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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중 경호 신경전…중국에서 무슨 일이?

삼청동 브리핑

[취재파일] 한중 경호 신경전…중국에서 무슨 일이?
정치부 정준형 반장입니다. 지난 달 27일부터 나흘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동행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중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번 중국 방문 동행 취재기를 써볼 계획으로 여러 장의 사진도 찍어두고 했습니다만, 바쁘게 일만 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거리'가 없어서 동행 취재기는 포기했습니다. 괜히 썼다가 "기자들 일한 티내냐?"는 욕만 먹겠다 싶더군요.

다만, 이번 대통령의 국빈방문 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 가운데 한국과 중국, 양측 경호원들 간에 있었던 신경전에 대해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때는 미국 측 경호원들과 우리 경호원들 사이에 이렇다 할 실랑이가 있었다든가 하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이번 중국 방문기간 동안에는 중국측 경호원들과 우리 측 경호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몇 차례 이어졌습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는 국내에서 80명의 기자들이 따라갔습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일정 행사에는 기자들이 모두 근접 취재를 할 수가 없고, 언론사별로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행사를 근접 취재했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먼저 드리는 것은 한중 경호원들 간의 신경전을 제가 눈으로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대신, 양국 경호원들 간의 자존심 건 대결을 지켜본 동료 기자들의 목격담을 바탕으로 글을 올린다는 말을 미리 드립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겠습니다.

1. 첫 번째 신경전  

이번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은 크게 베이징과 시안으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27일부터 29일 낮까지 베이징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29일 오후 시안으로 이동해 다음 날인 30일 오후 귀국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양측 경호원들의 신경전은 모두 시안에서 발생했습니다.

첫 번째 신경전은 방중 사흘째였던 지난 달 29일 박 대통령이 시안에 도착한 뒤 가진 자오정융 산시성 당서기와 접견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양측 간 신경전이 촉발된 계기는 영상 촬영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외교 관례상 최고위급 인사들  접견의 경우 보통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손님을 맞게 되는 측에서 먼저 몇 마디 말을 하면 손님 측에서 말을 하고, 대화가 몇 차례 오가고 난 뒤엔 미리 약속한대로 이를 취재하고 촬영하는 기자들이 회담장에서 빠지면서 비공개로 접견이 진행됩니다.   
박대통령-산시성 당
                               <박 대통령-자오정융 산시성 당서기 접견 모습>


그런데 이날은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자오정융 당서기가 10분 정도 좀 오래 말을 했는데, 자오장융 당서기 말이 끝나기 전에,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아직 말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호 측에서 우리 기자들에게 "시간이 다 됐다"면서 접견장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이에 우리 영상취재 기자들은 아직 박 대통령이 말하는 모습을 촬영하지 못한 만큼 지금 나갈 수 없고, 대통령이 말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경호 측에서 막무가내로 나가달라고 하면서 양측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우리 측 경호팀장이 다가와서 자초지종을 알아본 뒤에 우리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말하는 모습을 촬영할 때까지 나가지 말고 버티라고 했습니다. 와우! 어떻게 됐을까요?

그러자 양측 간에 본격적 실랑이가 벌어졌고, 중국 외교부에서 지원 나온 직원 한 명이 우리 측 영상취재 기자의 비표를 압수하겠다면서 비표를 잡아당기는 일까지 일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측 경호팀장이 꿋꿋하게 버티면서 영상취재 기자들에게 대통령을 촬영하라고 했고, 우리 기자들도 끝까지 남아서 박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촬영했습니다. 이때 양측 경호팀장들끼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설전도 벌였다고 합니다.

제 생각엔 이 정도 '사단'이었다면, 아마도 접견을 하고 있던 박 대통령과 산시성 당서기도 현장에서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아무튼 접견은 별다른 문제없이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양측 간 신경전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중국 경호 측에서 앙심을 품었다고 할까요?

2. 두 번째 신경전

두 번째 신경전은 방중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에 발생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안에 조성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중국의 오랜 문화유적지인 진시황 병마용갱을 시찰했습니다. 양측 간 두 번째 신경전은 바로 이곳 병마용갱에서 발생했습니다. 아마도 전날 접견장에서 생긴 일로 중국 경호 측에서도 신경이 날카로워졌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이 병마용갱에 도착해서 둘러보는 동안 중국 경호 측은 시종일관 우리 취재진의 근접 취재를 방해했습니다. 물론 박 대통령에 대한 경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현장 취재기자들말로는 좀 심한 측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 2장을 보시죠!

    
중국 경호 2
                               <중국 경호원이 손을 들어 촬영을 못하도록 막는 모습>
    
           
중국 경호 1
                                     <중국 경호원이 손으로 카메라를 막는 모습>


우리 측 영상취재 기자들이 박 대통령을 근접 촬영하는 것을 중국 경호 측에서 노골적으로 막는 모습입니다. 상대국 언론사 기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였습니다. 보통 정상회담이나 국가원수 방문 행사에서는 상대국 경호 측과 동행 기자단 취재 문제에 대해서 어느 선까지 취재를 허용한다는 것이 사전에 약속이 돼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호원들의 행동은 이런 관행과 상대국 취재진에 대한 배려를 무시한 막무가내식 행동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측에서 여기자 1명도 대표 취재기자로 현장을 취재했는데, 박 대통령의 말을 듣기 위해 뒤쪽으로 가까이 가려하자 중국 경호원이 뒤쪽에서 여기자의 뒷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우리 측 기자들이 박 대통령을 취재하고 촬영하기 위해 이동하려할 때마다 중국 경호원들이 막아서면서 방해하는 경우가 잇따랐고, 아예 우리 측 기자들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병마용갱의 1호갱부터 3호갱까지 나뉘어있어서 박 대통령이 1호갱부터 차례로 관람을 했습니다. 또 중국 측에서 박 대통령을 특별 예우하는 차원에서 일반 관람객들은 들어갈 수 없는 병마용갱 내부에까지 박 대통령을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이 우리 측 영상취재 기자들이 대통령을 따라 들어갈 수 없도록 막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이해가 가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기자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취재하고 촬영해야만 국내 뉴스에 대통령 방중 소식을 보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것을 무시하고 중국 경호 측에서 우리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한 것입니다.

그러자 이때도 우리 측 경호원들이 나서서 중국 측 경호원들을 제지해가면서 우리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 경호원들과 중국 측 경호원들 사이에 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전에 청와대에 출입했던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과거에도 해외순방 때면 외국 경호원들과 우리 측 경호원들 간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신경전이 자주 벌어지곤 했다고 합니다. 각 나라마다 '경호 규칙'이 다르다보니 경호원들 간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청와대 경호실을 상대로 좀 더 취재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만, 저도 이번에 처음 이런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공교롭게 위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 사례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이번 방중 과정에서 앞서 말씀드린 두가지 사례 말고도 한중 양측 경호원들간에 신경전이 펼쳐진 경우가 몇 차례 더 있었다고 합니다만, 구체적으로 더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디에서는 우리 측 경호원과 중국 경호원이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을 하기 일보직전까지 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읽어보시니 어떠신가요? 그동안 언론에 보도가 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정에서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라는 걸 아시지 않으셨나요? 다음 기회에 더 생생한 청와대 관련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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