마케팅의 일환입니다. 두산 베어스는 여성들을 위한 '퀸즈데이' 행사 때 핑크색 모자와 글러브, 유니폼을 선물용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합니다. 한국야구에서 핑크색은 앞으로도 계속 선물용으로 머물게 됐습니다. 

핑크색 퇴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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