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보면 참 대견합니다. 그래서 쓰다듬거나, 간식을 주는 분들이 계신데,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시각장애인에겐 위험천만한 행동입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걸어갑니다.
그 때 만난 학생들, 순식간에 안내견을 둘러쌉니다.
시각장애인은 길 한가운데 한참을 서 있어야 했습니다.
[윤석종/시각장애인 : 사람들이 와서 만진다든지 그러면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여러 가지로 힘든 부분이 있죠.]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안내견을 만지는 아저씨, 안내견 고개가 아저씨 쪽으로 획 돌아가는데, 이런 작은 움직임도 시각장애인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눈을 가리고 알아봤습니다.
지금 제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 정말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지금 제가 의지하고 있는 것은 이 왼손과 안내견을 이어주고 있는 이 지지대 뿐입니다.
지금 만지시는 건가요? 강아지?
안내견이 갑자기 몸을 틀면서 지금까지 집중하고 있던 의식이 완전히 흐트러지고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방향을 다시 잡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한 번 흐트러지니까.
안내견은 임무 수행을 위해 2년 간 고난도 훈련을 받습니다.
장애물 피하고, 건널목 건너고, 위험한 지하철 타는 법까지 떼야 합니다.
[이진용/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사 : 선로를 보여주면 개들도 여기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잖아요. 그래서 여기(노랑 안내선)를 벗어나지 않아요.]
이런 훈련을 모두 통과한 안내견은 전국에 고작 60마리.
하지만 귀엽다고, 신기하다고 만지거나 괴롭히면 안내견의 집중력은 당연히 흐트러집니다.
[주인 : 안내견은 만지시면 안 되고 보기만 해주세요.]
[행인 : 그래요? 만지면 안 돼요?]
[주인 : 네, 주인 따라야 하거든요. 일하는 중이라서요.]
안내견 손잡이엔 그래서 만지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지만, 취재팀이 여기저기서 지켜본 결과, 사람들의 반응은 천태만상입니다.
한 남성이 주인의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안내견의 꼬리를 볼펜으로 건드립니다.
별 반응이 없자 계속 쿡쿡 찌릅니다.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도 큰 스트레스.
[최유민/시각장애인 : (안내견을 찍으면) 누구를 찍고 뭘 찍는지 모르다 보니까 말은 못하겠고, 사진 찍는 소리는 아주 많이 들려요. 불쾌감이 들긴 해요.]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이성진/시각장애인 안내견 수석 훈련사 : 빵 안에 잼이 들어 있는데 (행인이) 그걸 갑자기 개한테 준 거예요. 뜨거우니까 토해냈는데, (그때부터) 지하철이 무서운 거예요. 지하철 타는 것을 거부해요.]
귀여워서 쓰다듬는 게 뭐 별일이냐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내견을 만지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눈을 만지는 것과 같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