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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③ "정치는 축제다" - 스웨덴 정치 박람회 현장에서

'착한 성장사회'를 만들기 위한 '거버넌스' 해법은?

[취재파일] ③ "정치는 축제다" - 스웨덴 정치 박람회 현장에서
42살에 수상이 되어 7년째 스웨덴을 이끌고 있는 라인펠트 수상. 우파연합을 이끄는 그는, 여당인 '보수당의 날' 행사의 백미인 당수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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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선거는 일자리 문제가 핵심입니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그 중에서도 교육받지 못한 청년들의 고용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비교육층 청년들을 위해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제도를 내놓았습니다....(중략) 청년을 고용하려면 한달에 2만 1천 크로나(340만 원)의 월급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청년들에게 5일 중 하루는 멘토를 붙여 직업교육을 시킨다면 이 청년의 월급은 9천 크로나(150만 원)만 주십시오. 나머지 월급은 정부가 지원하겠습니다. 이 청년은 돈도 벌고 직업교육도 받아서 좋고, 기업은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아서 좋아집니다. 일자리 하나를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청년이 계속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의 정당 연설에서 보듯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고용율 70%를 달성하겠습니다' 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스웨덴에서 정치인은 '정치 전문가'라기 보다는 '정책 전문가'이다.

스웨덴의 재정경제부 장관인 안데쉬 보리는 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연설한다. 세미나 제목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러 가지의 길'. "피고용인과 고용인 간의 정당한 계약서 작성이 중요합니다. 이 문제 해결에는 정부는 물론 기업, 노조 등 사회의 주요한 파트너들과의 합의가 중요합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파트너들을 350차례 만났습니다." 1년 반 동안 350번을 만났다는 것은 3일에 2번을 만나 협상을 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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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정부와 노조, 그리고 노사관계는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이다. 물론 때로는 얼굴을 붉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대화와 협상이 이뤄진다. 그리고 그 협상이 대부분 노동자들의 생활에 반영된다. 한국은 민노총이 탈퇴한 이후 노사정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에 노사정 합의가 발표됐지만 노조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해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 전경련은 노사관계에 관해서는 경총에게 책임을 넘기기에 급급하다. 전 국민이 기업에 속해있고, 동시에 노동자인데, 국민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협상을 해야 할 노사의 대표는 찾아볼 수 없다.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사회를 움직여나가는 '협치'다. 정부 탓만 할 수도 없고, 기업도, 노동자도, 일반 시민도 바뀌어야 한다. 스웨덴은 EU에 가입하고도 유로를 쓰지 않고 자국 통화인 크로나를 쓴다. 당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유로화를 사용할 경우 스웨덴 독자적인 재정운용이 힘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복지정책의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스웨덴은 유럽 재정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집단지성은 때로는, 아니 자주, 놀라운 정확성을 자랑한다.

스웨덴 알메달렌에서 본 것은 스웨덴의 정치, 경제, 정책이 아니다.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대화하고 합의하는 방식이었다. 우선 대표성을 확보한다, 자신들의 요구를 명확하게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한다, 지속적으로 만난다, 그리고 결과에 승복한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논리인데, 지금 한국의 거버넌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조차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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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지난해부터 '착한 성장사회'라는 개념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착한 사람'이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도 보다 착해지자는 것이다. 착한 성장사회란, 넓게는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지고, 좁게는 복지와 균형을 이룬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착한 성장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가 결합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즉, 성장보다는 고용 중심으로 경제 운용 방식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복지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함께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거버넌스'의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SBS는 현재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소장 장덕진 사회학과 교수)에 의뢰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거버넌스 모델'에 관한 연구를 진행중이며, 그 결과는 오는 11월 제 11차 미래한국리포트 행사와 다큐멘터리에서 제시된다.

다행히 우리 정치권도 이런 '대화와 정책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희망제작소 소장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이 행사에 다녀갔고, 그때의 경험을 살려 지난해부터 '서울 정책 박람회' 행사를 시작했다.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시정을 열겠다는 취지이다. 한편 민주당도 올해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행사를 벤치마킹한 '정책 엑스포'를 열겠다고 지난 3월 9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알메달렌 행사장에서 대회를 주관하는 대변인 커린 린다발에 물었더니, 한국 민주당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시진핑이 중국의 1인자가 되면서 '중국의 꿈'을 이야기 한 이후, 중국의 전문가와 언론, 대학생,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꿈에 대한 대토론이 활발하다고 한다. 스웨덴의 한 작은 섬에서는 '스웨덴의 꿈'에 대한 격의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중국의 꿈은 아마도 '중화민족의 부활'일 것이고, 스웨덴의 꿈은 '통합된 사회, 일하는 복지국가'쯤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꿈은 무엇일까? SBS는 앞으로 '착한 성장사회를 위한 거버넌스'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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